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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제 봄이오나봐 ^^

사랑해 |2008.02.29 00:04
조회 601 |추천 0

안녕하세요. 톡톡을 매일 하루 일과 중 10분의 낙이라 생각하고 늘 챙겨보는

21살의 직장을 다니는~여자입니다.

저도 이런 글을 다 올리게 되네요..

저희 할머니가 좋아 하시던 따뜻한 봄이 다가오니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서 적어봅니다.

할머니와의 사랑을 여기 글로 담아내기엔 너무 길어질듯 합니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15살이 되던 해..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 사정과 아버지의 불화로 견디지 못한

엄마가 집을 나가게 되셨고.. 저는 제 바로 밑 남동생과 아빠와 셋이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에 여자라고 저 하나뿐이니 설거지며 뭐며 집안청소며 해야하는게 너무너무 귀찮고 싫었죠..

한참 사춘기 때라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어울려 다니면서 아버지 속도 많이 상하게 했어요..

제가 집에 신경을 안쓰니 저희 친할머니가 한번씩 장봐와서 반찬이며 밥도 해주고

집안 청소며 빨래며 해주셨어요.. 처음엔 귀찮고 싫었어요.잔소리란 잔소리는 다 듣는 기분이었죠.

그리고 저희는 어렵게 저희집을 장만해 이사를 갔습니다.

할머니는 큰집에서 생활 하셨는데 큰집과도 가까운 곳이었죠..

그 집으로 이사가서는 할머니가 거의 살다시피 하셨어요 저희집에서..

저도 고등학생이 되고 아무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보니 많이 걱정되셨나봐요.

저희 아버지가 한번 출장가시면 1박2일..2박3일씩 다녀옵니다.

아버지가 안들어오는 날이면 우리집에 친구들을 다 끌어모아 술을 먹고 놀았죠

그럼 할머니는 속상해 하시면서도 김치찌개를 끓여서 문앞에 가져다 주시곤 했어요....

그리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토를 해대는 제가 뭐가 이쁘다고 꿀물을 타서 먹여주시고

하루종일 배를 어루만져 주셨죠.... 그 다음날 학교는 가야하는데 일어나지도 못하고

할머니가 깨우면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내면서 더 자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라 여겼고.. 할머니와 정이 너무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아버지가 출장나가신 날이었어요.. 할머니를 큰방에 혼자두고 제방에서 친구몇몇과

술을 마시고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큰방에서 낑낑대며 저를 찾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걱정이 되서 달려갔더니 못 하는 술을 드셨더라구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제게 술주정을 하셨습니다... 울면서.. 저희 아빠 이름을 막 부르셨죠...

"OO야..불쌍한 우리 OO야..." 저희 아버지는 어디가서도 기죽지 않고 정말 멋쟁이 소리 듣는

분이신데, 할머니 눈엔 한없이 가엽게만 보였나 봅니다...

그리고 저보곤 " 넌 내딸인기라 , 아이고 우리 OO이.."하며 뽀뽀도 하시고 손도 잡고..

처음으로 찐~한 애정표현을 받기도 했죠... 그리곤 함께 하엽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그러셨습니다..."어제 꿈자리가 너무 안좋다. 나죽을때가 됐는갑다.. 느그 학교 졸업할때까지는 내가 있어야 되는디.. 아이고 아이고..." 겁났습니다.

정말 할머니가 가버릴까봐.."할매 그런소리하지마!! 무섭잖아."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할머니는 잠이 드셨습니다. 그리고 그다음날 아침..

제 아침을 못 차려 줬다고 얼마나 속상해 하셨는지.."내가미쳤지,,내가미쳤지..미안타 헤헤 ^^"

그때 참 미안해 하며 웃던 할머니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다음날은 아무 일이 없었고.. 저는 그냥 할머니의 단순한 술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한달? 지났을까요... 할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을 갔는데..

폐암말기 라는 엄청난 병을 진단받고 오셨습니다..물론 본인은 모르셨구요..

그때부터 병원과 집을 오가며 꾸준히 치료받고 했지만..제가 알게 된 사실은..

