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20대 초반의 피시방 알바일을 하고 있는 아가씨입니다..
가게는 부산 서면 근처의 주택가와 유흥가가 공존하는 지역이구요..
몇번의 알바를 했지만, 사장님부터 손님들까지 다들 일반적인 피시방의 이미지와 너무도 달라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엊그저께 어떤일이 있었냐 하면요..
영업장에는 흔히 불청객이라 불리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잖아요..구걸을 하러..
할머니 한분이 껌을 팔러 오셨습니다..
저나 사장님(저희 알바들은 오빠라고 부름..^^)이나 목탁 두드리며 피곤하게 하는, 일명 '탁사마' 라 불리는 사이비 스님들은 그냥 등떠밀어 내보내지만, 그런 분들은 그냥 한바퀴 돌며 팔다 가라고 하십니다..
성인 손님들이 2~3통 정도 팔아주시고, 할머니 인상이 너무 선하고 들어올때 부터 거듭 죄송해하셔서 저도 한통 사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침 계시던 사장 오빠도 따뜻한 국물이나 한그릇 드시라고 만원짜리 한장을 안주머니에 찔러 넣어 주셨어요..^^
그렇게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 그냥 지나가려니 했는데..
구석에서 메이플을 즐기던 초등학생 5명이 저희끼리 수근거리는 겁니다..
그러다가 그중에 한명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할머니를 뒤쫒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옵니다..
알고 보니, 이녀석들..
지들끼리 게임비만 남겨두고 돈을 조금씩 모았던겁니다..
백원, 오백원짜리 잔돈들, 어떤 녀석은 천원짜리 그렇게 3000원 정도를 모아서 나가시는 할머니 손에 쥐어드리고 돌아온 겁니다..
세상에~~
누가 이 순수한 아이들을 초글링이라는 악의적인 이미지로 둔갑시켰나요??
어른들에게야 담배한갑 살돈밖에 안되지만, 지들한테는 피같은 그 코뭍은 돈을..
사장 오빠가 "짜식들, 내가 교육하나는 잘 시켰다니까.."
하면서 머리 쓰다듬으며, 얘들 짜장면 한그릇씩 시켜주고 게임시간도 30분씩 서비스 넣어 주셨습니다..^^
저희 가게 손님들 대부분 이렇습니다..
어른들도 소위 진상 손님들 거의 없고, 모두 서로 따뜻한 말 주고받으며 간식거리도 나눠먹고,
주변 업소에 도우미 언니들도 게임하러 오면 대부분 밝게 인사하고 좋은말만 나눕니다..^^
이 모든게 전, 우리 사장오빠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실제 사장, 사모님은 따로 계시지만 아들인 오빠가 사실상의 사장님입니다..
대학 졸업반 26살밖에 안됐지만, 정말 요즘 보기 드문 멋진남자입니다..
성실하고, 사람을 다룰줄 알고, 유머있고, 그리고 겸손하고..
외모는 딱 한눈에 봐도 부잣집 귀공자 도련님인데 옷도 인터넷 쇼핑몰의 1~2만원짜리만 사입는 검소한 사람이죠..그래도 옷빨이 서서 오빠가 입으면 다 명품같아요..^-^;;
자주오던 20대초반의 손님들 군대간다고 인사오면, 차비하라고 다만 얼마라도 손에 쥐어주고,
단골 학생들 시험기간에 보이면 "이눔 시키들!! 시험기간인데 한시간만하고 들어가라" 하고 머리 한대 쥐어박으며 돌려보내고..
업소 아가씨들에게도 "오늘도 고생했죠?? " 하며 항상 따뜻한 말 해주시고..
그리고 오빠네 집에서 앞전에 하던 사업이 굉장히 금액단위가 큰 사업이었나봐요..
근데 조금 건전하진 못한거라..-_-;;
그래서 항상 오빠가 수익중 일부는 떼어서 달동네에 주말마다 밥차 끌고 가서 어르신들 식사랑 막걸리 대접했다고 해요..오빠가 요리도 만능..^^
지금은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못하고 있지만, 피시방이 조금만 더 안정되면 그 밥차 운영은 꼭 다시 하고싶다고 하네요..
그리고 피시방에 자주 들러서 인사하고 가는 아가씨가 있는데, 오빠네 집이 전에하던 사업장에 같이 일했던 아가씨였나 봐요..
그 아가씨가 예전에 애인이랑 언니네 커플이랑 4명이서 같이 동거를 했는데, 갑자기 세들어 살던집에서 쫒겨날 형편인데, 당장 다른방 구할돈이 없었대요..
그때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오빠가 자기 비상금이랑 적금 탈탈 털어서 500만원을 마련해줬대요..차용증도 한장 없이요..
그래서 매달 조금씩 갚으러 오면서 놀러오는거래요..
우리 사장오빠 정말 멋지지 않나요??
장사는 잘되냐구요??
이런 사장님이 운영하는데 잘 안되는게 이상한거죠..매일매일 대박입니다..^^
겨울이 지나면 저도 다른 준비할게 있어서 일을 그만둬야하지만, 평생 잊지못할 따뜻한 이야기거리를 많이 만들어준 우리 오빠..
고마워요~~
그리고..
내 뽈따구 좀 꼬집지 마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