바다건너 사는 20대 중반 도도녀 (나.. 나름.. 그렇게 믿고싶은..)입니다.
나는 도도하니까 처음부터 임체 쓸거임.
톡 쓸까말까를 몇 주째 고민했던 A형 기질이 다부진 똥고집 B형 여자 나님에게
세살 어린 남동생 훈이 있음.
오늘은 그 파란만장한 훈이와 나님의 유년시절 기억나는 일 한가지를 적어보려 함.
사실 이자리를 빌어 훈이에게 그 일에 대해 고백하고 싶음.
그럼....
나님은 엄마 뱃속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을 때부터
부모님께 무한 애정과 신뢰를 받음 (엄마가 입덧이 뭔지 모르셨다고 함).
4.3 kg의 우량아로 태어나서 일주일동안 병원에 있다가 퇴원할 때 간호사 언니가 엄마에게
"아기 다이어트 좀 시켜야 되겠어요~
다른 아기들 20 ml 먹을 때 50 ml 먹고도 깔딱거리네요~ 호호호"
라고 예쁜 썩소를 살짝 날려주셨다고 함.
8개월 때 걷고 첫돌때 돌상 차린다고 접시들고 날라다닌 나님은 슈퍼베이비였음.
사람들이 두돌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람.
무럭무럭...
옆으로 자람.
몇 년 전 아빠와 야채곱창에 맥주를 먹을 기회가 있었음.
우리 아빠 경상도 출신 군인이심.
무뚝뚝함의 극치를 고속도로 시속 150 키로로 달리심.
부대에서 명절마다 항상 집에 면세양주를 주는 관계로 장식장이 양주로 가득함.
근데 아버지와 나는 그냥 맥주마심.
왜냐하면 우리 집안이 음주가무가 약함.
아.. 쏘리.
못함.
.....상상을 뛰어넘음.
아버지랑 맥주 한 캔 나눠마시면 둘 다 얼굴이 새빨개짐.
혀 꼬임.
소주 한 두어병 한 사람들처럼 실실 웃어댐.
분위기좋게 각각 반 캔씩 들이켰을 무렵, 아버지께서 옛날얘기를 꺼내심.
"미야.. 니가 어렸을 때 말이다.
아주 쬐께냈을때,
내가 봐도..
하..........
(한숨을 계속 내쉬심)
못생기떠라...... 허허허"
허허허...
하하...
하............
나 내 아버지한테 못생겼다는 소리 들은 여자임.
그래도 나름 첫째라고 예쁨..... 아니 귀여움받고 자람.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나님은 하늘색 토끼인형을 넥타이로 등에 매고
화장실 앞에서 수건를 맛보고 있었음.
조용하다 싶으면 화장실 앞으로 기어가 밥을 팽개친 채 수건를 주식삼았다고 함.
일주일동안 보이지 않던 엄마가 쨘 하고 나타남.
꼬물꼬물 이상한 생명체도 같이 나타남.
엄마와 아빠의 관심이 그 외계생명체에게 집중됨.
나는 도도하므로 신경을 안 쓰는 척하.....
다가 필살기를 써서라도 부모님의 관심을 돌려보려 간
신히 입을 뗌.
"어.. 어.. 엄....ㅁ.....마...
ㄱ..ㄱ... 그.........거 ㅁ....ㅁ....모...야?"
나름 슈퍼베이비로 이미 이웃집 아줌마들께 명성이 자자했던
말 잘하고 쌕쌕이 엉덩이춤을 잘 추는 딸이 말을 더듬으니 부모님께서 기겁하심.
그 다음날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감.
나 도도하므로 더이상 말 안함.
소아과의사가 동생이 생기면 자연스레 관심을 끌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부모님께 친절하게 설명해주심.
시크한 부모님 나 따위는 살며시 팽개치시고
다시 그 외계생명체가 눈 뜨는 시간 내내 아이컨택하며 신호를 보내심.
아무튼 그렇게 나와 훈이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음.
아... 서론이 너무 길었음.
더운데 죄송함.
바로 넘어가겠음.
내가 7살이 되었던 해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그 때 훈이가 4살 반을 막 넘기며 누나의 포스를 느끼기 시작함.
나님의 대책없는 (옆으로) 자람이 갑자기 위로 솟구치면서 키가 막 자라버린 것임.
어깨즈음까지 간신히 자란 꼬꼬마 훈이는 나님을
통해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어린 나이에 습득함.
그 때는 뽀뽀뽀를 보며 도도하게 율동을 따라하고 있는 내 앞으로
훈이가 뽀미언니와 나의 아이컨택을 막으며 유유히 지나갈 때나
일요일 아침 디즈니랜드를 도도하게 시청하고 계시는 나님을 방해했다 하면
화려한 공중 이단옆차기가 따발따발 나가던 시절이었음.
