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20살.. 곧 있으면 헌내기가 되는 대학교 1학년입니다.
그냥 집에서 녹차를 마시는데 고등학교 때 녹차를 마시다가 좀 특이한? 경험을 해서 적어봅니다.
때는 18살 4월 즈음.
이제 곧 고3이 된다라는 압박감과, 이제 1년 남았다 라는 묘한 느낌 때문인지 안하던 공부
를 좀 했었죠.
그 때 제가 즐겨 마시던 것은 다름아닌 따뜻한 녹차였습니다. 학교에서도 가방 안에 티
백과 보온컵을 가지고 다니면서 중식과 석식을 먹은 후 매일같이 마셨죠.
나름 열심히 한다고 집에서까지 녹차를 흡입하면서 공부를 하던 기간이 대략 1달..
슬슬 마음이 나태해질 즈음 반쯤 남겨둔 녹차를 보온컵의 입구를 약 2cm가량
살짝 열어둔 채 전 아무생각 없이 씐나게 놀기 시작했습니다. 네, 무릇 모든 일들이 그렇
듯 가볍게 마음 먹은 일은 3일만에 때려쳐야 제맛이고, 독하게 맘 먹은 일은 한달만에 때려
쳐야 제맛이지요.
그렇게 신나게 놀기를 한달 조금 넘었을 때.
중간 고사라는 다시 독하게 공부하자고 마음만 먹을 일이 지나간 후에 전 불현듯 녹차
가 생각나서 제가 애용하던 보온컵을 찾았죠.
응?
컵 안을 들어보니 묘하게 묵직합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컵을 흔들어보니 찰랑찰랑 소리도 들리고, 제가 마시는 음료는 녹차
밖에 없기에 아 녹차가 안에 있구나. 얼릉 비우고 다시 새 녹차를 마셔야지 라는 마음으로
주방으로 갔죠.
뚜껑을 여는 순간..
그곳은 알 수 없는 미생물의 소왕국이었습니다.
컵 안에는 마치 도롱뇽 알같이 생긴 하얀 무언가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그 안엔 어떤 벌레인진 모르지만 고맙게도 자신의 자식들을 그 안에 서식하게
해주었더군요
<이해를 돕기 위한 도롱뇽님의 알>
아...
조용히 뚜껑을 닫았습니다.
과연 이 컵을 다시 씻어서 쓰는 것이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 행동인가?
단순히 이 컵의 주인이라는 이유로 이 작은 세계 안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오밀조밀
만들어놓은 이들을 잔인하게 컵 밖으로 내쫒아 세상의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하수구로
흘려보내는것이 정녕 옳은 일인가?
라는 고민을 3초간 한 후 조심스레 싱크대에 있는 그릇을 구석으로 밀어뒀습니다.
혹시라도 그릇에 걸리면 큰일이니까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싱크대에 미생물 덩어리를 붓기 직전..
가만히 보니 싱크대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걸러내는 망이 있더군요. 왠지 이대로 부어버리
면 이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전부 저 망에 걸려서 저를 원망하는 눈초리와 함께 역습을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저는 컵을 들고 녀석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용히 발걸음을
화장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경건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매일 아침 우리 가족의 거사를 책임지는 변기느님께
조심스레 흘려보내기 시작했죠. 맘같아선 한방에 훅 부어버리고 싶었지만 왠지 그랬다간
공중 높이 저 정체불명의 물질이 튀면서 내 몸에 묻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서 차마 그
러진 못하겠더군요
아..
넓은 물에 풀어놓으니 혐오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벌레가 빠른 속도로 꿈틀
대면서 변기 안을 활보했고, 메인인 도롱뇽 알 모양의 생물체는 꼬여있다가 길게 풀려서
변기 안을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죠.
그나마 다행인건 컵 안쪽에 단단히 달라붙지 않아서 녀석의 파편(?)이 아주 조금만 붙어
있었다는 점 이지요..
컵 안에 남은 찌꺼기가 없는 것을 확인한 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변기 물을 내려버렸
습니다.
뭔가 후련한게 마치 탄산음료를 입안 가득 삼킨 후 오는 후폭풍과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 후 컵을 샤워기로 최대한 깔끔하게 씻은 후 다시 학교에 들고갔지만 왠지 찝찝해서
전 결국 다른 보온컵을 샀습니다.
그컵은.. 제가 적당히 제 사물함 위에 올려놓고 잊어버렸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 반에 은근히 남의 물건을 자기 것 처럼 쓰는 아이가 어느 순간
물컵으로 쓰더군요.
양치할 때 거기 물도 받아서 가글하고..
점심 시간에 급식소를 다녀오고 나서 목 마를때 거기 물도 받아 마시고..
뭐 깨끗이 씻었으니까 괜...찮겠죠
친구야 미안
마무리는 마땅히 할만한게 없네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