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660만원 대 1억7650만원. 똑같은 벤츠 S500인데 값 차이는 3000만원이나 난다.
한 시장에는 하나의 가격만 존재한다는 일물일가의 법칙이 완전히 일그러지게 생겼다.
어떻게 이런 희한한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SK네트웍스가 22일부터 미국의 딜러가 파는 외제차를 수입해 국내에 팔면서 벌어진 일이다. 적당한 이문을 붙였는데도 기존의 국내 벤츠 공식 딜러가 파는 가격보다 약 5000만원이나 낮은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과 시장의 관심은 ‘같은 제품, 다른 가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낮은 가격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이날 당장 그런 조짐이 나타났다. 벤츠가 C200K를 출시하면서 값을 종전보다 1000만원 이상 낮춘 것이다. 벤츠는 당초 SK네트웍스에 맞서 값을 낮추기보다 좋은 서비스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낮은 가격을 당할 장사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수입 차 업체들도 추가 인하 시기를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상반기부터 BMW를 시작으로 가격을 낮춰온 공식 수입 업체들의 가격 인하 속도도 빨라졌다. BMW는 최근 4000만원대 초반인 320i 모델을 선보였다. 가격 인하에 동참한 외제 차 업체는 지금까지 6개에 이른다.
올 4월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수입 차에 붙은 가격 거품을 빼겠다”며 해외 딜러를 통한 수입·판매 방침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2일 서울 방배동과 성남시 정자동에 전담 매장을 열었다. 미국 딜러에게서 사온 벤츠·BMW·아우디·렉서스·도요타의 10개 차종이 진열대를 장식했다. 이 차들은 벤츠코리아·아우디코리아 같은 국내 공식 수입 업체를 통해 수입된 것보다 값이 10% 정도 싸다. 옵션을 줄이면 가격 차이가 24%나 나는 것도 있다. 공식 수입 차들이 대부분 풀옵션인 것과 달리 여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SK네트웍스의 수입 차 시장 진출에 대해 기존의 공식 수입 업체들은 일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기라 다이조 한국도요타 사장은 “최고급 브랜드는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도 최고여야 한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가 파는 차를 사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남광호 벤츠코리아 수석부사장은 “SK네트웍스를 통해선 벤츠 고유의 문화를 누릴 수 없기 때문에 판매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은 “세계적으로 대기업이 외제차를 직수입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SK네트웍스의 행보는 이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제시하는 가격을 본 뒤 계약하겠다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수입 업체들이 가격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도 있다. 고객들의 요구가 파악되면서 슬그머니 가격을 내리는 딜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15일 도요타는 엔진 등 성능을 높인 뉴GS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사실상의 인하다. BMW도 최근 4000만원대 초반인 320i 모델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