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J.B.Grunuie님의 글을 퍼온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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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는 경련을 일으키며 마지막 불씨를 다 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말했다. 유채는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아냐... 조금만...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
“진정해 아이가 아냐...”
주한의 이 말은 유채를 더욱 분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유채는 주한에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노려보다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다시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것으로 그만 두었다. 유채는 이제는 체념한 듯… 자신의 옷을 잘라 소녀의 상처를 묶어주었다. 그러자 소녀가 입가에 얇은 미소를 지었다. 유채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소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유채는 비통한 마음으로 주한에게 말했다.
“수년동안 당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는데… 역시… 당신과 나는 근본적으로 너무 틀린 것 아닐까…? 앞으로…우리 앞으로도 계속 적이 아닐 수 있을까?”
주한은 유채의 이 말에 숨이 막혀오듯 밀려오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다.
“…”
산산이 깨져 버린 두 사람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어디에서인가 날아온 파편에 소녀의 표피가 찢기고 소녀는 유채의 품안에서 형체를 잃고 흘러내려 버렸다. 주변은 소리 없이 파괴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채는 아무 감정, 행동, 움직임, 숨소리 마저 죽인 채 그대로 흘러 내리는 소녀를 안고 있었다. 유채는 정신없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전쟁의 참화가 유채의 시선에 한없이 각인되어 맺히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주한의 고함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그리고 고막을 찢을 듯 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유채는 놀라 정신을 차렸다.
“이제 그만 가야만 해!”
주한은 멍한 상태의 유채를 끌고 일어섰다. 이때, 저 멀리 안개사이로 거대한 식물의 뿌리가 보였다.
“저건 뭐지?”
유채가 아무 감정 없이 대꾸했다.
“지상도시를 떠받치고 있던 뿌리잖아…”
유채의 중얼거림에 주한은 숨이 멎는 듯 소리질렀다.
“뭐?”
그러나 유채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