수술해봐야 가망도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할수도 없는 상태라는 거..본인은 모른다는거..

그리고 .. 앞으로 남은 시간은 길어야 6개월 이라는........절망적인 소식이었습니다..

할머닌 미리..뭔가를 알고 계셨나봐요..

그 아픈몸을 이끌고도 계속 저희집과 큰집과 병원을 번갈아 오다니셨습니다..

저희집에 와서 저랑 같이 자는 날이면 드라마를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리고 할머니 옛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 웃기도 했고.. 의견이 달라 티격태격도 했고..

아프다고 해도 저희 할머니는 안 돌아가실줄 알았나봐요.

계속 실감 못하고 .. 마음은 늘 잘해야지 잘해야지 해놓고도 또 제 일과가 우선이었죠...

그러다 작년 1월.. 저는 취업을 나왔습니다..

그때 할머니의 상태는 많이 악화 돼있엇죠..그리고 첫 월급으로 내복을 사드렸니다.

그때 할머니 말씀..."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입노... 이런걸 뭐하러 샀어~~"

내복 하나에 고마워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더 잘해드려야지..다음번엔 좋은 옷 한벌 사드려야지

다짐했어요..근데 일을 하고 제가 벌어 제가 살다보니..정말 세상은 빡빡하더군요..

그후로 제가 해드린건 할머니 드시라고 자두 한봉지를 사준게 전부 입니다..

그리고 추석날.. 병원에 있는 할머니를 위해 탕국과 밥과 몇가지 반찬을 가지고 아침에 갔습니다

"으이고 배고파 죽겠는데 이제오냐!" 라고 인상을 쓰시던 할머니...

밥 다드실때 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한동안 계속 잡고 있었습니다.

늘 까만머리에 파마를 했던 우리 할머니.. 그래서 전 할머니가 흰머리가 있는줄도 몰랐네요..

그런데 백발이 되어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산소 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그리고 "또올게"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왔습니다.

그게.. 제가 본 마지막 입니다....

10월 19일 오후 5시 30분 경.. 저희 할머니는 다시 하늘나라에 천사가 되셨습니다..

6시쯤 동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누나.........누나......" 전 또 동생이 사고친줄 알고 " 왜이자식아 빨리말해 " 라고 했는데..

" 할머니가....돌아가셨어.."  "뭐!? 거짓말....거짓말!!!"이라며 얼마나 목놓아 울었는지..

그리고 기억도 잘 안나네요.. 세수만 얼른 하고 미친듯이 버스를타고 집으로 내려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병원앞에선 오바이트가 나더군요..

그리곤 들어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습니다..제동생이 마중을 나왔더군요.

"누나 들어가자..그리고 진정해"라며 카카오를 건내기에 얼른 받아 먹었습니다.

그리고 향하는.. 영안실.. 입구에.. "고인 OOO" 이라는 글귀를 보고 저는 들어가면서 부터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습니다.그리고 들어서자 할머니의 영정사진..

그옆에 고인 이름과 상주 며느리 손자 거기에 적혀있는 우리 이름들...

그리고 눈이 퉁퉁 부어있는 고모들.... 신발도 벗지 못하고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절을 하고 뭘 하라는데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고 엉거주춤 하고  한참을 ..

한참을.. 엉엉 울었던것 같아요.. 마음껏 울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출장나가시다 돌아온 아빠.. 아빠의 눈물.. 정말 믿기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할머니 입관식도 다 지켜 보았습니다..

꽃신을 신고 곱게 화장을 하고 있던 우리 할매.. "할매 좋은곳가.."라며 손을 잡았는데..

온기는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내손을 꼭 잡아줄것 같았는데......

대답도 없으셧습니다..곤히 잠을 자듯..그렇게 눈만 감고 계셧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엔 할머니의 목소리가 울려퍼졌죠..."울지마 이것아.."

제가 너무 울어서 밥도 못먹고 있다보니 고모들이 그러더라구요..

죄를 많이 지어서 더 죄송해서 많이 우는거라고...그리고 니가 정이 너무 많이들어서 그렇다고.

