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8살 초등학생이 오줌을 쌌다고 몇시간을 벌을 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기사를 읽는 씁쓸함과 함께 제 마음속 오래전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네요...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도 비교적 생생하게 순간순간이 기억납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쯤 전에 시골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 였습니다.
저도 그때가 8살 1학년이었지요...
수업시간이었습니다.
화장실이 많이 급했습니다. 배가 너무나 꼬여오고...
수줍음이 너무나 많던 저는 차마 수업시간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얼굴이 노랗게 변하도록 참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화장실에 가면된다는 안도감에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때는 쉬는 시간만되면 왜 그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놀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실이며 복도며 정말 정신없이 뛰며 저도 놀았었지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려는 저를 누군가 뛰어 지나가며 '툭' 쳤습니다.
'헉'
수업시간 내내 참고있었는데...
터져버렸습니다.
제빨리 자리에 앉아 막아보려 했었지만... 이미...
배안에 남아있던 나머지까지 모두 그렇게 앉아서 일을 보구야 말았습니다.
움직일 수도, 뭘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냥 '멍'했던 기억밖에는...
다음 수업시간이 되었습니다.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간의 수업이 계속되었는데...
선생님께서 고개를 계속 갸우뚱거리십니다.
몇번을 그러시다가 수업을 멈추시고는...
"무슨 냄새가 나는구나... 무슨 냄새인지 아는 사람?"
물론 당연히 아무런 말씀도 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지요.
선생님께서도 얼마의 시간동안은 냄새의 원인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은 못하셨던것 같습니다.
그러시다가 선생님께서 교실을 쭈욱 한바퀴를 도셨습니다.
다시 교단에 서신 선생님께선...
"아무것도 아니었나보다. 시간도 다 되었으니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하자"
그러시곤 교실을 나가셨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하고, 전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잠시후, 선생님께서 제게 다가오셔서는 "선생님이 창고에서 정리해야 할 게 있는데 좀 도와주련?" 하시고는 제 손을 잡고 학교 집기를 보관하는 창고로 데려가셨습니다.
창고에 들어서는데...
정리해야할 뭔가가 아닌...
물이 담겨진 세수대야와 큰 물통이 보였습니다.
언제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물이었습니다.
"많이 놀랐겠구나. 자, 바지 벗으렴"
옷을 다 벗고 선생님께선 따뜻한 물로 천천히 절 씻겨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직접 그렇게 씻겨주시는 동안 선생님과 전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지는 다른게 하나 있는데, 속옷이 없어서... 우선 수건으로 속옷하자꾸나."
수건으로 기저귀처럼 속옷으로 입혀주시고 바지를 다시 입혀주셨습니다.
"자, 다 되었다. 이제 교실로 돌아가렴."
엉덩이를 찰싹 한대 치시며 옅은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이후의 기억은 별로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날의 일로 저에게 말을 하거나 놀렸던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저만 아는 일로 생각하면서 살아오다가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어른이 된 다음에 그 일을 꺼내 제 기억을 가까운 몇 사람에게만 들려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얼굴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그때 씻겨주시던 물의 따뜻함과 선생님의 따뜻한 손은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제가 이 세상에서 다하는 날까지 그렇게 남아있겠지요...
바로 그날...
이번 광주의 초등학생처럼...
선생님께서 제게 벌을 주셨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똥싸개'라고 놀렸댔다면... 정말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광주의 선생님...
나비효과라고 아시지요...
선생님께서 별 생각없이 하신 행동으로 그 아이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제 선생님의 배려를 평생 따뜻함으로 기억하듯이요.
묵묵히 그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 믿습니다. 그런 선생님들의 배려와 가르침이 바로바로 눈앞에 어떤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초조해 마십시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여러분께서 가르치신 제자들은 그렇게 따뜻하게 사회의 일원이 되어 또 묵묵히 따뜻함을 베풀며 살아가게 될겁니다.
IMF이후에 교육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으로 손꼽히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역설적으로 직업차원을 띄어넘어 사명감과 꿈을 가진 선생님의 수는 오히여 줄어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해봅니다.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은퇴를 하셨을까요?
그렇다고 해도 어디에선가 또 따뜻함을 베풀고 계실 우리의 선생님...
당신이 오늘 무척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