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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은 년 인사드립니다

멍-멍- |2010.09.30 16:28
조회 1,138 |추천 3

 

안녕하세요, 저는 콜센터에서 고객 상담일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입니다.

 

 

많은 고객님들과 통화를 하다보면 지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상대하는 일이 다 그렇고, 먹고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거,

모를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로는 폭발하거나 울지 않습니다.

 

대면하는 업무가 아니다보니 고객님들께서 폭언에 가까운 심한 말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역시 흘려 들으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어떤 고객은 무슨 무슨 욕을 했다더라, 같은 우스갯소리를 하며

나쁜 기분은 떨쳐내고 힘을 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어제, 전화 한 통에 받은 상처가 쉬이 가시지 않아서 글을 씁니다.

 

어제 남자 고객님 한 분이 전화주셔서 공직자 재산 등록에 관한 서류를 요청하셨습니다.

본인의 서류냐고 했더니 어머님의 것을 발급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저희는 본인 아니면 공직자 재산 관련 서류를 발급해 드릴 수가 없다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전화주시면 빠른 발급 도움 드리겠다고 했더니

시골에 있어서 전화가 안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최근 개인정보가 더욱 중요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는 서류는 커녕 가입 내역에 대해서도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타인에는 직계존비속도 포함이 됩니다.

어제 만 19세였다가 오늘 만 20세가 된 고객의 정보도

부모님께는 오늘부터 안내가 안되는데

자녀가 부모의 가입건에 대한 서류를 요청하는데

본인의 동의도 없이 될 리가 만무합니다.

 

 

정말 죄송하다고 어머님이 전화만 주시면 얼른 처리해드리겠다고

거듭 사과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고객님께서는 저에게

"이 개같은 년이" 라고 욕설을 하시더라구요.

 

 

개같은 년

개같은 년

개같은 년....

 

 

 

콜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욕을 들어봤지만

이처럼 기분 나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욕이 무시무시해서 기분 나쁜게 아닙니다.

 

지금 공직자 재산등록 서류를 요청하셨다 함은,

고위직 공무원이거나 선거를 통해 뽑힌 정무직 공무원이란 의미 아닌가요?

나라의 녹을 먹고 국민의 세금으로 살림을 하셔야 할 공무원께서,

누구보다 청렴결백해야하고 원리 원칙과 절차를 중시해야할 공무원님께서

자기 편의대로, 입맛대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상담사를 상대로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질러도 되는 건가요?

 

 

재산등록을 해야할 정도로 청렴해야할 공무원님으로부터

원리원칙을 지켰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찮은 상담사에 불과한 저라서,

고객의 소중한 정보 보호를 위해 타인에게는 정보 제공이 되지 않는다고 배웠고

아무리 높은 분이시라고 할지라도, 배운대로

타인에게 부탁한 서류를 보내드릴 수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멍했네요.

개 같은 년아 라고 했을 때 멍멍이라고 짖어드릴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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