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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잠긴 햇님

남복동과장 |2010.08.17 09:38
조회 12,768 |추천 32

정말 비가 많이오네요. 새벽녘에 내리는 비 때문에 눈을 잠시

 

떴다가 다시 잠들어 버릴 정도로 오랜만에 잠에 취해 잤습니다.

 

오늘은 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새로운 교장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전교생이라고 해 봐야 백명 약간 넘는 작은 초등학교에  까만

 

피부톤에 곱슬머리를 하고 계신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셨죠.

 

첫인상은 저분에게 한번 걸리면 종아리에 스크래치가 나는 건

 

다반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웠단 말이죠.

 

그런데 이분.. 참으로 아이들을 이뻐했어요. 별의별 대회는

 

다 만들었냈죠. 애국가 4절까지 예쁜글씨로 쓰기 대회, 식물이름

 

맞추기 대회, 훌라우프 잘 돌리기 대회, 줄넘기 대회, 일기 잘쓰기

 

등등.. 산수공식을 외우는 것 보다 저런것들을 하느라 나의

 

유년시절은 조금 바빴습니다. 그리고 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두둥..우리는 학용품이 아닌 토끼 한쌍을 부상으로

 

받았지요.. 뭐..공부를 잘해서 상을 받을 때도 일등에겐 토끼상을

 

주셨어요.  전 이 부분에선 한번도 받은 적이 없으니..패스할께요

 

아무튼..동생 가식이가 어느날 시험을 잘 봐서 토끼상을  받았네요

 

집은 거의 잔치집 분위기였어요.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신뒤에

 

토끼상의 첫 스타트를 가식이가 끊은거죠. 다들 놀랐죠.. 공책이

 

아닌 토끼를 상으로 받다니...뭐 이때만해도 전 토끼상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장마가 지는 여름날..

 

일주일내내 비만 오던 때가 있었어요. 어찌나 비가 오던지...

 

정말 비 때문에 우리동네가 잠겨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었던 그때...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가식이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 가식아.. 비가 너무 많이와서 ..빗물에 햇님이 잠긴 게  아닐까?"

 

" (어이없다는듯 코웃음을치며)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 왜? 그럴 수도 있잖아..저 산너머에...비가 많이 차서..햇님이

 

  물에 잠긴거야..그래서 이렇게 해도 안 뜨고 비만 오는거지~"

 

키햐........ 전 또 한번 추억을 되새기며 저를 쓰다듬하고 있어요

 

아무리 순수하다고 하지만..어찌 저런 생각을 해냈을까요??

 

가식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모조리 읊조리며

 

지금 해가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말해주었어요.. 역시 하나를

 

보면 열을 안 다고 가식이의 공돌이 라이프는 저 때부터 시작된거

 

였어요..

 

어느날 이었어요. 학교에서 백일장 대회를 해요. 글 쓰는거에는

 

자신이 있었던 터라.. 전 고추농사에 대한 동시를 지었지요.

 

밭고랑 사이로 흐르는 아버지의 땀방울을 먹은 고추는~ 뭐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동시였어요. 이래뵈도.. 지역신문에

 

동시가 열번이상 실렸던 사람이었습니다 전 ^^ ~~~ 에헤라디야~

 

 

아무튼.. 이번에도 최우수상은 내가 될 거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대회가 끝나고 상장을 받는 날이었어요. 두그두그두그두그..

 

장려상부터 발표했어요. 장려상은 절대 아닐거라고 스스로를

 

자만했어요.. 그리고 우수상도 아닐거라고 누구 이름을 부를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이름을 호명하신 선생님 목소리에서...

 

제 이름이 들립니다.. 남. 복..동~~~~~~~  어라..이상하네

 

이럴수는 없는건데.. 제 귀를 의심했어요. 내가 아닐거라고

 

멀뚱멀둥 운동장에 서 있는데 선생님이 너 어서 뛰어나가지

 

않고 뭐하냐는 레이저광선급 눈치를 보내주시고.. 옆에 있던

 

짝지가 옆구리를 찌르며 빨리 뛰어나가라고 했지요..전..

 

그때서야 내가 우수상이구나를 파악하고 뛰어나갔죠. 공부는

 

지지리 못했어도..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동시가 신문에

 

실린 어엿한 ~ 동시짓는 어린이의 자부심안고 살았는데..흑..

 

그렇게 쭈루루륵 호명된 아이들 틈에 서 있었어요.. 그리고 곧

 

바로 최우수상이 호명됐어요..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네요..

 

남...가..식~~~~~ 헉..제 동생이네요.. 어릴 때부터

 

공돌이라이프의 삶을 사랑했던 가식이가.. 글로 상을 탔어요.

 

저 자식.. 공부도 잘하고 이제 글도 잘 쓰고.. 토끼상을 두번이나

 

타가게 되는 신기록도 세우고.. 제 동생이었지만.. 속이 꾸물꾸물

 

하기 시작했어요.  ㅜ.ㅜ  동생은 대표로 상장을 받았고..

 

토끼의 귀를 잡고 팔딱거리는 토끼를 번쩍 들며..선홍빛 잇몸을

 

들어내며 웃었어요... 쳇...

 

 

그리고 교장선생님께서는 이어서.. 가식이의 글이 참 좋다면서

 

읽어주기 시작하네요.. 얼마나 좋길래.. 많은 학생들 앞에서

 

읽어주시는걸까.. 저도 기대가 됐어요.

 

 

제목: 빗속에 잠긴 햇님이여.

 

허거걱...저거슨...진정...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인데??

