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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주민이랑 결혼했음 세번째.

뽀잉뽀잉 |2010.10.08 22:40
조회 30,042 |추천 76

 

 

 좋은 저녁입니다.

 

 재밌다고 리플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악플 달아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아줌마는 관심에 목이 말라 있었어요ㅋㅋ

 

 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것이

 이런 날엔 김치부침개를 부쳐먹어야 되는데...ㅠㅠ

 배추값이 금값이라면서요?

 하아-

 이제 우리섬에서 김치 코빼기 보기는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겠군요...

 우리 남편 김치볶음밥 진짜 좋아하는데...쩝.

 

 

 

 

 

http://pann.nate.com/b202763716

3살 여아의 무서운 식탐

http://pann.nate.com/b202776873

식탐쟁이 3살 섬나라에 사는 이야기1

http://pann.nate.com/b202805429 (수정해써요ㅠㅠ)

식탐쟁이 3살 섬나라에 사는 이야기 2 

http://pann.nate.com/b202823390

식탐쟁이 3살 섬나라에 사는 이야기 3-1

http://pann.nate.com/b202851499 

식탐쟁이 3살 섬나라에 사는 이야기 3-2

http://pann.nate.com/b202977562

식탐쟁이 3살 섬나라에 사는 이야기 4

 

http://pann.nate.com/b202800251

난 원주민과 결혼했음 1

http://pann.nate.com/b202812038

난 원주민과 결혼했음 2

http://pann.nate.com/b202816222

난 원주민과 결혼했음 3

 http://pann.nate.com/b202836194

난 원주민과 결혼했음 4

http://pann.nate.com/b202927796

 난 원주민과 결혼했음 5

http://pann.nate.com/b203035659
 난 원주민과 결혼했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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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

 

 

 

 

 원래 남편 술버릇 얘기 하려고 했는데

 

 김치얘기 하다보니 갑자기 그 날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음.

 

 

 

 

 남편은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천상 남자였음.

 

 어릴때는 장손이라서 엄마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상만 드셨고

 

 머리가 커가면서는 밑에 줄줄이 달린 동생들에게 말 한마디만 하면

 

 밥상이 착착 차려지니

 

 자기는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밥을 먹을 수 있었음.

 

 

 

 

 17살 때쯤 미국에 건너가서 사촌 둘이랑 여자 없는 집에 살던 시절엔

 

 밥 차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맨날 버거킹만 먹었다고 함.

 

 그 당시 남편은 버거킹에서 일을 했었음..;;

 

 

 

 

 

 버뜨, 그렇지만 !

 

 남편이 장손이던 삼손이던

 

 연애시절,  나는 남편의 여왕님이었음. 만족

  

 

 

 

 

 한번은 시엄마댁에서 나 배고프다면서

 

 밥 퍼담고, 스팸을 굽고, 케찹까지 뿌려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서 내 앞에 차려준 적이 있었음.

 

 

 

 우리 시엄마랑 시동생들 줄줄이 뛰어나와서

 

 동물원 물개쇼 구경하듯 구경하기 시작함.

 

 시엄마, 급기야는 사진까지 찍으셨음.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한 장면이라고 하셨음. 땀찍

 

 

 

 

 

 그런데 그날

 

 찍을 사진 다 찍고 아들 요리하는 모습 실컷 구경하신 우리 시엄마,

 

 그 어수선한 상황을 대강 정리하고, 마침내 밥을 먹으려던 순간

 

 다급하게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오심.

 

 

 

 

 "내가 이거 아껴뒀던건데....."

 

 

 

 

 정체모를 유리병에는 빨간색 라벨이 붙어있었음.

 

 시엄마가 뚜껑을 여시는 순간

 

 그립던 시큼 꼬리꼬리한 냄새가 솔솔 풍겨나왔음.

 

 

 

 

 

 그것은 다름아닌

 

 대형슈퍼마켓에서나 파는

 

 

 

 

 

 유리병 김치!!!!!! 허걱

 

  

 

 

 

 "한국사람들은 김치 없으면 밥을 못먹는다면서?"

 

 "네?? 아뇨..꼭 그런건 아닌데.."

 

 "본토에서 먹는것 같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번 먹어보렴 아가. 섬나라 스타일이야."

 

 "엄마....고마워요ㅠㅠ"

 

 

 

 

 물론 허여멀건 한것이

 

 맵지도 않고 시큼털털한 뭔가 2프로 부족한 맛에

 

 손톱만한 크기로 조각조각 짤려진 배추는 물컹물컹했지만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꺼내다 주신 시어머니의 배려에

 

 감동의 도가니탕이 보글보글 끓으려던 찰나였음.

