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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 제주도 여행기(역주행과 삶의 본능)

잠온다 |2007.11.15 16:32
조회 349 |추천 0

부스럭 부스럭 뭔가가 밟히는 소리

 

트럭 시동 걸리는 소리

 

공중 전화 박스 문여닫히는 소리

 

까마귀 소리

 

 

두 귀로 스며드는 잡다한 소리들 덕분에

 

정신이 깨버립니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찾아서 봅니다.

 

 

5시 45분입니다.

 

4시간 정도밖에 못 잤네요.

 

좁은 1인용텐트에서 잔 덕분에

 

몸이 제대로 뻐근하니 피곤합니다.

 

한 시간만이라도 더 자기 위해서 침낭 속에 들어가지만

 

아침부터 까마귀가

 

까아까악 울러댑니다.

 

 

일본에서는 삼족오다 해서

 

길조로 여기지만

 

까마귀를 흉조로 여기는

 

한국에서 태어난 저로서는

 

문화적 상대성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아침부터 까마귀 소리는 반갑지 않습니다.

 

텐트 안에서 꼼지락거리면서

 

몸 상태를 대략적으로 확인해 봅니다.

 

 

매트를 가져 오지 않아

 

거의 땅바닥을 느끼며 자서 그런지

 

몸이 뻐근합니다.

 

왼쪽 무릎도 덜렁거리는 느낌이 나구요.

 

 

일단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정리하고 난 다음에

 

조금 눈붙이기로 하고

 

텐트 밖으로 나왔는데...

 


어머 이런

 

밤새 태풍이 제 뒤를 쫓아왔던걸까요.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게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밤에 빨래하고 널어놓은 옷들이 아직 마르지 않아서

 

조금만 쉬다가 가기로 합니다,



초코바를 뜯어먹으며 지도를 참고삼아

 

오늘 가야하는 루트를 점검합니다.

 

 

오늘은 후쿠야마나 오카야마까지 달려보기로 합니다.

 

잠시 눈을 붙였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집니다.

 

이제 다시 페달을 밟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

 

살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잠들어 있는 온갖 감각을 깨우게 됩니다.

 

눈의 동공은 산대해지고

 

피부의 촉감은 날을 세우고

 

귀의 청각은 어둠 속에서 들려온느 굉음에 주의를 귀울이며

 

제 몸은 어둠 속 무언가에 경계를 잔뜩 둔 채

 

페달을 밟기 때문에

 

몸이 느끼는 아픔따위는 생각도 안 하게 되어서

 

오히려 자전거 주행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3km의 거리를 5분만에 주파하는

 

미친 라이딩을 한 번 펼쳐줍니다.

 

 

역시 인간의 본능은 위대합니다.

 

 

2시간 가량을 후쿠야마 주변에서 방황을 하다가

 

밤 12시가 되어서야 후쿠야마 시내에 진입을 합니다.

 

 

왼쪽 무릎이 상태가 안 좋아서

거의 오른쪽 다리로만 페달을 밟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그냥 호텔이나 료칸같은 곳에 들어가서 잘까 생각해봤지만

 

여행 초반에 편의만 찾다보면 몸이 나태해 질 것 같아서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밖에서 텐트를 치기로 하고

 

2번 국도 근처에 있는 중앙공원에서 텐트를 칩니다.

 

오늘도 하루가 다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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