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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하현 2

서연 |2003.07.14 04:56
조회 186 |추천 0

 2

 

나, 안하현. 그럭저럭 생긴 얼굴에 그럭저럭 서울내 대학은 갈 성적에

그럭저럭 불편함 없이 살아왔다.

물론 처음부터 엄마는 없었지만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

하나쯤 부족한 것도 있고 그런 법이지. 휴.

(이럴때 멋있게 담배연기라도 뿜고 싶다…그러나 난 범생에 가까운 뇬이다. 오해는 말아주고. 범생이라는 게 아니라 가깝다고 했으니까. -_-)

생긴 걸로는 절대 어디에도 안 빠지는 오빠라는 쉑 하나와(얼굴만!-_-이라는 게 문제지만.)

어디 내놔도 미남소리듣는 우리 아빠(역시 얼굴만, 이다. 에휴휴. 나름대로 직장도 좀 들어본 데고 평소의 멍한 얼굴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연구직씩에나 있어서 동네아줌마들의 재혼권유가 끊이지 않았다. 그게 나의 자랑이었던 적도 있었다. 어렸었지, 쯧.),

그리고 나. 우리 셋이 이렇게 깔고 야리며 행복하게 살았건만. ㅠ.ㅠ

엄마, 도와줘. 일찍 갔으니 일찍 자리잡았을거 아냐.

그럼 힘도 셀 텐데 대체 하늘에서 이렇게 될 때까지 뭐 한 거야?

아빠나 사고 못 치게 막아주지. 흑흑.

 

ㄷ ㅗ ㅇ ㅗ ㅏ ㅈ ㅜ ㅓ ㅇ ㅛ ㅗ ㅗ ~ 플리스으으으으 ㅠ.ㅠ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봐도 답이 안 나온다.

젠장. 안 그래도 머리숱도 별로 없는데 한 웅큼이나 빠졌다.

대머리되기 싫어어. ㅠ.ㅠ

 

“지머리뽑으면 재밌냐?”

“아아, 미치겠다.”

“깜짝이야, 아침부터 왠 지랄이야. 니가 드뎌 맛이 갔구나.

그래그래, 내 니가 이번에 셤공부한달 때부터 알아봤었다.

그러게 안 하던 짓을 하면 골로 간다니까. 캬캬. ^0^”

“씨끄. 꺼져. -_-”

“이뇬이 정말 정신이 없구나, 쯧쯔.

대인관계도 안 좋은 주제에 이렇게 하나뿐인 친구한테 막말을 하다니…

대체 뭐냐, 널 이렇게까지 망친 원흉이?”

“인경이년. 제발 가만히 있어주라.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해 죽겠구만.”

“아, 그니까 무신 문제냐고오!”

 

헉, 놀래라.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래.

할 수 없이 친구라 자처하는 웬수뇬한테

이리저리 집안 사정을 말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인경이 표정이 이상야릇한 거다.

 

“너 바보냐?”

“응? 뭔 소리래, 얘가. 가뜩이나 고민에 빠진 친구한테 할 소리냐, 그게?”

“야, 니네 아부지가 그런 걸로 짤렸다는 게 말이 되냐? 요즘 회사들은 그런대?”

 

그거야 대형사고를 쳤으니 그럴 수도… 없다!

생각해 보니 말 안 되네, 이거.

그래,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직장내 사고로 사람을 자르다 못해

물어내라고까지 한대?

 

“너, 왠만하면 아부지랑 대화 좀 하고 살아라.”

“응. -_-;;”

 

급한 마음에 앞에서 수업하는 선생님이야 알짱거리건 말건

핸펀을 열고 서랍 안에서 능숙하게 문자를 날렸다.

물론 이 상황에 직면한 단 하나뿐인 동지한테.

 

-생각해보니열라말안된다넌믿냐?

 

또로로로롱~

헉스. 깜빡하고 에티켓모드설정을 까먹었다.

두려움에 고개도 들지 못하는 내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ㅠ.ㅠ 젠장, 압수다.

 

“안하현. 내 놔.”

 

서, 선생님…함만 봐주세욧.

지금 울 아부지가 실직이 될까말까한 중차대한 순간이란 말입니다.

