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정복기
나는 벌써 2주일째 뉴욕을 방황 중이다. 첫날의 사건 후에도 나는 많은 남자들에게서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처음엔 내가 굉장한 스타가 된 듯 의기양양했었지만 일주일이 된 지금 나는 그것이 이곳의 일상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뉴욕의 길을 걷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수많은 남자들에게서 찬사의 멘트(Cat call)를 들을 수 있다. 멘트란 대개 ‘Very nice’, ‘You’re so beautiful.’, ‘hey gorgeous’ 등등.. 절대로 이런 typical한 멘트에 최고의 스타가 된냥 착각하면 안될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점점 심심해지고 있었다.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공원을 거닐고 영화를 보는 일상이 판타스틱하긴 하지만 매일을 그렇게 혼자서 지내다 보면 우울해지게 마련이다. 나는 무언가 특별한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이건 무언가 너무 밍숭밍숭했다. 특별한 무언가…
하루는 길을 걷는데 한 흑인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보통은 그냥 지나치면 끝이지만 그는 굳이 나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Hey, beautiful. Wait a second.”
나는 결국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일본인?”
“아니, 한국인이야.”
“오.. 넌 정말 아름다워.”
“하하… 고맙군.”
보통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흑인이다. 흑인남자들이 동양여자들을 좋아
한다는 말은 사실인 듯 하다.
“저기 내 번호 가르쳐줘도 될까? 나중에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구. 아니면 클럽에 놀러갈 수도 있고 말이야.”
“클럽?”
내가 길에서 헌팅이나 하는 인간들과 어울릴 리는 없겠지만.. 클럽이라는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귀
를 쫑긋 세웠다. 나의 보금자리.. 내가 너를 잊을 리가 없지.
뉴욕에는 수많은 클럽이 있다. 그리고 이런 천국을 그냥 지나칠 우재경이 아니었다. 나는 어느새 뉴욕의 클럽들을 서치하고 있었다. 뉴욕의 클럽.. 기다려라 뉴욕, 여기도 내가 접수하겠다.
나는 마음먹은 김에 당장 bebe로 달려가 클럽을 위한 진 핑크빛 섹시드레스를 구입했다. 몸에 잔뜩 달라붙어 나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드레스였다. 나는 158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알찬 가슴과 웨이브로 다져진 매끈한 허리 그리고 복숭아같이 탐스러운 힙선이 꽤 봐 줄만 몸매의 소유자이다. 모두들 미국에 가면 살이 찔거라고 겁을 줬지만 매일을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나는 오히려 살이 더 빠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여기는 동양인에 대한 미의 기준이 한국처럼 인색하지 않다. 고로 연예인같이 생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몸매 섹시하고 화장만 잘하면 나도 최고의 매력아이콘으로 먹어준다 이거다. 어쨌든 핑크드레스와 망사스타킹 그리고 하이힐을 신은 나의 모습은 내가봐도 매력적인 Hot girl이었다. 나는 오늘 기어코 뉴욕의 클럽으로 직행해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오늘 내가 선택한 클럽은 화려한 타임스퀘어 근처 41가에 위치한 Arena. 나는 드디어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밤이 깊어갈 무렵 나는 우선 깔끔히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매만지고는 핑크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완벽한 메이크업을 위해 메이크업의 천국 Sepora로 향했다. 나는 디올 섹션에서 자리를 잡고 서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스모키화장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향수까지 칙칙 뿌리고는 유유히 클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밤 12시.. doorman은 혼자서 당당히 들어서는 이 동양아가씨에게 무료티켓을 건내 주었다. Gorgeous들은 공짜! 이것은 미녀의 특권이다. 나는 당당히 클럽으로 들어섰다. 수많은 백인들이 환각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당장에 애플마티니 한잔을 들고는 환각의 바다로 뛰어들어 몸을 흔들었다. 나는 그곳의 몇 안 되는 동양인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가장 춤을 잘 추는 한 사람이기도 했다. 여기 사람들.. 참 춤을 못 춘다. 모두가 나의 등장에 집중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던 어느 순간 한 흑인이 내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역시나 흑인인가? 하지만 새하얀 정장에 번쩍이는 금 목걸이… 왠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Hey, sexy girl.. Can you feel me?”
