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맨날 톡보다가 나도 쓸내용 없을까 생각하던중
3년전 일이 문뜩 생각나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순진했던 대학교 1학년때 일이었습니다.
전 시골에서 올라왔습니다.
그냥 세상 물정 잘 모르고 집에 용돈 타받으면서 생활하고있었죠
어느날, 제가 기숙사에 살아서 밖에서 놀다가 학교로 들어오고있었습니다.
가을쯤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학교 도서관건물 옆에서 어떤 양복입은 아저씨가
앉아있었습니다.
전 노래들으면서 가고있었는데 갑자기 절 부르더군요.
전 말을 잘하진 않지만 낯선사람이랑 가벼운 대화같은거 하는거 좋아합니다.
아저씨가 말을 걸길래 뭐지? 하고 이어폰을 뺐죠.
아저씨가 핸드폰좀 빌려줄수 있냐고 묻더군요, 뭐 급하게 필요한거 처럼 보여서 그냥 빌려드렸습니다. 자기가 서울에 사는데 제가 다니는 대학에 친구가 교수로 있다고 하면서 교수한테 전화를 해야한데요. 그러더니 전화를 걸더군요. 전화를 한 2번쯤 걸더니 안받는다고 끊으면서 자기 사정을 얘기하더군요. 수원에 일하러 왔다가 학교근처에서 오토바이랑 작은 충돌이있었다고, 중국집 배달부가 별거 아닌거같은데 죽겠다고 죽겠다고 엄살피운다고, 그래서 일단 학교병원에 데리고갔다고 하더군요. 그런상황에서 당황스럽고 정신없어서 지갑을 어딘가에 놓고왔는데 어디에 있는지모르겠다고 하고 핸드폰은 빳대리가 없어서 차에 충전시켜놨다고 하더군요. 근데 지갑도 없고 돈도 없으니 이거 합의를 볼수도없고해서 학교친구로 있는 교수한테 도움을 요청할려고 연결을 시도해본거라고...그러더니 다시 전화를 걸면서 음성메세지를 남기더라구요. 지금 자기가 학교 와있는데 바쁜지 지금 전화를 못받을 상황이면 이번호로 전화좀 달라고.. 그런식으로 음성메세지를 남기더군요. 저는 아저씨 상황이 급하고 지갑도 잃어버린 상황이시라, 그리고 어차피 딱히 할일도없으니 전화올때까지 몇분 기다려 보기로 했죠.
그사이에 아저씨는 저한테 핸드폰 일단 빌려준거 고맙다면서 저에대해 물어보시더군요,
제가 사는곳은 경북 예천군입니다. 찜닭, 간고등어, 하회탈로 유명한 안동시 바로 옆에 위치해있습니다. 제 고향을 묻더니 갑자기 자기 동생이 예천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예천이란 곳을 아는분도 별로 없을텐데 동생이 예천에 있다고 하니 엄청 반가웠습니다. 그러면서 안동에도 자주가는데 가는길에 예천도 자주 들린다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말 잘하는 아저씨한테 더이상 경계심이 없이 다 사실이라고 믿었나봅니다. 주로 고향얘기를 하면서 있었던거 같습니다. 또 그깟 푼돈 몇푼때문에, 누구 대접할 일 있거나 술자리 한번가면 쓰고나올만한 돈 몇푼때문에 지금 자기가 이러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자기가 무슨무슨일 하는데 돈많이번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그러곤 몇분 지났는데 친구분한테 전화왔다고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지금 처한 사정을 말하고 그사람이 합의금 50만원을 부르는데 돈좀 빌려달라고 하시는겁니다. 교수가 알았다고 햇나봅니다. 근데 지금 50만원 받을 카드가 없는데 저보고 체크카드같은거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있다고했지만 계좌번호를 안외우고있다고 했습니다. 아저씬 좀있다 전화준다고 전화를 끊고나서 저에게 잔액조회같은거 해보면 계좌번호 나오지 않냐고 그러시는겁니다. 전 잔액조회하면서 잔액만 보았기 때문에 계좌번호가 같이 뜨는지 아닌지 기억이 잘 안나서 그냥 그런줄알고 근처 편의점에서 조회를 해보았습니다. 근데 역시 계좌번호따윈 안뜨더군요. 대신 화면엔 제 카드에 있던 55만원이 찍혔습니다. 그사이 교수한테 다시 전화가 왔는데 지금 보안카드인가 뭔가 뭔가가 없다고 계좌이체를 당장 못해주고 2시간쯤 뒤에 가능할거같다고 했나봅니다. 아저씨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떻게하나 고민하시는거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굉장히 미안해 하면서 아저씨가 학생한테 큰돈인 50만원을 빌리기 정말 쪽팔리지만 지금당장 필요하고 사정이 이러니 빌려줄수 있냐고 묻더군요, 그러면서 이자쳐서 55만원으로 갚겠다고 했습니다. 참 바보였나봅니다. 아저씨랑 그 몇분 같이 있으면서 믿을만하고 어느정도 재력있고 통큰 사람으로 봤기 때문에 5만원을 벌 생각에 좋아하고만있었습니다. 2시간쯤뒤에 친구라는 교수님한테 돈을 받을테니까요..