아무리 애절눈빛어택을 해 봐도 요지부동의 괴물은 손을 내밀고 있다. 제길. ㅠ.ㅠ

그리고 그 순간, 또 한번 나의 40화음 핸펀은

영롱한 멜로디를 흘려내며 메시지 도착을 알렸다.

그럼 그렇지. 나의 어빠께서 수업시간이라고 문자를 안 받을 리 없는 것을.

하지만 왜 이 타이밍이냐. 넌 전생의 원수였던 거샤!

그러고보니 내 원수들은 많기도 하지.

내가 전생에 큰 죄를 지었던 게다.

안 그러면 그 웬수들이 모조리 다 내 가까운 곳에 포진해 있을 리 만무.

이 웬수들아~~~~

상현이의 문자임이 틀림없다. 진짜로 궁금하지만…

마녀의 눈이 세로로 찢어졌다.

고이 내놓는게 신상에 이로울 듯 싶다.

눈물을 머금고 생일선물로 미리 받은 스.카.이.핸펀을 상납해야만 했다.

 

“끝나고 교무실 와서 찾아가.”

“넵.”

 

교무실이라니… 그건 선생들로 득시글거리는 그 곳?

나 거기 가서 원숭이되어야 해? 일진 더럽게 사납다. 에휴휴.

 

 

교무실 앞. 어찌어찌 오긴 왔는데

가/장/친/한/ 친구뇬은 매정하게도

교무실 있는 층으로는 걸음도 안 하는 것이 가훈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손만 흔들흔들. 나쁜 뇬. ㅠ_ㅜ

거의 죽어가는 얼굴로 아까 만든 대사를 열심히 반복해 봤다.

그래, 설마 아부지가 짤렸다는데 안 돌려주기야 할라고.

최대한 애처롭게, 최대한 불쌍하게!

눈을 쓱쓱 문지르는데 진짜 할짓 아니다, 이거.

더럽게 아프네.

운 것처럼 보이기 위한 팁이라며 인영이년이 가르쳐 준 방법은

지같이도 무식했지만 씨뎅, 효과는 있다.

진짜로 눈물이 나오네그려.

거울로 잠깐 점검한 얼굴은 눈주위가 발갛게 부은데다 물기까지 촉촉.

흠, 이만하면 됐다. 심호흡을 하고 교무실문을 열려는데....

어떤 쫘식이야! 키득거리는 새끼.

획 소리가 날 정도로 옆을 돌아보자 헉, 아무도 없다.

뭐시냐, 이거. 갑자기 등허리에 소름이 좍 끼치는 것이…

아냐, 나 분명히 들었다구! ㅠ_ㅡ

 

“킥킥. 븅신.”

“안 들었어, 난 안 들었어.”

 

귀를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젖는데

 

“븅신아, 아래다.”

 

내려다보니 어떤 미친 자식이

교무실앞 복도에 길게 드러누워서 날 올려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황당함에 입을 떡 벌리는데 이 기가 막히는 자식이 이런 헛소리를 내뱉는 거다.

 

“아직도 순면 흰팬티냐?”

 

띵. 아냐, 아냐. 이건 꿈이야.

 

“아악~!”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발을 굴러 놈을 질근질근 밟아줬다.

죽어봐라, 새꺄! 미친 놈한텐 매가 약이라는 말도 있다!

순면 흰팬티가 어때서! 면이 얼마나 좋은 건데!

(아니, 이건 아니다. 씨뎅, 헷갈리잖아!)

 

“어헉, 돼지가 사람죽이네!”

 

미친 놈은 고래고래 악을 쓰며 바닥을 박박 굴렀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지?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젖히고

그 놈은 아예 큰대자로 누워서 팔다리를 화다닥거리며 바닥을 쳤다.

 

“사람죽네, 사람죽어! 교무실 앞에서 살인을 해도 되는 거야?

이럴 순 없어! 내가 여기서 죽으려고 이 세상 살아온 줄 아나? 으아악!”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선생님들이 달려나오고

그들 역시 그 괴상한 광경에 입을 떡 벌리고 파사삭 굳었다.

(나야 벌써전에 석상된지 오래다.)

그나마 제정신을 차린 국어가 재빨리 그 놈을 부축해 일으켰다.

