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쯤이었을까? 마트에 갔다 오는 길에 어떤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을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들 가족은 화가 나 있었고, 아빠로 보이는 이가 딸한테 하는 말.
18년이 애비를 뭣같이 아네.. 하면서 벽에다 주먹을 내리쳤다.
난 순간 움찔했고, 내 아이와 함께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집앞에 다다른 순간 뒤를 돌아보니, 그들 가족이 우리 집 맞은편 건물로 들어가는게 보였다.
앞집에 사는 구나..
그후로 간혹 동네에서 때때로 그 아저씨를 보았다.
늘 런닝에 짧은 반바지 차림.. 온몸에 상처투성이..
직업이 없나부다..(추측)
그러다 오늘...
아이와 함께 슈퍼에 갔다오는데 우리집 앞 건너편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옆에 놓여 있는 소주 한병과 함께,
우리집은 1층이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밖이 훤하게 보인다.
그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는 게 싫어서 창문을 닫았다.
시간이 좀 흘렀다.. 이젠 갔을까? (호기심) 창문틈으로 보니 그자리에 누워서 자고 있다.
그 아저씨의 아이들이 그 앞에서 논다. 아무렇지도 않게.. (가슴이 쪼금 져려 왔다)
4시간 정도 흘렀다.
우리 아이 밥을 먹이고 있는데, 열어놓은 창문틈으로 그 아저씨의 아이들이 빼꼼히 쳐다본다.
왜? 내가 묻자 아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직 점심도 못 먹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1
아침 일찍 부터 파출부 일을 나간 엄마.. (따라가고 싶었지만 엄만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오빠는 학교를 갔다..
집엔 아버지와 나.. 잠든 아버지 옆엔 늘 소주병이 있었다..
이제 곧 아버지는 잠에서 깰터이고, 난 집에서 나가야 한다.. 피해야 한다..
어디로? 학교로 갔다.. 오빠가 다니는 국민학교.. 학교문은 수업중에는 열리지 않는다..
수업이 끝날때까지 학교 대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오빠를 기다린다.
기억2
국민학교 1학년때 쯤 이었을까? 같은 반 짝꿍이 자기 집에 놀러가잖다. 갔다.
그애 집엔 엄.마. 가 있었다. 엄마가..
그애 엄마가 간식으로 토스트와 스프를 만들어 놓으셨는데, 내가 예고도 없이 갔으니 내몫은 없었다.
작은 교자상에 토스트 두접시, 스프 두접시..
넌 빵이나 먹이라..하면서 식빵만 두쪽 주었다..그것도 참 맛있다.. 하지만 나도 먹어보고 싶었다.
노랗게 구운 빵 사이에 달걀 후라이,, 생전 처음으로 본 스프를..
세월이 많이 흘러 나는 이제 30이 넘은 아줌마.
내 아버지와 전혀 다른 성실한 남편이 있고, 예쁜 아이도 있고, 어느정도 여유롭게 산다.
이젠 그 유년의 어두운 기억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고, 때론 아예 내게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살고 있었는데..., 그집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어린시절의 모습이 겹쳐진다.
상처.. 아버지 때문에 겪어야 했던 우리 가족의 상처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그 상처의 자국은 엄마에게도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영원히 지울수는 없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