그렇게 전 알겠다며 50만원을 즉석에서 인출해 묵직한 돈을 드렸습니다. 드릴때 살짝 찜찜한 기분도 있었지만 저에겐 그 꽁돈 5만원이 더 컸나봅니다. 아저씨가 자기 전화번호를 주면서 좀있다 이쪽으로 꼭 전화하라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아저씨는 제핸드폰을 계속 가지고 계시다가 저한테 돌려줬습니다. 전 더워서 기숙사에 들어가 열좀 식히고 게임을 하고있었죠. 그렇게 1시간쯤 지나고 전화를 해봤습니다.
.................................. 안받더군요...
아직충전중이고 병원에 계신가 싶어서 30분뒤에 또 해보았습니다.
.................................. 또 안받더군요.
점점 불안해 졌습니다. 설마 설마 하면서..
그때 갑자기 교수님이란 분한테 전화를 해보자고 통화목록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통화시간이 00:00이었습니다.. 1초도 통화하지않은거죠....제가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없는번호였습니다. 그리고 수신통화도 없었습니다. 제가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놓아 벨소리가 안울리니 그냥 전화왔다고 받으면 정말 전화가 온것처럼 보이게 할수있는거죠.
그제서야 사기를 당했구나, 사태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분은 처음 저한테 폰을 빌린이후로 막판에 돌려줄때까지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수한테 전화가 올거기 때문에 그사람이 들고있는거였는데 그게 제가 통화목록을 확인하거나 전화를 걸어볼 최소한의 가능성도 없앨려고 했던거였습니다.
계좌번호를 확인해야하는데 잔액조회를 해보자는것도 돈이 얼마나 있는지 보려는 수작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작은 고향에 동생이 일하고있다는것 말도 조금이나마 친밀감을 형성하려던거였습니다.
50만원정도는 적은돈이라고 한것도 자기 재력을 과시하면서 충분히 55만원으로 갚을수있다는 믿음을 주려는 것이었습니다.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핸드폰을 차에 두고 충전해놓았으면 몇분뒤에 그폰으로 통화하면 될껄 지나가는 사람 시간을 뺏어가면서 폰을 쓸 이유도 없었죠.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TV에서만 보던게, 왜 저런거에 속지 하면서 욕한게 저한테 일어난거죠.
생각해보니 여기서 제가 할수있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전화번호도 없는데 해결할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 신고도안했습니다.
아버지께 전화해서 자세한부분은 다 설명 못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런거에 왜속았냐고 뭐라고하시더군요. 참 할말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지금 순간부터 너무 걱정하거나 자책하지말고 없었던것처럼 잊어버리고, 어머니께도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만 두번다시 그런일 없게 교훈만큼은 가슴깊히 새기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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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생각해보니 참 한심하네요.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50만원짜리 경험인 샘이죠.
3년전 일이라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끄적여보았습니다.
글 읽으시면서 저런거에 속냐고 욕하실분도 있겠네요.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