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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우아하게

님프이나 |2008.04.11 23:59
조회 627 |추천 0

  첫판부터. 남자가 뻑 갈 수 밖에 없는 여자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일단은 좀 쉬워야한다. 지나치게 튕기기거나 얼음같이 쌀쌀해 보이면 남자가 흥미가 없어진다. 쉬워서 말문이 트였을 때는 잡힐 듯 말듯해야 한다. 얘 네들이 어떤 여자인지 그들은 갈팡질팡했다.

 

  “아까 그 분은 저희 교수님이셨어요. 오늘은 난치병 환자의 수술이 있었어요. 수술이 굉장히 성공적이었어요. 그래서 교수님께서 오늘 미팅 시켜주신 건데?”
  “죄송합니다. 저희가 모르고 실수를…”

 

  “괜찮아요. 우리가 그쪽을 매매하러 온 줄 아셨군요.”
  유리 앞에 앉은 의사라는 남자는 물 컵을 만지작거렸다.
  “근데, 이렇게 덥썩들 따라 나오셨어요?”

 

  “흠, 부장님은 물론이고 전혀 무섭지 않았거든요. 우린 태보도 배웠어요.”
  “린치가 얼마나 되는데 요?”

 

  “그건 말씀 못 드려요.”
  유리는 케어 한 머리가 흘러내리도록 어깨를 흐트러뜨렸고 남자들은 뭐 대단한 답이라도 나올 줄 알고 눈에 힘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건 애인한테 만 보여줄 거니까!”

  “어휴! 맥 빠져!”

  부장의 나이가 많은 남자친구는 서울의대 교수였고 그들은 제자였다. 처음부터 부장은 유리를 집창촌이나 어둑어둑한 소굴로 팔아버릴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마주 앉은 파트너란 남자들은 서울대학교 명우회 출신 의사들로 꽤 광 폼 잡을 만한 사람들이었다. 부장이 왜 그랬는지 억지로 생각해본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부장의 출신성분상 아는 사람들의 수준이 사회경제적 지위 상  하잇클라스에 준하는 사람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리는 곁눈질로 클럽을 휙 둘러보았다. 평소 유리나 수현이 다니는 클럽하고는 달랐다.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고급 클럽답게 잔잔한 비트와 리듬의 음악들로 풍성했고 클럽의 남녀들도 고급 클럽의 사람들답게 얼핏  황금빛으로 부유하고 근사했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고 니끼했다.

 

  그들 앞에서 핸드폰이 울렸고 한명은 재빨리 손가락으로 문자를 눌렀다.
“선배가 빨리 결정하라네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데? 레지던트4년차가 끝나면, 임상연구소로 갈지 하바드로 갈지는 아직도 생각 중이었거든요.”
앞의 두 남자는 쌍둥이 같은 미래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대의 귀족 명우회 출신일 뿐만 아니라, 서울의대에서도 상위서열인 신경외과 전공이다. 이번에 레지던트 4년차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임상연구소로 들어가 경력을 쌓을 예정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서울의대 정통 엘리트코스를 가고 있는 셈이다.

 “아! 네.”
 보통 사람들이 들어볼 수도 없는 미래에 유리는 예의상 미소 지었다.

 

 “그럼, 돈은 언제 벌어요?”
 수현은 약간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눌렀다.

 

  “사는데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그는 옆의 친구와 함께 더욱 자신감 있는 말투로 재냐로 샤프하게 차린 몸을 섹시하게 젖혀가며 의사로서의 세계관을 한 번 더 이야기하였다.

 “또 돈을 번 다고해도 수술만으로는 큰 돈 못 벌어요. IT도 이제 한물갔어요. 지금부터는 BT의 세계에요. 물론 거기에는 많은 이슈들이 장애가 되겠죠.  인간복제 연구에 대한 프랑스의 반대 또한 자국의 이권에 관계된 것이지요. 여기에 종교단체들의 가세 등.......”

 

  확실히 그들은 작은 귀족들이었다. 소위 말하는 정치적 패권을 획득한 대귀족은 아니어도 좋은 가정환경에서 최고로 배우고 확실한 미래가 있는 젊은이들임에는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에 대한 개념 또한 유리나 수현과 같은 보통사람들과는 달랐던 것이다. 사는데 필요한 돈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부라는 것은 큰 돈이라는 또 다른 개념의 것이었던 것이다. 외모 또한 괜찮은 편이다. 대단한 미남들은 아니어도 여자들이 바라는 용모의 조건들은 두루 갖추었다. 큰 키, 늘씬한 체격, 제법 잘 갖추어진 얼굴과 재냐 스타일 등이 말이다.

 

  근데, 좀 이상했다. 그러한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도 이 사람들은 왜 이리 지루할까하는 생각이 유리에게 드는 것이다. 유리는 함께 할 말이 정말 없었다. 클럽의 다른 치들과 별다를 바 없이 니끼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발가락이 간지럽기까지 했다.

 

  ‘신발이라도 벗을까, 안보일지도 모르니까?’
  유리는 나쁜 짓을 하려는 어린이처럼 살랑하니 몸을 좌우로 뒤뚱뒤뚱 거렸다.

 

  “뭐예요?”
  BT(생명공학)의 논을 펼치던 그들은 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들과 같이 입술을 뾰루퉁하면서도 히히덕거리던 수현도 쫑긋 유리를 쳐다보았다.

 “아니에요. 다른 생각 좀 하느라고.......”
 “다른 생각?”

 

  “미안해요. 어디까지 이야기들 하셨죠?”
 유리는 커다게 빛나는 눈을 깜박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들은 기가 차다는 듯이 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새로 케어까지 한 살랑한 머리에 안절부절 못하는 유리를 마치 불량강아지처럼 쳐다보았다. 주인님 모르게 카페트 같은 것에 실례, 요기조기 짤랑짤랑 도망 다니는 불량강아지처럼 말이다.

 

 “저?”
 사실 유리는 발이 너무 간지러워 그만들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유리가 보기에 싫으면서도 그들과 함께 노다노닥 히히덕거리는 수현이도 이상했다. 유리는 수현이가 그들처럼 명문사립 초등학교 출신이라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지루한 건 지루한 거야.
 적어도 젊은 남자라면 파란 잉크가 튕겨 나올 만큼 싱그러워야 되는 것 아냐?’

 

  근데?
 그때였다.

 

  “빵!” 

  갑자기 유리를 흥분시키는 디스코비트가 울렸다.
 클럽 안 DJ부스로부터, 뜨겁고 우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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