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가장 가슴아픈 우리 아빠의 마지막 모습은 ..
내가 떠넣어 드리는 홍시를 한 숟가락이라도 놓칠세라 마치 어린새가 어미새가 주는 머이를 받아먹듯이 그렇게 아이처럼 내 품에서 홍시를 드시던 모습이다...
나의 철없는 욕심으로,,
나는 나의 아버지가 결코 우리를 두고 먼저 가실분이 아니라는 ..
그 철없는 욕심으로,,,
그 분이 그 힘든 투병생활을 하시는 동안을 너무나 쉽게 외면했었다.
그 때문에, 결국은 나의 철없는 믿음을 뒤로하고 가버리신 당신을 생각하면, 자꾸만 자꾸만 미련이 남는 걸 감당할 수가 없다...
나의 아버지는 ..
너무나 풍채 당당하고, 아름다우신 분이셨다...
언제나...늘,,,정에 약한 당신을 닮은 딸을 한없이 사랑해주셨고...
많은 정때문에, 딸이 상처받을까봐 늘 걱정하셨고,,,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선 예쁜 딸을 자랑스러워 하셨고,,
굳이 내게 주신 사랑을 생각치 않더라도,,,
늘 당신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시고,,,
늘 많은 사람들을 웃을 수 있게,,호탕한 웃음을 아끼지 않는 분이셨다...
내가 보고 자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은..아버지가 그 무서운 병마와 투쟁하시며 약해지는 모습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들었었다...
늘 푸근한 모습으로 나를 안아주시던 아버지의 품은 ...
이젠 내 품에 다 안길정도로 야위어 가셨고,,,
하루하루 주체할 수 없이 빠지는 그 빛나던 머리칼은 ...
그것들을 주워담던 어머니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게 만드셨고...
세상 누구보다도 명필이셨던 아버지가 당신의 이름조차 떨리는 손때문에 겨우 초등학생 수준의 필체를 구사하셨을땐..
남은 우리 작은 세가족을 슬픔으로 무너지게 만드셨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너무 많이,,,외면했다..
보기 싫었으니까..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실 분이 아니라고,,,굳게 믿고 있는 내 앞의 작아져 버린 아버지의 모습에 화가 났으니까..
그 땐...그 땐...그것이 아버지의 의지대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걸 몰랐다...
아버지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종양이 그렇게 큰 줄은 몰랐다..
절규하던 내 앞에 많은 친척들이 나를 붙잡고 끝까지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유골..
그 땐 어디서 그런 큰 힘이 나왔을까.......
나는 나를 꼭 붙잡고 있던 그 모든이들을 뿌리치고 아직 불기가 가시지 않은 당신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당신의 두개골은 반쪽이었다...
당신의 살들을 태우며 함께 태워졌을 그 종양들이 다 타고난 당신의 온전한 두개골은 반쪽이었다..
시커멓게 태워진 선명한 흔적과 함께 남은 반쪽,,,
그제서야,,나는 알았다...
열아홉해를 보고자란 당신의 강한 의지력과 긍정적인 믿음으로도 결코 극복할 수 없었던 아픔이었다는 걸...
당신 생전에,,,
따뜻하게 손 한번 더 잡아드리지 못하고,,,
나를 안을 수 없는 당신을 진심으로 안아드리지 못하고...
당신 아픈 곳을 사랑으로 감싸지 못한,,,
철없던 욕심으로 당신 가슴을 시리게 한 못난 딸이...
남은 미련때문에,,,
당신께 더 사랑을 보여드리지 못한 바보같은 미련때문에...
이렇게 아픕니다...
아빠...그곳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거우신거죠??
빈아는 말이야...
하늘나라에 법조인들이 부족했던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아빠를 먼저 모시고 가서 법적인 분쟁으로 들끓는 하늘나라를 좀 정리하려고,,
하나님께서 아빠를 먼저 모시고 가신 거라고,,,
그치만, 나는 너무 일찍 모시고 가버린 하나님이 원망스러워서...
그 분을 더 이상 찾아가지 않아요..
나 말이야...
어제는 아빠가 너무 보고싶었어요..
슬플때마다 괜찮다,,괜찮다...날 보며 웃으시고,,숨막히게 안아주시던 아빠가 너무 보고싶었어요...
나,,,너무 아팠거든,,,
미안해요,,아빠..
내가 아빠를 그렇게 내버려 뒀으니,,
아빠가 나를 이렇게 아프게 내버려 두는 것도,,,
난 원망스럽지 않아...
그렇지만,
지금보다 더 아프면,,,지금보다 더 많이 아파지면,,,
그 땐...외면하지 말기예요,,,
하루하루 자꾸만 나에게 자신없어지고, 숨으려 하는 요즘의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한 요즘..
적지도 않은 나이에 혼자 뭘 해보겠다고 혼자계신 어머니를 두고 외국에 나오기까지 했는데..
스스로 파고 있는 구렁텅이가 끝이 보이질 않네요..
당연히 안보이겠죠...끝이 궁금하지도, 다시 일어서고 싶지도 않은 이 무덤덤한 상태가 오히려
두렵습니다..
차라리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도 들면 그게 더 나을것 같은데, 나를 놓고있는 제 자신에게 원래 그랬다는 듯 무관심해져요..
그렇게 사랑해주신 아빠께 그렇게 미친불효를 저질렀으면서...
저는 또 엄마를 외롭게 만드는 철없는 딸이네요..
참.....늘 반성과 후회를 하면서도 결코 개선하려 하지 않는 제 자신이 미워서..
꼭 이런순간엔 ...
항상 당신의 발등위에 나를 올려놓고 ... 그 분의 남산만한 배위에 겨우겨우
볼을 비비는 저를 위해 꿀렁꿀렁 배를 움직이며 온 집안을 걸어다니셨던 ..
아빠가...너무 간절합니다..
정말..딱 한번만..."딸아..." 부르던 그 목소리 들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외롭게 해서...너무 차갑고 잔인한 딸래미여서 죄송하다고 말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