 

“어머나, 이게 뭔 일이래? 다운아, 괜찮아? 무슨 일이야?”

“맞았어요. 내가 연예인이라고 왕따시키는 거죠? 그런 거야…흑흑.”

“누가 때렸는데?”

“몰라요, 그냥 뭐가 뒤에서 퍽 밀고 지나갔어요. 엉엉.”

 

그 사내자식, 목청도 좋다. 연기력은 더 좋군. 띱. -_-+

여기서 입만 뻥끗 해도 난 완전히 몰리는 거야.

조심조심 벽에 등을 붙이고 스윽스윽 사라지려 하는데

그 요망한 놈의 눈이 나랑 딱 마주쳤다.

수그린 고개 사이로

눈이 무슨 괭이과 동물처럼 번쩍 빛나면서 입가엔 길게 미소가 그려진다.

헉, 안 좋은 예감. -_-;; 저 자식, 진짜 왜 저러는 거야?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초조감에 다시 한걸음 물러났다

아싸, 조금만 더 하면 모퉁이로 사라질 수 있어. 만세!

 

“어? 안하현? 너 거기서 뭐하냐?”

 

비러머글 새끼.

넌 진정한 웬수이자 나의 전정에 도무지 도움이 안 되는 새끼야.

너랑 같은 피를 타고난 자체가 내 인생의 가장 큰 저주란다. 씹팅아.

어쩌다가 너 같은 거랑 같은 유전자로 만들어졌는지,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한날 한시에 태어났는지.

젠장, 그 소린 너와 내가 하나의 배아였다는 결론이지.

진짜 정내미떨어진다.

머리 속은 파바박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정작 몸은 벽에 딱 달라붙어 도무지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

 

“엣? 다운이 넌 거기 널부러져서 뭐하냐, 볼썽사납게시리.”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운이라고 불린 새끼는 벌떡 일어나더니

상현이한테 달라붙었다.

질색팔색을 하는 안상현이라니…

상황만 이러지 않았어도 마음껏 즐겨줄 것을. 아깝다, 불끈.

 

“상현아아~ 상현아, 나 아파. *ㅁ*”

“씨뎅, 아프면 어디 가서 자빠져. 왜 남한테 기대고 지랄이냐.”

“안상현군, 그 따위로 말하면 뽀뽀해버리는 수가 있어.”

 

헉, 싸이코다! 어딜 봐서 안상현놈한테 뽀뽀할 생각이 든단 말인가.

역시 첫인상 틀리는 법은 없어.

이 자식은 충분하고도 넘치는 싸이코였어!

인상을 있는 대로 구긴 안상현놈은

저랑 거의 같은 키로 매달리는 놈의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뒷덜미를 질질 끌어 걸음을 옮겼다.

벙찐 상태의 선생님들이나 나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그 둘이 지나가는 길은 가히 모세의 기적.

그러나 그 가운데 난무하는 소리가 심히 듣기 좋지는 않단 말이지.

 

“야야, 저 둘 진짜로 사귀는 거냐?”

“그러게, 다운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상현이도 보기 드문 얼굴이잖아.”

“둘이 사귄다면 좋겠다. *_*”

“미친년, 그게 좋은 거냐? 괜찮은 남자 둘이 사라지는 건데.”

 

제발 그만 해라.

내 비록 내 반쪽을 과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남매다.

그것도 하나뿐인 남매.

오빠라는 쉑이 게이가 되는 꼴은 못 본단 말이다!

더구나 올케(?)라는 넘이 저런 싸이코라면…

말 다했다. 우리 집안 사람 잘못 들여서 완전히 망해먹는 거야.

나도 모르게 상현이한테 끌려가는 놈을 바라보는데

그 놈이 갑자기 쪽~을 보내는 거다.

윽, 가슴이 답답하고 심신이 아득해졌다. 한마디로 쏠렸다는 얘기다. -_-

 

“다음에 또 보자, 흰면!”

“죽어, 새꺗!”

 

울화를 참지 못하고 던진 한마디의 위력은 너무나 대단했다.

젠장. -_ㅜ 난 이런 식으로 주목받고 싶지 않았어!

난, 난 정말로 여리고 순진한 소녀였단다, 아가.

네가 건드리기 전까진 말야. -_-+ 두고보자, 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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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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