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매해마다 변함없이 돌아오는 이 여름이
나는 왜 이렇게 좋을까.
하긴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여름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이, 무게가 다르니
작년의 여름과
올해의 여름은 같으면서도 다른 여름이겠지..
나는 작렬하는 여름햇살이 미칠만큼 좋다.
타는듯한 더위속에서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몸을 이끌고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노라면
"나는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입에 하드 하나 물고 길을 걸을때면
혀가 달라붙을 만큼 차가운 입속과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머리꼭대기가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마음에 든다.
작년,
차마저 익을 듯한 한여름에 여행을 떠났었다.
가는 곳곳 귀청이 터져라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행복했고
얼굴까지 치밀고 올라오는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가,
쓱하니 땀을 닦으며 쉬지 않고 걸어야했던 그 단조로움이 좋았다.
하루종일 걷고나면
몸이 땅에 척 들러붙듯
그렇게 쓰러져 잠들곤 했던
그 지친 밤들이 좋았다.
그러고보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보고 울음을 터트린 것도,
쏴~쏴~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정자나무 아래서
세상 모르고 잠이 들어버린 것도
그 여름 여행에서였다.
정자나무 아래서 잠이 깬 것은
앞에 놓인 들판에 뉘엇뉘엇 땅거미가 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노을이 내려앉는 들판이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조금 떨어진 마을,
집집마다에 불이 하나 둘씩 켜질 즈음에야
슬그머니 조급해진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던
작년 여름
나는 아마도 그 여름에 나를 내려놓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줌 밖에 안되는 미련에,
추억들에 나를 묶어놓고
삶을 무거워하던 나를
그렇게 그 여름 길가에 내려놓고 왔던 것 같다.
몇일씩 여행을 하고 돌아온,
새까맣게 타버린 어린 딸을 보고
기어이 눈물을 보이고야만 엄마와
눈가가 붉어지는 것으로 모든 말을 대신했던 아버지..
말없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아버지의 커다랗고 두꺼운 손을 기억한다.
올해 여름은
아직 더운줄을 모르겠다.
작년처럼
가방 하나 달랑 메고
타는 듯한 여름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은데
아직 여름이 익질 않았다.
그런데 올해의 그 길가에선
나를 내려놓고 오는 대신에
무언갈 주워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