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톡에 글을 읽다 보면 결혼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분들의 글을 참 많이 접하게 되는 거
같아서 저는 그와 좀 다른 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지루할 수도 있으니..긴 글 싫으신 분들은..그냥 넘겨주세요 ^^;
저는 동갑인 신랑과 작년 28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신랑과 만난지 휫수로 십년이지만 그래도 이제 막 깨가 쏟아지는 신혼이죠~ㅋㅋ
당시 저희 신랑 회사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일하기 시작한지 일년 반 정도의
경력이였던 터라 월급도 많지 않고 모아놓은 돈도 없어서 저희는 서른 쯤에 결혼을 하려 했었죠
사실 시댁쪽에서 여유가 없어서 도움을 줄 수 없을테니 신랑이 조금 돈을 모은 후에
저희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 그래도 절 낳아주신 부모님들에
큰 반대 없이 결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신랑이 명절에 시골집에 내려가서 부모님께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 말을 하고 서른쯤에 하고 싶다 말씀 드렸는데
저희 시아버님이 그러셨데요..
남자 나이 서른이면 별 문제 없지만 여자 나이 서른이면
그 쪽 부모님들께서 마음이 편치 않으실거다..
그렇게 너만 생각하면 쓰겠느냐.
내가 지금까지 많지는 않지만 너 장가 보낼려고 모아둔 돈은 있다.
직장이 있는데 결혼하고 나서 굶고 살진 않을테니 올해 결혼해서 열심히 살아라..
저희 시댁 시골집 아직까지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방도 조그마 하구요..
그런데 시부모님께서 도와주신 돈..절대 무시할만한 돈 아닙니다.
몇 칠 뒤에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놀고 있는 저를 신랑이 한참을 보더니 잠깐만 앞에 와서 앉아 보랍니다.
손을 붙잡고 빤히 쳐다보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아련하던지요..
그 사람의 눈안에 모든 감정이 다 들어 있어서 그랬던 가 봐요..
그리 만족하지 못한 자신의 상황..
그럼에도 결혼하고 싶은 욕심..
그리고 부모님을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
저를 향한 애틋함...
그런 그가 조용히 입을 엽니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이러해서 결혼하라 하신다..
얼마는 결혼 자금으로 쓰고 얼마는 집을 구하는데 써야 하는데 서울이라 좋은 집은 못 구하겠다..
그래도...결혼해줄래....?
울었습니다..
그냥 너무 눈물이 나서 시부모님이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서..
그런 신랑은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어서..그리고 철 없이 기뻐서 신랑 안고 많이 울었네요..
다행이 친정쪽에도 쪼끔 도움을 받아서 아기자기한 집 전세도 얻구요
결혼준비 하는 동안 집안 끼리 문제도 많다는데
저희는 서로 자그마한 성의에도 너무 고맙다 하시구 해서 문제 하나 없이 결혼해서 신혼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
아직 맞벌이를 하고 있는 터라 우리 시어머님 애기 힘드니까 너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저희 신랑한테 항상 당부하시구요
제가 가끔 전화 드리면 뭐하러 이렇게 자주 전화 하냐고 많이 안해도 된다 그러시는 분이예요~
제가 명절때 설겆이 하고 있음 짠하다고 하지 말라 그러시구요
저희 잠 깰까봐 상도 조용조용히 차리신답니다.-_-;
그러다 일어나서 뻘쭘해서 "어무니 저 너무 민망해요~" 그럼 웃으면서 시아버님께 자기 민망하다 투정한다고 그러면서 두분이 같이 웃으시구요;;
저는 친정 엄마한테 그 말 했다가 시어머니 오셨는데 늦잠 잤다고 엄청 혼나구요 ;
저 딸기 좋아한다고 시아버님께서 명절날 딸기 한박스 사 놓은거 보면서 또 한번 감동하고..
생신때 드린 용돈 한사코 됐다 하시면서 안받으시더니 오히려
설날 복돈이라고 신랑이랑 저 각각 이십만원씩 챙겨 주시고 갈때 맛난거 사먹으라며
돈 오만원 또 챙겨 주시고 친정에서 기다린다고 빨리 가보라고 등 떠밀어
명절에 보내시는거 보면서 이렇게 좋은 시부모님 만난게 해준 신랑에게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저희 신랑 역시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인지 정말 선하고 착하구요 ~
저희 엄마 아빠에게도 잘합니다.^^
신혼 초에 거의 안 했던 싸움 몇번 했지만 지금은 그런것두 없구..
자기 용돈 아껴서 외식도 하고 저 화장품도 사주구요..
회사 끝나고 돌아와서 피곤해 하면 손에 물도 안 묻히고 살 사람인데 자기 만나서 고생한다고
안아주구요 일하랴 집안일 하랴 정신이 없지만 저희 신랑 청소도 잘 해주고 많이 도와주는 덕에
저 신혼 알콩달콩 잘 보내고 있네요~
작지만 두 사람 월급 잘 모아서 집도 사고 아기 낳아서 키울 계획에 힘이 드는지두 모르고 살고 있어요^^
결혼..정말 하시고 후회하고 못 겪을 일 겪으신 분들도 많은데요..
그래도 안 그런 시댁 그리고 남편이 더 많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 제 자랑만 실컷 했네요 ^^
물론 저 역시도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이런 좋은 기억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여건이 된다면 한번 해 볼만 한게 결혼이 아닐까..싶어요... ^^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