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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만난 남자

차혜 |2007.11.15 20:01
조회 1,778 |추천 0

2년전 게임에서 만난 남자가 있습니다.

어떤 게임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때 제 나이는 18살이고 그 남자는 20살이였습니다.

 

그때 길드들어가는데 나이제가 보통 20살이상이였구요

그래서 20살이라고 속인뒤 길드에 들어가 만난 남자입니다.

들어가보니 나이가 18살도 있고 중학생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미 20살이라고 말한 뒤라 그냥 그렇게 냅뒀습니다.

어차피 만날것도 아니고

서로 그런 신상명세따위 뭐 그리 중요하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냥 다같이 즐겁게 얘기도 하고 사냥도 하면되니까요.

중요한건 제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지내다가 그 남자는 재수를 하게 되고(20살이라는게 수능본 직후 20살 되는..)

저는 또 고2 올라가는때라 공부를 해야되서 게임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한 3개월한거죠.)

그때까진 그저 그냥 길챗으로 다 같이 놀고 농담따먹기도 하고

그냥 친한 길드사람에 불과했습니다.

동갑이니까(제가 20살이라고 속였으니) 서로 이름부르면서 놀고 하는 사이였죠.

 

어쨋든 저랑 그 남자는 게임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접으면서 제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때까진 별 느낌이 없이 번호를 가르쳐줬죠.

 

가르쳐준 날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밥먹었냐는 둥 게임해서 하는 말장난이나 대화를 문자로 하기 시작했죠.

하루도 거르는날 없이 문자를 시작하게 되면

항상 '잘자'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애가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 애 라고 칭할게요. 남자라고 하니까 좀 어감이..)

저는 왠지 '싫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뭐 사실 만나도 뭐 어떠냐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공부하느라 한창 힘들시기에 위안이 되어준 애라

애착같은것도 있었구요.

아무튼 약속시간이랑 장소까지 정하고

그애와 만나는 당일이 되어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불안한겁니다.

난 그애를 속였는데 이렇게 속인 상태에서 만나도 되는걸까?

얼굴을 보여도 되는건가?

그애가 알면 화나게 될텐데 그럴거면 만나지 않는게 좋지않을까?

약속장소에 한 20분 늦어 도착한 후에 어떻게 할까 망설였죠.

 

일단 그 애가 나왔는지 어디에 있는지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애는 내가 안와서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고

전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는데 또 생각이 바뀌는 겁니다.

만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초초하고 불안했습니다.

그 애를 만나는게 두려운게 아니라

거짓말한 상태에서 그 애 얼굴을 보는게 힘들더군요.

꼭 도둑질한 것을 들킬것같은 불안감이

제 온몸을 휘감는 듯 했습니다.

 

결국 전 그 애를 보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문자로 미안하다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갔다고 했습니다.

그 애는 알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죄책감이 느껴져 더 이상 그애와 연락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하던 문자도 그냥 먼저 끝내는 식으로 말돌리고

전화도 안받고 했습니다.

이러면 먼저 그냥 물러나겠지 생각하구요.

 

3개월동안 그랬습니다.

어려서 그런건지 애착이 가서 그런건지

지금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맺고 끝는게 어렵게만 느껴지더군요.

 

그 애는 계속 문자에 통화를 했고 만나자고도 했습니다.

저에게 호감인건지 좋아하는 마음인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렇게 다정한 애가 내가 거짓말을 한걸 알면 어떻게 할까

욕을 하는건 아닐까..비난하는건 아닐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일방적으로 문자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내가 자길 피하는걸 아는 지

하루에 10시가 좀 넘어가는 시간에 항상 부재중 1통화를 남겼죠.

그게 한달정도 지속되고

저는 안되겠다싶어서 그냥 우리 문자하지 말자고 했죠.

 

그 애는 왜그러냐며 자기가 뭐 잘못한거 있냐고 그랬고

저는 아니라고 그냥 그만두자는 식으로 말했죠.

그러면서 흥분하지말고 3일정도 생각한 후에 문자하라고 했습니다.

 

3일이 지나고

그애에게 알았다고 잘살라고 문자가 오더군요.

그 뒤로 저는 폰번호를 바꿨구요.

저는 그렇게 일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말이 길어지네요.....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세요....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저는 고3이 되었습니다.

어찌하다가 게임에서 듣게 된 말로는

그애는 다시 수능준비중이라고 하더군요.

(문자를 그만둔게 9월말쯤이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꽤나 힘들어한걸로 기억합니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압박감과 하루 24시간 자는시간빼고

공부하는 답답한 생활에 많이 지친 상태였죠.

 

전화번호부에서 그애는 지웠지만 아직도 그애 번호는

기억하고 있는 상태였고 지친 마음에 자꾸 그 애가 생각났습니다.

그때가 6월쯤인것 같습니다.

연락할까 말까 며칠을 망설인 끝에 문자를 하게 됬죠.

 

그 애 번호는 여전히 같았습니다.

몇 개의 문자를 주고 받았고 내용은 그냥 어색하지도

데면데면하지도 않는 친구같은 느낌이였습니다.

 

저는 아주 친한친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데(성격상)

그 애에게는 털어놓고하곤 했습니다.

그 애는 제 이름도(이름도 다른이름을 가르쳐줬습니다.)

나이도 얼굴도 모른다는게 크게 작용한 것 같았습니다.

또 편하기도 했구요.

그런 상대이다 보니 애착도 많이하고 잃고 싶지 않아 지더군요.

 

그렇게 또 예전처럼 한달을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더군요.

예전엔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으로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은 제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까지 합쳐져 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상태가 좋다고 얘기했지만

그 애는 왜 자기를 안만나주냐며 그럴 이유라도 있냐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몇 번 말할까 했습니다.

'니가 나에 대해서 아는게 뭐야?'라고 운도 띄어봤고

'내 이름은 xxx야.' 라고 문자를 쓰다가도 지우고 했죠.

하지만 도저히 안되겠는겁니다.

그애가 절 비난할까봐 무섭더군요.

 

그래서 또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제 힘들어도 다시 그 애에게 기대지 말아야지 생각도 했구요.

두번째여서 그런지 그애도 별말이 없이

'그래 잘먹고 잘살아라.'하더군요.

 

그렇게 몇번 연락을 했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하다가

지난 달까지 연락을 했습니다.

(현제 20살, 그애는 22살이고 둘다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상태구요.

 

우리 연락 그만하자고 하면서 끊은게 아니라

서로 연락을 안하고 참고있는거죠.

 그 이유는

그애와 전화통화를 하는 도중이였습니다.

그 애는 술자리에서 잠깐 빠져나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술을 많이 먹진 않은 상태였습니다.

 

(가명을 수진이라고 치고)

그 애가 장난치면서 '난 연락안해. 니가 연락해. 수진아~알겠지 수진아?' 이러는데

제 이름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는게 불편해서

'알았다. 그만 수진, 수진 해라.' 라고 말했는데

그애가 갑자기

'왜? 수진~수진~, 근데 너 이름이 수진이는 맞냐?'

이러는 겁니다.

저는 잠깐 한템포 늦게 대답했죠.

'아니.'

그랬더니 그 애가 '어..그러냐' 이러더군요.

 

그리고 전화가 끊겨서 한달째 연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이 상황이라면(특히 남자분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을까요? 그냥 이대로 연락을 끊는게 좋을까요?

 

제가 그애와 사귈것도 아닌데 이런필요가 있을까 하는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론 저에겐 좋은친구이기도 합니다. 그 애도 같은 마음일지는 모르지만.

 

남자분들이 그 애라면 제가 말한다고 해도 용서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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