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나갈 준비를 할려고 옷장을 열고 뭘 입을까 고민하면서 뒤져보고 있는데
옷에 노란 포스트잇으로 이것 입어 하고 바지랑 상의랑 티셔츠에 붙어있었다.
'짜식 그래도 귀엽네'
서희가 골라준것은 세미정장이였다.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면서 고수는
"멋지지 않냐? 모델 같지..역시 원판이 워낙 좋으니깐 대충 아무거나 걸쳐도
다 명품이 된다니깐...마이더스 손처럼 ...마이더스 외모라니깐.."
그러자 거울에 김이 서리더니 글자가 쓰여졌다.
'뻑큐'
"야..얌마..오빠한테 뻑큐가 뭐냐? 짜식 이 오빠의 핸섬한 외모를 질투하냐?
하하하.."
그러자 글자가 새겨진다.
'또 거울 깨버린다'
"알았다..알았어..지금 시간 없으니깐 이따가 들어와서 애기하자"
고수는 문을 나서면서
"집 잘지켜 오빠 갔다올께"
고수는 발걸음도 가볍게 전철역으로 향했다.
고수가 외출하는걸 보던 동네 아줌마들
"아직도 안죽었네..저 총각"
"글쎄 말이야 이번에는 정말 오래 가네.."
"인중이 길면 오래 산다는데 정말인가봐"
"그래도 길어야 석달 이겠지 뭐.."
"글쎄 내 느낌에는 그래도 이번에는 넉달은 갈것 같은데.."
"그래? 그럼 우리 내기할까? 만원빵 어때?"
고수는 알까나? 자기 목에 거금 만원빵 내기가 걸려있다는걸..
"형 정말 간만이네요.."
"그래..앉아라."
고수는 까페 소파에 앉고 선배 성수는 종업원한테 커피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래 정말 오랫간만이네..어떻게 지냈냐?"
"뭐..저야..그냥 그냥 지냈죠. 형은 어때요?"
"나도 뭐 고만고만 하지..그런데 왠일이냐? 한참 일할 시간일텐데.."
"그게 말이죠.." 머리는 머쓱한듯 뒷머리를 만졌다.
"짤렸냐?"
"짤리긴 누가 짤려요..내발로 나왔지.."
"고수야.. 원래 있잖아..세상에 차였다는 여자 하나 없단다..다들 자기가
찼다고 말하는데..알고 차인건데.
이것도 마찬가지지.."
성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 웃으면서 말한다.
"형은 직장생활 하루도 안해봤으면서 뭘 그렇게 잘알아"
"원래 비전문가가 전문가라고 아웃사이더가 더 잘알지.."
"그래서 말인데..내가 형한테 아쉬운소리 좀 할려고.."
"뭔데?.."
"형 가게에서 일 좀하면 안될까?"
"글쎄 여기 까페는 자리가 없고..피씨방 쪽에 있긴 한데.."
"그래? 내가 거기서 일할께.."
"그런데 너 컴퓨터 잘하냐?"
"엄청 잘하지."
양심에 찔리지 않냐? 고수야..
"그렇찮아도..지금 2층만 쓰다가 3층까지 확장했는데
매니저가 한명더 필요하거든
그동안 매니저 혼자서 다했는데..힘든가봐..
그래서 한명더 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수는 일어나서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형..아니 사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뭐 그리 힘든일은 없을거야..알바하는 애들이 있고
카운터 보는 애있고 청소하는 아줌마도 따로 있으니깐
고객관리랑 카운터 돈관리랑 알바하는 애들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사람 상대하는거라서 의외로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예전에 내가 영업을 해서 사람 상대하는것은 잘해..걱정마.."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는데 한번 가서 볼래?"
고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일어섰다.
"형..이 차 정말 죽인다."
"그러냐? 나는 별로 맘에 안드는데..우리 영감이 튀는걸 싫어하잖아
그래서 개중에서 얌전한거야."
"차 이름이 뭐야?"
"페라리 365GTB/4"
역시 자동차광인 성수형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자동차를 수집한다면 취미가 있다고 하면 미니카를 말하는데..
성수형은 마음에 들면 실물을 현찰로 그자리에서 주고 사버린다.
2억이든 3억이든 가격에 상관없이 사버린다.
마치 미니카 한대 사는것처럼..
"와 좋다.."
고수는 부러운듯 가죽시트를 쓰윽 만져보았다.