문제는 그 겨울밤이었음.
그날 저녁을 뭘 먹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임.
아마도 지워버리고 싶은 사건이라 기억을 못하는 것임.
내 추측에 고구마나 바나나를 왕창 먹었을 것 같음.
아무튼 우리는 새나라의 어린이라 밤 9시면 꿈나라로 향했음.
엄마가 우리를 재우고 안방에서 주무시고
훈이와 나는 사이좋게 따땃한 방에서 이불을 깔고 자고 있었음.
자는데 뭔가가 이상함.
그래도 계속 잠.
그래도 이상함.
졸리니까 또 잠.
이건 아니다 싶다가도 나는 새나라의 어린이여야 하기 때문에 걍 잠.
그러다가 거실에 불이 켜짐.
아빠가 맥주 반캔에 거나하게 취하셔서 비틀거리며 들어오심.
기분이 좋으셨는지 훈이와 나 사이에 자리를 잡으시고 우리를 꼬옥 껴안고 주무심.
꼬옥.
꼬옥 껴안으심.
혼잣말로 이것저것 중얼거리심.
기분이 무지 좋으셨나 봄.
갑자기.....
정적이 흐름.
그 정적을 깨고 아빠가 고함을 지르심.
"XX미! XX훈! 야 이노무자식들
안 일어나!!!!!!!!!!!!!!!!!!!!"
라고 대뜸 집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심.
항상 무뚝뚝하시고 근엄하시던 아빠가 저정도로 소리를 지르시면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된 것임.
나님은 잠자리가 뒤숭숭해 반 쯤 잠이 깬 상태에서 7살 도도녀의 식스센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절대 눈을 안 뜸.
훈이가 졸린 눈으로 부시시 일어남.
아싸~ 나는 계속 자는척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나님은 계속 버팅김.
그런데...... 아빠가 단단히 화가 나셨음. 갑자기 소리를 지르심.
"누가 자다가 똥쌌어!!!!!!!!!!!!!!!!!!!"
"누가 자다가 똥쌌어!!!!!!!!!!!!!!!!!!!!!!"
"누가 자다가 똥쌌어!!!!!!!!!!!!!!!!!!!!!!!!!"
"누가 자다가 똥쌌어!!!!!!!!!!!!!!!!!!!!!!!!!!!!!"
'아...
똥이었구나.........'
자다가 이상한 기분이 똥이었음.
7살 도도녀 나님이 자다가 똥을 싼거임.
진짜 희한한 것은 이불과 옷을 포함해 훈이와 나의 머리에도 그것이 묻어있었음.
자다말고 훈이와 나는 아빠의 인솔하에 샤워를 함.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신 아빠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은 채 현실을 부정하고 계심.
나는 잠에서 방금 깨서 게슴츠레한 훈이의 눈과는 반대로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초롱초롱 눈빛으로 아빠를 쳐다봄.
자, 이 때가 기회임.
나는 도도하지만 나긋나긋하게 훈이를 타이름.
"훈아~ 이제 그러면 안 돼?!"
"훈아~ 이제 그러면 안 돼?!"
"훈아~ 이제 그러면 안 돼?!"
"훈아~ 이제 그러면 안 돼?!"
훈이가 나를 죽일듯이 쳐다봄.
4살 반 꼬꼬마의 눈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아이언맨의 슈퍼레이저가 뿜어져 나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무한 애정과 신뢰를 받고 있었던
첫째딸이자 쌕쌕이 엉덩이춤을 잘 추곤했던 슈퍼베이비였음.
아버지가 고개를 드심.
일어나심.
성큼성큼 우리에게 걸어오시며 공포의 몽둥이를 들고 오심
(부대에서 빤들빤들하게 잘 다뤄진 몽둥이였음).
나는 살짜쿵 좌로 1보 함.
훈이와 내가 제일 싫어했던 한 다리 들고 엎드려뻗쳐를 시키심.
훈이에게만 시키심.
나는 살며시 엄마 옆으로 가서 잠을 청함.
그 다음은.....
모름.
훈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함.
아빠도 기억이 안 나신다 함...
나만 기억 남.
그 때 이불 색깔, 입었던 옷, 아빠 표정과 훈이의 레이저눈빛은 아직도 생생함.
이 자리를 빌어 언제부턴가 남자가 되어버린
늠름한 공군 동생 훈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음.
훈아... 누나가 미안해~~ 하하하하
.. 근데 조인성 오빠는 또 언제 농구하러 나온대니? 하하하하
(나님 훈이 면회갔다가 조인성 본 여자임)
나님 이 때부터 옆으로 자라기 시작했음
아..
이거 이렇게 끝내도 되는거임?
톡되면 다른 에피소드도 올리겠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