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아하고 감성이 풍부한 사춘기 소녀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주부의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국문과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당신께서는 문학에 관심이 많으셨나 봅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참 예민하고 속이 여리며 감성도 풍부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당신께서는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시고 고독을 즐기셨다지요..
저도 고독을 즐길 줄 아는데..
그때 만큼은 참 행복하지요..
수줍음을 많이 타서 촌닭,촌색시로 불리었다는 학창시절..
어찌보면 당신은 대기업 총수를 맡기엔 너무 여린 사람이 아니였을까요..
남들은 다 강하게 보였다지만
겉으론 강하게 보이지만 내면은 한없이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요..
당신의 선친과 당신께서 이루어 놓은 남북한의 활달한 교류가 실향민들의 많은
희망이 되었고 힘이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김윤규 사장에게 남긴 그 유서 한줄이 주부인 저에게도
눈시울을 적시게 하네요.
"당신 너무 자주 윙크하는 버릇 고치세요"
죽음을 앞두고 그런 유모스런 농담을 할 수 있다는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행기 사고로 눈 주위 근육을 다쳐서 수시로 떨리는 것을 당신께서는
회사일로 바뻐서 치료 시기를 놓쳐 버린 미안한 마음 때문에 "윙크" 라고 늘 역설 적으로
표현을 해서 사석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더군요..
그것만 보더라도 당신께서는 얼마나 남을 배려 할 줄 아는지 느낍니다..
저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현대" 라는 기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비슷한 라이벌 회사에 몸 담고 있기때문이지요.
또한 실향민 가족이신 어머님께서 추석 즈음에 8차 이산가족 상봉을
눈 앞에 두고 계시는데.....
당신께서 쏟아 부은 정성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당신께서 일궈 놓으신 업적들 만큼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궈 놓으신 많은 일들이 당신께서 떠난 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하는 바램입니다..
힘에 겨워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털어 놓지도 못하고
가슴속에 얼마나 많은 것을 쌓아 두었기에
어깨에 진 짐이 얼마나 무거웠기에
당신께서는 다 내려 놓으시기로 하셨을까요..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냥 단란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문학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살기를 ......
당신과는 무관한 한 주부인데도 사랑하는 가족을 등지고 떠나는 가장의 그 마음만 생각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걸까요..
오늘이 당신의 영결식 입니다..
당신만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겠지요..
쉰여섯의 한참 정열을 쏟을 나이에...
인생사 "공수래공수거" 이거늘...
모든 짐 다 내려 놓으시고 편한 곳에서 편히 잠드소서..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