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지 5분 만에 저희 집에 사기꾼 아줌마가 방문하셨어요 ㅋㅋㅋㅋㅋ
벨이 울리길래 택배 올 게 또 있나... 하고 문을 빼꼼 열고 슥 훑어봤더니
빛과 같이 우리 층 라인을 몽땅 벨 누르고 돌아다니던 아줌마가 반갑게 들어오십니다.
(왜 저렇게 급히 다니나 했더니 그새 신고 들어가서 경비아저씨한테 쫓겨날까봐
복도 돌아다니는 시간을 최소화 하려는 목적인 듯 하네요 ㅋㅋㅋ)
아줌마 : 레인지 후드 점검하러 왔어요~ 3달마다 점검하러 오는 거 있잖아요~
- 포인트는 '남들 다 받는 거 너도 받자' 입니다.
저 : 잉? 저는 왜 오늘 처음 뵙나요?
- 저 1년 반 살았습니다 ㅋㅋㅋ
아줌마 : 어머 낮에 집에 안 계신가봐요~ 3달 마다 항상 도는데~
그래서 체크 안 돼 있었구나~
- 마치 공식적인 기록 장부가 있다는 듯 둘러댑니다
저 : 그런가보네요 제가 학생이라~
- 낚였습니다.
아줌마 : 어머 후드 봐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 청소 안 하시는 구나~
이거 싹 다 갈아드릴게요~
- 절대 팔러 왔단 얘기 먼저 안 합니다.
저 : 엉 뭐 네 그러세요-ㅁ-
- 불도 켜주고 배려심 작렬
아줌마 : 이거 이렇게 빼서~ 이렇게 박박 닦고 필터 갈아주면 돼요~
- 요건 좋은 거 배운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 : 이거 필터 2달마다 갈아줘야 하는데~ 하나 사놓으세요~ 1년치에요~
- 내놓는게 3만 9천원 짜리 '현대' 후드필터 입니다. 11번가에 검색하니 안 나오네요.
저 : 어라 -_-; 저 여기 6개월만 살고 나갈 건데요;;
- 진짜에요.
아줌마 : 어라; (살짝 당황) 그럼 반만 떼서 사셔도 돼요~ 뭐 사놓고 이사갈 때 가져가셔도 되구요~ (자기가 생각해도 이게 맞는 듯) 그렇네~ 지금 장만해놓고 두고두고 쓰세요~
- 당황하더니 해결책을 생각해내고 막 신나서 따발총 됨
저 : 근데요... 제가 지금 현금이 홀딱 사라졌는데...
- 진짜에요. 치킨 시켜먹고 동전 긁어서 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줌마 : 계좌이체도 되죠~
- 그러시겠죠 -_-
저 : 엄... 근데... 엄... (이때까진 살 생각이 있었음)
제가 나중에 따로 사서 끼우면 안될까요?
- 여기가 포인트!! 진짜 점검이라면 흔쾌히 그러라 하겠죠?
아줌마 : 근데 이거 시중에 안 팔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권해드리죠~
- 헐... 이런 씨알도 안 멕히는 소리를... 요새 인터넷에 안 파는 게 어딨니...
저 : 어라-_-;; (아직 반쯤 믿고 있음) 그럼요~ 반만 떼어서 살게요~
- 아줌마 급 실망하나 일단 경비아저씨 쫓아올까봐 마음이 급하므로 고개 끄덕끄덕
저 : 그러면요... 제가 폰뱅킹을 신청 안 해놔서... 인터넷 뱅킹하게 컴터 좀 킬게요~
- 아무래도 난 천재!!
