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친누나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모 고교 교사로 둔 스물 한 살 대학생입니다.
고교 졸업한지는 2년 됐지요.
11월 1일자로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하던 체벌금지가 11월 1일자로
시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 누나가 왠일로 집에 일찍 퇴근했더군요.
평소에는 야자감독한다, 수업자료 준비해야한다, 애들 상담준비 해야 한다
맨날 퇴근시간이 저녁10시에, 집에오면 11시이던 누나가 말이죠.
그래서 기왕 일찍 온 김에 물어봤습니다.
'오늘 체벌 금지됐다면서?ㅋㅋㅋㅋㅋ 애들 말 안듣지?'
장난삼아 이렇게 물어본 말이었는데 표정 급 우울해지더군요.
'안좋아. 대책도 없이 이렇게 체벌 금지 시켜놓으면 어떡해. 정학, 퇴학, 교내봉사 이런거 다 소용없어. 이런 애들은 체벌도 안듣지만, 벌점 제도도 안들어 먹어. 정학, 퇴학시켜주면 오히려 고마워할걸? 교사 5년 하면서, 내가 배웠던 교육학이 다 그냥 꿈이란걸 느꼈어. 백날 수업 연구해서 애들 어떻게 하면 잘 이해시킬까 고민해봐야 법에 칼질해서 교사 싸잡아 못쓸 사람으로 만들어놓고, 성적 안나와서 사교육 시장 성행하면 그것도 교사 탓이고. 누나 그냥 학원이나 EBS에서 강사나 할까봐^^; 차라리 거기가 돈도 잘 벌고 훨씬 좋아. 애들한테 별로 시달릴 일도 없고.'
제가 동생이지만, 동생입장이 아니라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시절, 누나가 영어교사면 수업하는 거만 따라가도 무난히 2, 3등급은 맞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수업준비에 굉장히 열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실한 교사였던 누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을 다스리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체벌을 한다 쳐도 기껏해야 손바닥 몇대, 종아리 몇대, 귀꼬집기.... 애교라고 생각 될 정도의 체벌이었습니다.
그런데 몇몇 교사의 비인간적인 체벌로 인해 전체 교사가 애들을 개패듯 패는 막장교사로 인식되고 나서부터는 애들 털끝하나 못건드립니다. 혹시나 학교로 항의올까봐, 신고한다고 패악질 할까봐.
그래서 제가 요렇게 말해줬습니다.
'벌점 줘 벌점. 그러라고 있는 벌점이잖아. 그냥 벌점 막 줘버리고, 말 안 듣는 놈들 싹 다 정학시키고 퇴학시켜버려'
그러자 '교사 입장에서 벌점 잘 못줘. 퇴학, 정학 이거 생활기록부에 남는건데 교사 된 입장에서 애들 인생 생각해줘야지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돼. 그리고 퇴학이랑 정학 그렇게 함부로 막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부모도 애들을 싸고 돌기만 하지 자기들 자식이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이고 합당한 이유를 들어줘도 안들어. 무조건 자기 자식이 잘했으니까.'
체벌을 금지하시는 분들의 의견에 저는 찬성합니다. 학생들도 분명히 인격이 있고, 저도 학창시절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도 매 맞는거 싫어했습니다. 사람의 본성 아닙니까? 남이 자신의 몸에 손 대는 거 싫어하는거.
그런데 말이죠, 법을 뜯어 고칠 때에는 그 법이 없어지고 나서 발생할 반작용에 대해 적어도 대비책은 만들어 놓고 법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벌점, 정학, 퇴학, 교내봉사, 사회봉사.... 명분은 참 좋습니다.
그런데 저 아이들, 저런 거 훈장처럼 여깁니다. 아이들에게 자랑하듯 떠벌리죠.
수치심을 느끼지 않습니다. 잘못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저
'아 xx, 벌점 받았어. 니x, 벌점 족구하라그래.'
이러는데 교권침해가 안 당합니까?
이미 체벌 금지가 시행된 마당에, 한낱 시민에 불과한 제가 그것도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이렇게 쓴다고 해서 법이 바뀌겠습니까만은.....
다만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가 자기 감정대로 아이들을 개 패듯 패지 않습니다.
좀 더 사람다운 학생이 되도록, 자신의 꿈을 멋지게 펼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저녁 늦게까지도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지막에 그냥 누나의 한 마디 푸념이 기억나서 적습니다.
'난 그냥.... 아이들에게 있어 컴퓨터나 다름 없는 존재야. 영어에 대해서 물어보면 인터넷 검색하듯이 척척 나오는 컴퓨터. 이러려고 교사한 거 아닌데.'
'체벌 다시 찬성시킬테니 니가 법안 만들어봐라' 라고 한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저도. 매도 안듣고, 벌점 제도도 안듣는 아이들. 인성교육부터 다시 시키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쓰다보니.... 체벌을 떠나서 그냥 교육 자체가 문제인 거 같네요. 오로지 대학만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아이들, 그러다보니 인성교육에 제대로 신경 써주지 못하는 부모들.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입시키기 위해 수업하는 교사들. 셋 다 불쌍한 존재네요.
제가 말재주가 원래 좀 없습니다. 쓸 데 없는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쓴다고 썼는데....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