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책]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박소영 옮김/책공장 더불어 펴냄)
[스포츠서울 닷컴ㅣ박윤희 기자]
"고양이 일곱, 개 한 마리와 살면서 나는 더 예뻐졌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웃는 얼굴이 되어 간다. 이런 보석들이 철창에 갇혀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있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고통이다. 실제로 가슴이 시큰거리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앓아 눕는다"
포토그래퍼 박기숙이 내뱉은 말이다. 그 외에도 소설가 양귀자, 영화감독 임순례, 배우 김정은,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캣 등 국내 유명인 11인의 글이 (이 책에는) 포함돼 있다. '논외' 대상인 유기동물에 관한 책을 내놓으며 이들의 글을 싣는 것은 얄팍한 상술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자신들이 쓴 글을 흔쾌히 게재를 허용한 건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동물전문 1인 출판사 '책공장 더불어'의 여섯번째 책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유기동물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된 저자가 일본 전역의 유기동물 보호소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함께 유기견들 각종 사례를 엮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책을 열자마자 한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에 실린 사진 속 동물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여기 등장하는 유기견들 모습은 보호소에서 생을 다한 생명들의 최후의 초상인 것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과연 '안락사'라 부를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무려 77,877마리로, 이 중 30.9%인 24,035마리가 안락사했다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밝혔다. 이밖에 거리를 떠돌다 혹은 사설 보호소에서 숨진 동물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충분히 생명력 넘치는 동물들이 강제로 죽임을 당하는 것 자체를 '안락사'라 칭할 수 있을까? 유기동물 문제는 분명 반려인도, 매스컴조차 '접하길 원하지 않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한 동물단체의 2008년 조사 결과, 대부분의 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킬 때 사전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고 바로 근육 이완제를 놓는다. 결국 비용의 문제로 유기동물은 죽어가는 순간에도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이다. 인간은 무고한 동물들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마지막 순간에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보호소로 데려오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보호소로 오는 동물은 그날 바로 살처분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발라리 쿵쿵따는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이 다른 동물을 수술하기 전에 테스트 하는 실험견으로 7년을 살았다. 성대 수술, 중성화 수술, 이 외에도 여러 번의 수술에 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쿵쿵따에게 고기 캔을 주던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쿵쿵따, 이번 수술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그냥 떠나. 그래야 더 이상 이런 고통을 안받지"
"무슨 일로 오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믿기 어려웠다. 개가 열세 살 노견인데 배가 남산만 하게 부풀어 아프다고 낑낑 앓다 보니 그 소리도 듣기 싫고 개를 병원에 데려가든지 남 주라고 한마디씩 하는 주변 사람 말도 듣기 실다며 안락사를 시켜달라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되어 수술해도 살 확률은 낮아보였다. 주인은 "개가 나이가 많아서 손자들도 싫어한다고. 개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대고…. 나도 6·25때부터 개 키우던 사람이라고…" 죽여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주인은 사라졌다. -본문 중에서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임신한 개, 나이가 들어 눈도 잘 보이지 않는 개가 주인에게 버려져 보호소로 모여들고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3일 만에 가스실에 들어가 살처분된다. 이사를 가서, 개가 병이 들어서, 시끄러워서, 애교가 없어서, 새로운 고양이를 사서… 등 이해 못할 이유로도 생명은 버려진다. 쉬쉬하며 지나친 지 벌써 20년째. 상처가 치료되기는 커녕, 곪아 터져갈 지경이다.
"저도 버림받으면 죽게 되는 건가요?" 라며 천진하게 묻는 어린아이의 질문에 저자는 할 말을 잃어버리는 대목도 나온다.


국내 최초로 유기동물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이 책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향해 '과연 우리가 동물을 안락사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화두로 제시하고 유기동물을 줄이려는 노력을 촉구한다.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생명과 생명이 더불어'를 모토로 삼는 1인 출판사 '책공장 더불어'는 지난 2006년 출간한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리디아 히비'를 시작으로 '동물과 사람의 관계, 생명과 생명의 관계'에 관한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출처: http://www.sportsseoul.com/news2/emotion/books/2009/1129/20091129101150300000000_76991772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