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나는 소복 입은 여인의 모습인양 수줍어 소담스레 핀 하얀 박꽃 아래 서성인다
박꽃은 너무 하얘 보기만 해도 눈이 시릴 정도다
하기사 박꽃을 보기위해 불면의 밤을 지내는 지도 모를 일이리라
박꽃은 요조한 여인의 속살 그리움 짙은 맵시의 꽃이다
박꽃이 하얗게 핀 이 밤이면 눈이 온 밤처럼 길이 훤하게 드러나누나
이 길을 걷는 선남선녀가 어찌 사랑하지 않고 배겨내겠는가
벌 나비 잠든 이 밤에 박꽃은 어찌도 홀로 피는가
환한 대낮을 피해 밤에 몰래 피었다가 아침 햇살에 고개를 떨구나
부드러운 달빛 내려 더 하얀 꽃 박꽃
무슨 사연 그리도 많아 밤에야 피는가
그래, 그 한 많은 사연이사 삼라만상 잠든 무심한 야밤에 풀기가 제격이겠지
너의 사연을 듣고 별빛 눈물로 대지를 적시누나
마음이 여린 달님도 너의 주변을 서성이다 동산위 솔가지에 걸리었다
눈부신 너의 하이얀 밝음에 바람도 곱게 숨을 죽였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너는 수줍음에 고개를 떨군다
깨어있는 모든 것이 너와 하염없이 도란거린다
박 속처럼 하얀 가슴살을 올린 계집아이가 노란 달빛과 가장 어울리는 하이얀 박꽃을 알게 되면 차츰 그리움을 배우지 않고는 못 배겨나리라
노란 달빛 묻은 하얀 꽃 박꽃, 산뜻한 바람 냄새가 난다
옛날 딸 가진 집에서는 시집보낼 나이가 되면 표주박을 심었다.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내 나무'로 심고, 시집갈 즈음에는 표주박 씨를 뿌린다. 사내아이 '내 나무'는 소나무로 태어난 해에 심는다. 어머니는 짬짬이 그 나무에 치성을 드린다. 그러면 나무처럼 아이도 잘 자란다고 믿었다. 딸이 태어난 해 심은 오동나무를 베어 장롱을 만들어 시집가는 길에 딸려 보낸다. 표주박으로 만든 바가지는 혼례에 썼는데 부적으로 신방 천장에 매달았다.
혼례때 표주박에 술을 따라 신랑 신부가 나누어 마신다. 이를 합근례라 하고 여기에 쓰이는 표주박을 합근박이라 하며 이 때 마시는 술을 합환주라 했다. 합근박을 청실홍실로 치장하여 신방 천장에 매달아 두면 사랑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2003, 08, 30 김 명 수
박꽃
하얀 꽃과 둥그렇게 익은 박이 초가지붕과 어울려 우리 농촌의 전형적 가을 풍경을 이루는 박은 열대 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시계가 없던 옛날, 여름 해가 너무 길어 언제 저녁밥을 지어야 할지 몰라 애태울 때, 신기하게도 저녁 5-6시 정도가 되면 박꽃이 피어 제때에 맞춰 밥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인의 살결을 박속에 비유하듯 꽃도, 속도 모두 다 눈부시게 하얗습니다.
박속은 맛있는 반찬으로 박껍데기는 요긴한 바가지로, 박꽃은 신기한 시계로 쓰임이 많아 옛날부터 여인네들과 아주 가까운 식물이었습니다.
요즘은 바가지로 쓰이지 않는 대신 박껍데기 바깥에 그림을 새겨 넣어 비싼 장식품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여인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습습니다
꽃지기의 꽃누리 사이트에서 설명과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참 좋은 곳입니다. 꼭 들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