아줌마 : (그새 후드 다 갈아끼우고 주방 발매트까지 박박 닦고 있음)
어머 언니 ㅋㅋㅋㅋ 이거 발매트도 박박 닦아줘야해요~
이거 오렌지 세제에요 오렌지~ (그게 뭐임?) 이거 완전 유명하잖아요~
- 이 아줌마가 팔아먹으려고 환장했구나 싶음
저 : 아 ㅋㅋㅋ 저 그거 있어요 ㅋㅋㅋ 그렇게 쓰면 되는구나 ㅋㅋㅋ
- 나도 같이 개드립 ㅋㅋㅋㅋㅋ
저 : (인터넷 켜지자마자 바람과 같이 '후드필터 방문' 이라고 네*버 검색 ㄱㄱㄱㄱ)
- 사기니까 절대 하지 말라는 눈물 섞인 경험담 ㄱㄱㄱ
저 : (이때부터 연극을 하기로 결심 ㅋㅋㅋㅋ
혹시나 모니터를 볼까봐 익스플로러 끄고 네트워크 연결 다 끊음)
어머 어떡해~~ (개드립) 인터넷 또 말썽이네~~~ 인터넷 뱅킹도 못하겠네요 어쩌죠~
- 열라 호들갑 ㄱㄱㄱㄱㄱㄱㄱㄱ 아줌마 레벨에 맞는 호들갑 ㄱㄱㄱㄱㄱㄱ
그러면서 냉장고에서 아줌마 먹고 떨어질 17차 한병과 바나나 한송이를 꺼냄
둘다 큼지막함 ㅋㅋㅋㅋ 절대 실망할리 없음 ㅋㅋㅋㅋㅋㅋ
아줌마 : (벙찜) 어머... 필터 다 껴놨는데... 동전도 괜찮은데~~
- 망연자실함 ㅋㅋㅋㅋ 비굴해짐 ㅋㅋㅋㅋ
난 커다란 맥주저금통에 들어있는 20만원어치의 동전을 볼까봐 조마조마함 ㅋㅋㅋ
저 : 어떡해~ 다시 가져가세요~ 저한테 공짜로 주실 수는 없잖아요~
제가 나중에 따로 사다 껴야죠 뭐~
- 난 열라 친절해
당신은 돈을 원해 절대로 공짜로 주고 싶지 않잖아 그렇지?
아줌마 : 아이참... 그르게요 그럴수도 없고~
- 그렇지 당신은 무료점검이 아니지 목적은 돈이었지 yo~
저 : 어쩜 이렇게 딱 동전까지 홀랑 떨어졌을때 오셨대요~ 참 날짜도 잘 맞춰오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호ㅗ호호호호ㅗ호ㅗ호호ㅗ홋
- 보라 나의 승리를
아줌마 : 할 수 없죠 뭐~ 그래도 일용할 양식을 오호호호 (ㅆ)
- 역시 대빵큰 17차와 바나나는 탁월한 선택
저 : 어쨌든 감사해요~ 안녕히 가세요~
- 난 끝까지 친절해
아줌마를 보내고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가
다른 사람들도 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비실에 전화했습니다.
혹시나 진짜 점검 아줌마면 어쩌지... 싶었지만 -_-;
경비아저씨 : 예????? 몇호에 있어요 몇호에~
- 식겁
저 : 아 일단 전 안 사고 내보냈구요, 근데 계속 돌아다니실 것 같아요.
- 보복할까봐 호수는 안 가르쳐줌 ㅠㅠㅠㅠㅠ 난 AAA형
경비아저씨 : 네 확인해볼게요~
얼마 전에 TV에서 후드 필터에 대한 방송을 해서 다시 출몰하는 것 같아요.
위기일발 어쩌구... 노홍철 나오는 거 ㅋㅋㅋ
어쨌든 후드 필터나 사둘까나 닐리리~
11번가 검색 ㄱㄱㄱㄱ
같은 규격에 1만원 이하로 구매가능하십니다 ㅋㅋㅋㅋㅋ
진짜 피눈물 날뻔 ㅠㅠㅠㅠㅠㅠ
사기꾼 아줌마와 관계없이 후드 필터 교체는 필요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