 

어디서 들었지? 어디서 들었지?? 제목을 듣자마자 혼자서

 

고민하는 복동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계속해서 읽어주십니다.

 

글의 내용은 전부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워낙에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일이라..그 구절을 잘도 생각이 나요..

 

" 산너머 아무도 모르는곳에 자리잡은 햇님의 집에 물이찼어요"

 

 

이런댄장... 저것은 분명 저와 가식이가 했던 대화중에 일부였어요

 

가식이는 저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다는듯이 웃었는데..

 

가식이는 그 이야기로.. 글을 써서 최우수상을 받은거였어요..

 

내 앞에선 그렇게 웃었으면서..뒤에선 감동받아 기억해뒀다가..

 

글을 쓴 거였지요... 이런 망할놈의시키를 봤을까요..

 

어린나이였지만.. 정말 배신감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토깽이를 안고 집에 돌아가려는 가식이에게

 

다가가서 따졌어요. 이시키는 나에게 맞으면 맨날 쳐 울면서

 

그러면서도 나의 마음에 소심한 상처를 입히는 짓은 잘도해요.

 

" 야 니가 쓴거 말이제 그거 내가 니한테 말한거 아니냐?"

 

역시 당당하게 말하는 가식이..

 

" 그라믄 니가 쓰제 그랬냐~~~" 확 이시키를 진짜..

 

" 야~ 니가 말도 안 된다고 그랬응께 내가 안 썼제. "

 

" 말이 안 된께 글로쓰제 멍충이밤탱아"

 

어우.... 저시키가 사흘내내 맞고, 동네에서 왕따를 당해봐야

 

쌍둥이 누나의 소중함을 알겠다 싶었어요.. 이대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기 시작하는 저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의 속이 시원해질 만한 복수따위가

 

없었습니다.. 내가 가식이보다 공부를 잘해서  이길확률은

 

바닷가  백사장에 떨어진 비듬찾기보다 어려웠고,  운동을 해서

 

이겨보자 할라치면 하기도 전에 .GG 를 외치는 녀석때문에

 

정정당당한 승부욕도 못 누릴 것 같고.. 어찌됐던 속은 좀

 

시원하게 해야하는데... 그 방법은 저 녀석을 작살나게 때리는

 

방법 밖에 없었단 말이죠.. 하지만 그것도 티가 나서.. 안 될 것

 

같고..그렇게 여러날이 지난 어느날... 전 가식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복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한가로운 오후 어느날... 학교가 거의 마칠 때쯤.. 청소를 다 하고

 

시끄럽게 떠들 던 4학년1반의 3분단 세번째 네번째 줄에서는

 

고요하고 침묵의 기운이 나돌며.. 뾰족한 샤프연필 끝의

 

공포가.. 누구든지 여기에 앉기만해봐라..포스를 연신 내뿜고

 

있었지요... 그 순간.. 반장이었던 가식이는 터벅터벅..

 

세번째줄 왼쪽 의자에 다가옵니다... 옆에 앉아있던 나의

 

삼총사 중 한명과.. 뒤에서 낄낄대는 나와 짝궁은... 제발제발..

 

굴욕적인 모습을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렴을 간곡히 기도하는

 

찰나... 가식이의 엉덩이와.. 뾰쪽한 공포를 내뿜는 샤프연필 끝으

 

머리가 닿는 그 순간!!!  가식이는 비명을 지르고~~ 난 박수를

 

쳤지요.. 가식이는 뭔가 휩쓸고 지나간 항문의 끝자리를 두 손으로

 

스피드하게 비비고 있었고... 우린.. 잽싸게 샤프연필 꼭대기를

 

집으려고.. 가식이 자리를 훑어보는데.. 어라..이 연필꼭대기가

 

사라져버린것...아무리 찾아봐도 없자..친구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시선이 머문곳은... 바로... 가식이 엉덩이......그리고.. 터지는

 

웃음보... 민망해하는..가식이 ~`연필꼭대기는 정확히 항문끝에

 

매달려 있었어요..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갔다면, 난 이자리에

 

없을테고..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저 세상으로 가는 참변을

 

당했을지도 모르죠..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가식이과.. 장마만 오면 나불대는

 

나의 입주댕이의 발랄함으로  한바탕 싸움의 소재가 되었지만.

 

가식아 사과할게..내가 좀 심했다. ㅎㅎ

 

 

 

 

 

 

추천수32
반대수0
베플으악으악|2010.08.17 23:28
정말 길어서 그냥 스크롤 내리는 분들...몇분만 투자해서 읽어보세요 그냥, 순수함을 새롭게 얻어가는 느낌입니다. 재미와 웃음을 떠나서 말입니다. ............................ 베플이네요~ 커다랗게 인기를 끌진 못하지만 작가님 글 좋습니다. 꼭 책으로 내셨으면 해요 소장가치가 충분함. 글속의 가식이는 지금 작가님곁에 없지만.. 이런글로 추억을 되새김질 하시며 힘내시는 님에게 힘을드려요~ 우리가~ 팬이 있잖아요^^ 다들 팬등록해서 응원의 한마디를!
베플아기염소|2010.08.18 13:13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줌마들 여럿이 화투치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십만원이 왔다갔다 백만원이 왔다갔다 천만원이 왔다갔다 내돈내놔 이년아 못주겠다 이년아 울상을 짓다가 삐뽀삐뽀 경찰차가 오면 ~$%^ (여기서부터는 잘 모르겠음 ;;) 아무튼 이노래 초딩때 부르고 다녔었는데 (나름 유행가였음 ㅡ.ㅡㅋㅋ)
베플도시쿨가이|2010.08.18 08:49
그때 그시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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