 

 

 

 꼭 이런 순간엔

 

 분위기를 조져놓는데 1인자인 우리 남편,

 

 날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본토는 무슨 본토. 너 사이판이 김치의 본고장인거 몰라?"

 

 

 

 

 

 

 이러고 있음.......

 

 

 아니,

 

 이건 또 무슨 할머니가 틀니빼고 총각김치 씹어먹는 소리야..

 

 

 

 

 

 "무슨 말이야?"

 

 "우리 섬 원주민들이 옛날옛적에 매운고추가 풍년나던 해에 발명한거야. 몰랐냐??"

 

 "(기가막히고 코가막혀) 뭐래냐. 여기 배추도 없잖아."

 

 "파파야로 만들었지. 그게 김치의 시초라구...쯧."

 

 

 

 

 

 또...또 시작됐다.

 

 저 말도 안되는 억지논리.

 

 저번엔 지나가는 꼬마초딩이랑

 

 사이판 나비는 잎사귀를 먹는다고 톱니이빨 드립을 치면서

 

 한시간을 싸우더니....-_-

 

 

 

 

 지금 니가 코리안 앞에서

 

 김치를 가지고 싸워보자 이거지..?

 

 

 

 

 

 

 "너 김치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어렵긴 뭐가 어려워! 스팸 굽는것보다 훨씬 쉽구만."

 

 "뭐라고?!!! 버럭 우리 엄마도 김치 한번 담그려면 하루 반나절은 걸리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데?"

 

 "배추 씻어서 소금치고, 물빠지면 고추가루에 액젓에 마늘까고 생강갈고..."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난 10분, 아니 5분이면 만들수 있어~"

 

 

 

 

 뭐시라?!!!!!!!!!!!!허걱

 

 

 

 

 "어떻게?!!"

 

 "차이니스 캐비지에 김치 베이스!!!!"

 

 

 

 

 

김치베이스?

 

김치베이스????

 

김치베이스??????

 

 

 

 

 "0_o......."

 

 "못믿겠나본데, 내가 보여주지."

 

 

 

 

 

 손을 걷어붙인 남편은 냉장고를 막 뒤지더니

 

 아까 김치가 담겨있던 유리병과 비슷한 용기를 하나 꺼냄.

 

 뭐라뭐라 한문이 잔뜩 써있는 걸 보니 중국에서 온듯한 느낌.

 

 아무리 찾아도 배추는 없었고, 반쪽짜리 양배추가 있었음.

 

 

 

 

 "이것밖에 없으니깐 이걸로 하자."

 

 

 

 

 칼 도마를 들고

 

 이게 칼질인지 다듬이질인지 알수 없는 현란한 남편의 손놀림 끝에

 

 반 수건가 된 양배추 조각들이 양푼 안으로 흘러들어갔고..

 

 그...김치 베이스인지 뭔지 하는

 

 살짝 껄적지근한 빨간 병에 가득 들어있는

 

 꼬리꼬리하고 걸죽하며 시뻘건 액체를 사정없이 양배추 위에 쏟아부었음.

 

 

 

 숟가락으로 몇 번 휘적휘적 하니까

 

 뻘건 것이 뭔가....먹기 꺼름찍 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니 겉절이 처럼 보이기도 했음..........

 

 

 

 

 "거봐. 딱 5분 걸렸어."

 

 

 

 

 젠장.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음.....

 

 

 

 

 그 꺼름찍한 양배추김치를 30초쯤 응시하고 있을 때였음.

 

 남편(이땐 남친이었음)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먹어볼 것을 권유함.

 

 지가 이겼다는 듯 의기양한 그 얼굴이 얼마나 얄밉던지

 

 한대 콱 쥐어박고 싶었지만

 

 정말 김치 맛일까...궁금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음.

 

 

 더욱이

 

 날 미치게 만들었던 건

 

 갓 담근 김치에서 나는것과 제법 흡사한 그 꼬리꼬리한 액젓내음......으으

 

 

 

 

 

 이건 뭐야.

 

 진짜 원조김치가 사이판에서 온거란 말이냐?!!!!!!!

 

 김치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함.

 

 

 

 

 

 남편의 닥달질에 못이겨서

 

 큼지막한 놈으로 하나 집어 올렸음.

 

 

 

 

 

 꿀꺽.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제기럴...

 

 이게 김치맛이면

 

 나는 여지껏 한국에 살던 내내

 

 엄마 돕느라고

 

 김장때마다 마늘까고 생강갈고 파다듬고 고추갈으러 방앗간에 왔다갔다.....

 

 

 

 

 

 ......괜한 개고생 한거잖아.....!