"음악 좀 들어볼래?"
마치 극장 사운드를 그대로 옮겨놓은듯 무서울만큼 중저음이 웅장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릴정도로..
"이야~ 대단하다.."
"글치? 사운드에 돈좀 들였지..후후"
"얼마나?"
"1억 5천정도..."
헉~ 그 정도 돈이면...내가 몇년을 벌어야 하나?
고수는 그냥 부러운듯 다시 가죽시트나 한번 더 만졌다.
가는 도중에 보니깐 지나가는 행인들도 멈춰서 구경하고 운전하는 사람들도
감탄의 눈빛으로 성수형의 차를 보는것 같았다.
음..역시나..
피씨방에 도착해서 보니깐
2층에 200대정도 피씨가 있고 새로 개장한 3층에도 그정도 되는것 같았다.
매니저분과 인사를 나누고 거기서 일하는 알바들과도 인사를 했다.
"형..피씨가 쫘악~ 200대가 있으니깐 무슨 공장 같다."
"글치..내돈 벌어주는 기계지.."
다른 피씨방보다 가격은 비싼데도 이쪽으로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럭셔리한 인테리어와 휴게실이나 다른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졌다는 것과
결정적으로 환기시설인것 같다.
보통 피씨방을 꺼리게 되는 첫번째 이유가 바로 담배연기인데
여기서는 바로바로 빠지게 되어 있고 계속 공기청정기가 가동되고 있으니깐
쾌적할수 밖에 없었다.
"고수야..어쩌냐? 내가 지금 가볼곳이 있어서..못 바래다 주겠다.미안하다."
"괜찮아. 여기서 전철까지 얼마나 된다고 조금만 걸으면 돼."
"그러면 내일부터 일하는걸로 하고 내일보자."
성수는 갈려다가 멈추고
"아참..이건 택시비해라."
지갑을 열고 백만원짜리 수표3장을 고수한테 줬다.
"형..됐어..나도 차비정도는 있어.."
"괜찮아.받어.형이 주는거야..
"무슨 차비를 이렇게 많이 줘."
"많긴 뭐가 많아..남으면 옷이나 한벌 사입어라..촌스러워"
성수는 뒤돌아가면서 손을 들어 손인사를 한다.
'이옷이 그렇게 촌스러운가?'
고수는 자신의 옷을 다시 한번 본다.
"서희야~ 나 왔다."
"........."
"아니 이것이 오라버니가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는거냐?
떡볶기랑 순대 사왔는데..."
그말에 서희가 싸악~ 나왔다.
"하여간 사람이나 귀신이나 먹을거라면..."
"갔던일은 잘됐어?"
"어..내일부터 출근한다. 나 매니저다."
"매니저? 연예인 관리하는 사람?"
"아니 피씨방 관리하는 매니저"
"그래 잘 됐네..축하해"
"고맙다."
서희는 바닥에 아줌마처럼 철퍼덕 앉아서
고수가 사온 떡볶기랑 순대를 자기쪽으로 끌고 와서 봉지를 열고
먹기 시작한다.
고수는 어이없다는듯 보고 있다가
"그래 너 다 먹어라. 안 빼앗먹는다..다 먹어..
그런데 사온사람한테 한번 먹어보라고 예의상이라도 권해야 하지 않냐?"
"알았어...삐졌어?"
"안삐졌어.."
"삐졌네.."
"안삐졌다고"
"그런데 왜 소리는 지른데.."
"어이구..말을 말아야지.."
"알아서 알아서 내가 먹여줄께..아~ "
고수가 입을 아~ 하고 벌리자 서희는 순대를 먹여준다.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에서 귀신이 먹여주는 순대 먹어본 사람이 몇사람이나 있을까?
"하나로는 정이 안간데..또 줄께 아~"
"복 삼이로구나 아~ 해"
세개를 먹고 고수는 화난듯
"나 안먹을래"
"왜?"
"왜 나는 간만 주냐?"
"너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간이 얼마나 영양가가 많은데.."
"그러면 너는 왜 안먹냐?"
"맛이 없잖아..."
"헉.. " -_-;;;
고수는 벌떡 일어나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먹을걸 버리냐? 먹을것 버리면 벌받는데...
사내놈이 엄청 잘 삐져요..흥..
삐돌이이야...삐돌이.."
서희는 입안가득히 순대랑 떡볶기를 먹으면서 웅얼웅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