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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謹賀新年, 賀新年

춘발(春發) |2008.02.12 17:56
조회 168 |추천 0

이번 설날 연휴때 아버지께서 문득 동생과 나의 국민학교 시절의

 

통지표와 상장들을 보여주시며 "이제는 너희가 보관하거라.."

 

하시며 서류봉투하나를 내어주셨다

 

 

 

매일 일기를 써야만 하던 어릴적 시절엔 해가 바뀐 1월이 되면

항상 지난해의 년도를 썼다가 다시 지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밀린 일기를 써야만 했을땐 내용은 사실기반으로

각색을 해서 대충 쓰면 무리가 없었지만 '날씨'만큼은 

정확했어야 했기에 난 일기를 쓸때면 '날씨'가 가장 고민이였다

 

밀린 일기의 '날씨'에 대한 부담은 단골 방학숙제였던

'수수깡으로 만들기' 와 함께 나를 괴롭혔던 골칫거리였다

 

 

 

그렇게 잠시잠깐 국민학교때의 통지표를 살펴보면서

 

다들 어릴적엔 '반장'안해본 사람 없다고 하고 '수우미양가' 중에서

 

'all 수'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 없다고 하였으나 나의 통지표는

 

공부안한 장난꾸러기란 글씨가 수우미양가를 대신할 정도였다

 

특별활동엔 선생님이 쓴 '바이얼린'과 '스케이트'밖에 없는...

 

동생은 전부 수~~~ 난 수우미양가가 골고루 섞인 짬뽕!

 

 

 

그나마 내가 동생에게 장난삼아 내세울수  있었던 것은

 

'12년 개근상'과 빙상을 하였던 덕분에 학교대표로 받은

 

체육부분 표창장..그리고 빙상대회 순위권 입상으로 받은

 

교육감상 뿐이였다

 

 

 

엄마는 옆에서 '학력우수상'몇개 없는 '오빠'인 내 편을

 

들어주신다고 12년 개근이 학력우수상 보단 낫다며....

 

애써 아들편을 들어주신다

 

 

 

그당시 받았던 상장의 기쁨도 성적 안좋았던 통지표를 들고

 

하교하던 어릴적 시절의 내 모습도...사과를 깍아주던 엄마의

 

손에 뭍은 로션이 사과에 뭍어 로션맛이 나던 사과먹던

 

그때 그 시절도...이젠 사진으로 밖에 남아있질

 

않고 안좋은 기억조차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만큼

 

세월 이란것이 나를 이천팔년으로 훌쩍 밀어내고 말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아니 살고 있다보니 뜻하던 대로 되었던 때보단

 

뜻하지 않았던 대로 흘러가는게 인생이란 생각이 들고있다

 

그리고 뜻하지 못했던 것들이 다가와 행복을 안겨다 주는

 

것으로 바뀌고 있음을 그게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스무살 시절 10권으로 이루어진 <삼국지>란 책을 처음 봤는데

그땐 정말 <삼국지>에 나오는 수불석권(手不釋券)이란 말이

딱 맞아떨어졌다.

 

지금 생각나는 내용은 많지 않지만 관우는 제갈량으로부터 조조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는데 옛 전투시 조조에게 은혜를 입은 바

있는 관우는 포위된 조조를 죽이지 않고 도망가도록 했다

제갈량이 "천문을 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다.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다 쓴다 해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이다)일세.."라고 허탈해 했다

 

물론 지금은 보다 의미확장을 위해 修를 盡(다할 진)으로

바꿔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인생을 논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곤

 

생각하진 않지만 굳이 <삼국지>의 기억을 꺼내가면서

 

이야기 하고 있는건 아니 그 이야기가 이제야 와닿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단어가 특정한 낱말을 지칭하지 않는

 

근하신년의 근(謹)이란 뜻처럼...제갈량의 그 말도 세월을 더해

 

갈수록 느낌이 새로워진다

 

 

 

새해를 맞이한 다음날 국립공원에 있는 절에를 다녀왔다

 

종교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그것이 주는 겸손함은 언제나

 

학습의 대상이였기에 종교를 두고 논(論)한다는 것은

 

내게는 과분한 일이요..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오래전 재수를 결심하고 친구와 친구아버지를 따라

'구인사'란 곳에 함께갔던 갓 스무살의 내가 있었다

불전함에 돈을 넣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주세요'란

나를 위한 막연한 바램을 하며 절을 했었다

 

그리고 스무살의 끝자락엔 우연찮게 가족들과 팔만대장경과

성철스님의 사리가 모셔져있었던 합천 해인사에 내가 있었다

향내를 맡으며 '이젠 스물한살이니 저도 여자친구란 것을

만들고 싶어요..생기게 해주세요'란 나를 위한 청춘다운 바램을

하며 절을 했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렀으나 난 원하는 대학에도

그리고 여자친구도 사귀질 못했다

 

그 이후론 절에도 잘 가질 않았으며 우연찮게

가더라도 절대로 절은 하질 않았다

 

 

 

새해를 맞이한 다음날 국립공원내의 절엘 다녀왔다고 한 것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Not 근하신년 하신년'의 총체적인 내용을

 

대자연 속에서 다시금 느끼고 왔고 아주 오랜만에 부처님께

 

절을 하면서 스무살의 내가 바랬던 것처럼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바램을 하고 있는 이천팔년의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번 소개되었던 적이 있는 미국내 대학의

졸업식 연설중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이

개인적 인생에 바로미터란 생각이 들지만 총체적 인생의

그것은 조지아 공대 졸업식 연설을 했던 아메리칸리즘의

대명사인 코카콜라 CEO였던 다이슨의 것이 아닌가 싶다

 

"인생은 다섯개의 공을 저글링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일(work),가족(family),건강(health),친구(friends)

그리고 영혼(sprit)의 조화라며

일은 고무공이여서 바닥에 떨어지면 다시 튀어오르지만

나머지 것들은 유리로 되어있다는...인생은 경주(race)가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을 음미하는(savored each step of the way)

여행(journey)이라며...그러기에 우리는 오늘(present)을 선물

(it=gift)이라고 부른다(Today is a gift.That's why we call it

-the Present)"

 

 

 

그곳에 있었던 지금의 나는 나를 위한 바램이 아닌 다이슨의

 

졸업식 축사의 유리공으로 된 4가지중 가족과 건강에 대한

 

바램을 하고 있었다

 

 

 

근하신년의 삼갈 근(謹)의 뜻 처럼 조심스럽게 축하하는 것은

누구에게는 새해가 기쁘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가지 정황상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 그래도 기쁘게 맞이하자는

말인데....

 

 

 

二千八年 올해는 '근하신년'이 아니라 기쁘게 축하할 수 있는

 

일이 생기는 '하신년'이기를 바라며 아주오랜만에

 

다이어리를 조심스럽게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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