그는 참으로 느끼한 멘트를 날리고 있었지만 음악에 취한 나는 그의 몸에 잔뜩 몸을 밀착시킨 채
정말로 그를 느끼며 춤을 추고 있었다. 역시 남자는 국경을 초월하여 똑 같은 종족인 법.. 그는 나에게 완전히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Do you want some air?”
“What?”
“I need some air.”
“What?”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역시나 힘에 겨웠다. 나는 잠시 쉬자는 그의 짧은 멘트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가 내 손목을 끌어당길 때까지 줄창 ‘What?’을 연발해야했다.
“난 DJ Sharehl야.”
그는 소개와 함께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Sharehl은 뮤직 프로듀서 겸 오늘의 게스트 DJ였는데
우리가 클럽의 한 구석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그의 음악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곳의 꽤 유명인사인 듯 보였다. 뉴욕의 인기 DJ.. 난 그런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지고 있었다.
“계속 나랑 춤 출거지?”
Sharehl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Sharehl은 역시나 프로답게 리듬
을 타며 나의 허리를 리드했고 나도 그의 움직임에 완벽히 응수하며 그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그러
던 한 순간 Sharehl은 나를 번쩍 들더니 꽤 높은 스테이지로 나를 올려놓았다. 하지만 순간의 당황스러움도 잠시.. 천하의 우재경이 아니던가? 나는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쉬가 터졌다. 그렇게 그날 밤 나는 지독하게 부드럽고 섹시한 웨이브로 내 발 밑의 American들을 모조리 굴복시켜버렸다.
“Oh! My God.. you are so fucking sexy!”
Sharehl은 내 허리가 끊어지도록 나를 끌어안았다. 내가 스테이지를 내려선 후 나와 DJ Sharehl
은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나갈래?”
Sherehl의 물음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내 손목을 잡고 클럽을 나섰다. 클럽 앞
에는 그의 번쩍이는 까만 지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차 문을 열고 나를 태우고는 자신도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넌 정말 쿨한 것 같아. 게다가 엄청 섹시해. 니가 좋아.”
“쌩큐.”
나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배시시 웃었다.
“그리도 너무 귀여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
“어디 갈까?”
그가 물었다.
“음…”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너.. 처녀야?”
갑자기 그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 왔다.
“What!”
초면에 이런 말을 묻다니..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거야.”
그는 나의 반응이 새삼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떤 남자 좋아해? 흑인? 백인? 아시아인?”
“한국남자밖에 안 만나봤어.”
“쯧쯧…”
“왜?”
“흑인이랑 한번 만나고 나면 다른 남자들은 못 만날걸?”
“왜?”
“흑인들은 그게 크잖아.”
“뭐!”
너무나도 직설적인 그의 표현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말이야. 흑인이랑 한번 하고 나면 다른 남자들이랑은 절대 못해.”
“하하하.”
“진짜라니깐 한번 해 볼래?”
갑자기 그가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안돼. 집에 가야 해.”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야?”
“응.”
“Oh! Come on! You are so sexy!”
그의 손이 애원하듯 내 얼굴을 감쌌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러나 남자조심!
“Sorry.”
난 다시 완고하게 거절했다. 나보다 어린 자식이.. 어디 감히..
“Ok.. 강요하지 않을게.”
그는 결국 시동을 켜고는 숙소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다. 자식.. 매너는 있는 놈이다.
“자.. 여기 내가 만들었던 첫 CD야 들어보고 연락 줘.”
그는 내게 CD 한 장을 건내주고는 매력적인 윙크를 날리며 떠났다.
숙소로 돌아온 나는 그의 힙합뮤직을 들으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이 들 때까지 그의 직설적인 표현을 곱씹으며 킥킥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