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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행 짐을 꾸리며

여자는 소위 일등신부감이었습니다.
상류층이라 불리울만한 가정환경에 남자들이 가장좋아한다는 직업에
보통이상이라고 확신하는 자연산 외모까지
여자의 부모또한 그녀를 "일등과 완벽"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추기 위하여 그녀가 졸업을 앞두었을때는 유명요리사까지 불러들여 요리개인강습이며 여러가지 교육까지 마친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남자"와 "사치"라는것을 아예 모르는 여자였습니다
언젠가 자신에게 정말 어울리는 조건을 가진 남자를 만나기 위해 또 그와 완벽한 사랑을 위해 그녀는 기다렸습니다.
한마디로 여자는 겸손함을 가장한 위선자에 철없는 공주병환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게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녀가 졸업을 앞두고 한남자를 우연히 만나게되었습니다
정말 우연이라고밖에는 표현할길이 없는 만남
여자와 남자는 사랑하게 되었지만 남자에겐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고
여자는 남자의 조건이 마땅치않습니다.
자신에겐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헤어지리리 마음을 다져봅니다.

 

남자는 최고명문대학을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허우대멀쩡한것과 학벌만 빼고는 소위 가정형편이 어려운 전형적인 시골수재였습니다.
그에게는 여자를 만났을때 이미 5살연상의 애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의 학비며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었습니다.
그가 결혼을 해야한다면 바로 그녀와 해야합니다.
너무도 고맙고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 애인은 고교졸업과 동시에 오빠들 뒷바라지하느냐 고생하고
지금은 5살연하 대학생애인 뒷바라지하느냐 공장에서 열심히 기계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우연히 위에 언급한 공주병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철없이 천진해보이는 그녀의 큰눈동자에 반한것이었습니다.
지금의 애인과 헤어지기로 다짐을 하고  여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철없는 여자는 자신의 조건과는 동떨어진 그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그냥 단지 연애라는것을 해보고 싶어 그를 만나는것뿐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언제 어떻게 헤어지든 그를 깨끗히 잊을수 있을꺼라고 내심 자신만만해합니다.

 

그런 여자에게 얼마되지 않아 그와 헤어질기회가 왔습니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날로 쓰던 핸드폰을 해지시키고 캐나다로 가버립니다.
사랑이란게 어떤건지 몰랐던 철없는 그녀가 비행기안에서 후회했던건 당연한일입니다.
캐나다에 있는 1년동안 여자는 그 남자를 잊은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돌아왔을때 그녀에게 남아있는것은 오로지 "후회"라는 두글자뿐이었습니다.

 

남자도 여자를 잊을수 없었습니다.
이별을 먼저 꺼냈던건 남자였으니까요
그는 다시 연상의 애인에게 돌아갔고 그녀는 여전히 그의 학비며 생활비보조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돌아온걸 한참후에 알게 됩니다.
그녀의 연락처를 수소문한끝에 겨우겨우 용기를 내 전화를 겁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기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만났고 다시 사랑을 했지만
남자는 애인을 버릴수 없었습니다.
이미 버리기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헌신적이었고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여자는 남자가 그 "헌신적인 여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럴겁니다.
남자의 괴로움과 갈등이 여자에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가버리고 있습니다.
여자 또한 힘들어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떠나야하는데 이젠 그의 조건이 못마땅해서가 아닌 - 조건이란것은 이미 그녀에게 하찮아진지 오래입니다  - 그 애인을 버리지 못하는 그를 이해하면서도 그가 밉습니다.
드라마나 소설속에서는 이럴경우 예외없이 그 "헌신적인 애인"은 버림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여자는 소설이나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였습니다.
아마 버림받게 되는것은 자신일꺼라고 그녀는 예감합니다.

 

그렇게 갈등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고 그리워했지만
결국 남자는 결혼날짜를 잡게 됩니다.
결혼날짜가 잡히던날 남자는 술에 취해 여자의 집앞으로 찾아왔습니다.
남자는 말합니다
난 아마 뼈빠지게 일해도 이 동네에 살수 없겠지..재수없는 졸부들 동네 라고
그러더니 그녀에게 등을 내밉니다.
"지금 내가 너에게 해줄수 있는건 이거밖에 없구나 "
그녀를 업고 조용히 걷습니다.
둘다 아마 울었을꺼라고 여자는 짐작합니다.
 
여자는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대로 헤어질수는 없다고

얼마후
여자는 남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녀에게 얼마를 받았는데..그녀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잘해줬는데..
돈이라면 두배세배 열배든 내가 갚아 주겠다고...
부질없는 말이라는걸 알기에 그녀 입에선 고작 결혼 왜 해.. 날 사랑하면서..
라는 말만 나옵니다.
그는 "약속이니까" 라는 말외엔 아무말도 없습니다.
여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버린다면 그 "헌신적 애인"은 아마 죽을꺼라는걸
그녀의 연로한 부모또한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른사람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할껍니다.
뻔히 버림받을 만하자나... 남자는 최고명문대출신인데 여자는 공원이니
게다 뒷바라지까지 했으니 이용만 당한거겠지 여자가 나이도 많다며 라고...
여자는 생각합니다.
내가 그 상황이라도 "죽겠다"라고

 

그래도 여자는 남자에게 다시한번 말합니다.
날 사랑하잖아 라고
남자는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박살내고 맙니다.
"난 약속을 지켜야해 네가 설령 날 떠난다고 해도 "
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네가 없다면 난 평생 불행하겠지. 오래 살고 싶지도 않을꺼야"
라고 말합니다.

 

여자는 결심했습니다.
그녀의 어릴적 친구가 자리잡고 있는 핀란드행을 -집에서는 만류했지만-
남자는 물론 알지 못합니다.
여자는 남자의 결혼식이 있기전에 떠나려 합니다.
아마 핀란드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그녀는 그와 있었던 많은 날들을 날려보낼것입니다.

여자는 이제 그녀가 생각했던 "일등신부감"이 아닙니다.
그녀에겐 순결도 이제 없고 오로지 남편 한사람만을 평생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녀적인 이상도 없습니다.
그 남자를 알게된 긴 시간동안 그녀는 더 이상 철없고 위선적인 공주병환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어느 여자일뿐입니다.
그녀는 핀란드행을 위해 짐을 챙기며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을 되뇌입니다
"나 이제야 어른이 됐나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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