니가 그렇게 울면 할머니 좋은곳 못가고 이승 떠돌지도 모르니까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이앞에서 약속하라고.....그래서 혼자 많은 약속을 했답니다..

의사들도 그랬어요.. 기적이라구..저희 할머니는 6개월이란 시간을 넘어서고 ,

1년 7개월 가까이를 버텨 주셨거든요... 다들.. 우리가 눈에 밟혀서..우리 밥이라도 챙겨준다는

그 심정으로 본인은 버텨온걸 꺼라고...하루하루 숨쉬기도 힘들었으면서...너무 죄송스럽습니다

그렇게 꿈같던 시간도 벌써 4달을 넘어서네요..

너무 춥지 않을때 가서 다행인데,,그래도 겨울을 잘 나셨는지 모르겠어요.

늘 감기를 달고 사셨는데...

 

 

할매.. 사랑하는 우리할매~

이제 점점 따뜻해진다..봄인가봐. 할매도 따뜻하제?

할매.. 마지막날 언니랑 내꿈에 동시에 나타나서 우리한테 인사하고 간거..고마워.

꿈에서라도 한번 더 봐서 정말 좋았어..

할매.. 할아버지랑 같이 있으니까 좋제 ? 삼촌도 있고.. 좋제 ?

거기서는 고생하지말고.. 정말 편안히 행복히 살아.

이번 설때 오래 못있어줘서 미안해.. 그리고 살아생전에 맛난거 , 따뜻한거 많이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해.. 아직도 할머니 병원에 있는것만 같아서..나 안슬프데이..

할매.. 할매냄새가 왜이리 그립노.. 어릴땐 싫었는데 지금은 왜이렇게 안고 자고싶노.

할매랑 안고자면 진짜 좋았는데.. 내 자는 내내 이불 차내면 덮어준다고 잠도 못자던 할매..

이제 할매가 해주던 세상에서 젤 맛있는 김치랑 무말랭이 못먹어서 우짜노..

고모가 만들어도 비슷하긴 한데 할매 맛은 안나더라 .. ^^

학교 마치고 뛰어 들어가면 부엌에서 뚝딱뚝딱 거리면서 밥 바로 지어가지고

나랑 같이 밥먹고.. 나 뭐 먹고 싶다그러면 금방 만들어다 주고.. 내먹는거 보는거 그리 좋아했는데

할매 밥먹는 모습.. 자는모습.. 씻는모습.. 저 멀리서 항상 모자쓰고 뒷짐지고 우리집까지

걸어 오던 모습... 난 택시타고 오면서..걸어오는 할머니 지나치고 그랬는데..

그게 얼마나 죽을만큼 미안했는지..얼마나 가슴이 찢어졌는지 몰라....

철머리가 없어서...무거운 짐들고 오는데도 지나치고 그랬는데..................

사람들이 그랬어 할매는 악이 없는 사람이라고..꼭 천국 갔을꺼라고..

할매..내가 다음생에는 할매 진짜 딸로 태어나서..할매 평생 고생안시키고

하고싶은거 다하게 해줄게.. 안아프게.. 해줄게.. 정말 효도 잘 하고 살게....

아니면 할매가 내 딸로 태어나..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내리사랑 이라잖아..

나도.. 할매 엄마가 되서 무조건 내리사랑하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 좀 지켜줘.. 무너지지 않게.. 지금처럼 잘 해낼수 있게 ^^..

할매.. 정말 살아서는 왜 이말을 못했나 몰라.. 할매 진짜 진짜 사랑해..

할매는.. 우리 엄마잖아..키워준 엄마..^^ 엄마..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사랑해..

정말 사랑해... 아픔없는 곳에 가서 정말 다행이야...

 

 

제 긴글 읽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구.. 다 적지도 못했어요...^^;

그런데도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우리모두 부모님이건 할머니 할아버지건 ,,

해드릴수 있을때 하고 자주 볼수 있을때 자주보고.. 정말 있을때 잘합시다..!

여러분 사랑이 충만하세요 .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마음이 하늘나라에 고운 천사가 되셨을 할머니께 전해졌으면..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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