 

 

 

 

 

 덥썩. 입에 집어넣었음.

 

 

 

 

 

 

 우물우물...

 

 으석. 으석. 으석...

 

 

 으석.....

 

 

 

 으석................

 

 

 .................

 

 ........................

 

 

 ...........................................

 

 

 .........................................................우웩!!!!!!!!!

 

 

 

 

 퉷퉷퉷퉷퉷-

 

 입안에 혹여나 찌꺼기라도 남아있을까

 

 뱉어낸 것도 모잘라 입을 백번은 넘게 헹궜던 것 같음.

 

 

 

 

 충격이었음.

 

 공포...........절망..........번뇌..............신발.

 

 그 짧은 순간동안 온갖 나쁜 뜻의 단어들은 한번씩 내 두뇌를 스치고 갔음.

 

 

 

 기억하고 싶지도 않지만

 

 굳이 기억을 더듬어 그 맛을 묘사해보자면

 

 

 

 

 

 썩은데 매운 생선이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랄까..............

 

 

 

 

 

 으으으으으-

 

 생각만 해도 욕이 막 튀어나올것 같음. 웩

 

 

 

 

 

 "이게 무슨 김치야!!!!!!!!!!!!!!!!!!!!!!!!!!!!!!!"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왜? 맛만 있어 보이는데....라는 얼굴로 한 숟가락 덥썩 푸더니

 

 입 안 한 가득 머금었음.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지도 눈치 챔.

 

 그래도 지가 만들었다는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꾸역꾸역 씹어 넘김.

 

 

 

 ...독한녀석....

 

  저걸 뱃속에 집어넣고 버틸 수 있다니....

 

 

 

 

 

 

 ".......맛있냐?"

 

 "당연하지. 누가 만든건데."

 

 "근데 왜 똥씹은 표정이야?"

 

 "너무 맛있을때 나오는 표정이야."

 

 

 

 

 ....이것봐라?

 

 

 

 

 

 "내 입맛엔 안맞네. 맛있으면 너 다 먹어."

 

 "아니. 난 별로 배가 안고파서."

 

 "왜? 맛있다면서? 먹는거 버리는거 아니야."

 

 "나중에 먹으면 안될까?"

 

 ".....아직도 사이판이 김치의 시초야?"

 

 "당연하지!"

 

 

 

 

 오호...

 

 니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나는 그래서

 

 날 사랑하면 이거 지금 다 먹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런거에 약한 우리 남편은

 

 울기 직전의 얼굴로 숟가락을 다시 집어들었음.

 

 

 

 

 "다 먹으면 될거 아니야...."

 

 

 

 

 한 두 세 숟갈쯤 입에 쑤셔넣고는

 

 씹는둥 마는 둥 삼켜댔던가..

 

 

 

 얼굴이 샛노랗게 변하더니

 

 새파랗게 질리더니

 

 벌겋게 달아올라서는

 

 

 

 웩- 하고

 

 그날 아침에 먹은 씨리얼까지 다 토해냄. =_=;;;;;;;;;;

 

 

 

 

 

 등을 두드려 주면서 물었음.

 

 

 

 

 "아직도 사이판이 김치의 시초야?? ^^"

 

 "..............HELL NO!"

 

 

 

 

 

 그 날 이후,

 

 남편은 김치의 김 짜도 내 앞에선 말을 못꺼냄.

 

 

 

 

 

 

 쵸큼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한참 후에

 

 정말 한국 사람이 담근, 적당히 잘 익은 김치를 들고 와서

 

 남편에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었음. 서비스로 계란후라이까지.

 

 

 

 

 김치볶음밥이라는 말에 으레 겁부터 먹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남편에게

 

 걱정하지 말고 딱- 한입만 먹어보라고...

 

 맛 없으면 뱉어도 된다고 꼬셨음.

 

 

 

 

 반신반의한 얼굴로 쥐똥만큼 입에 머금고는 오물대던 남편이...

 

 프라이팬 채로 그 많은 볶음밥을 다 해치우고는

 

 

 

 

 

 "OMG!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건 처음 먹어본다................!"

 

 

 

 

 

 라고 말했음. 윙크

 

 이게 우리나라 김치의 맛이라고 남편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줬음.

 

 근데 이녀석......

 

 그날 이후로 삼시 세끼 김치볶음밥을 해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김치값으로 한달 생활비를 다 날린 비싼 경험을 했음.

 

 

 

 

 

 

 어제도 남편이 김치가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김치가 금치라고

 

 여기 섬나라에도 김치 구하기가 영 힘들어졌음.

 

 

 

 내일은

 

 남편이랑 김치 찾으러 마켓탐방 다녀와야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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