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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녀..

슬픈悲요일 |2003.09.25 16:07
조회 29,971 |추천 0

퇴근 후 간단하게 회사에서 저녁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여성을 만났다..

 

다소 작은 키에 약간은 통통한 몸매..

 

그녀의 양손에는 무거운 짐이 들려있었다..

 

"저기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런 나를 보더니 그녀는 말대신 씨익 웃어보인다..

 

긍정의 대답으로 알고 난 그녀의 양손에 들려있는 짐을 옮겨 들었다..

 

이것저것 생필품과 음식이 들어있는 장바구니가 꽤 무거웠다..

 

곧이어 육중한 엘리베이터가 우리 앞에 내려왔다..

 

문이 열리고 우린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누른 층은..

 

'나랑 같은 5층이군...'

 

말없이 그녀의 뒷편에 서서 그녀의 모습을 응시했다..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5층에 멈춰섰고, 문이 열리자 그녀와 난 같은 방향으로 걷고있었다..

 

'아니 나랑 같은 쪽에 살고있었단 말인가?'

 

'왜 난 여지껏 이렇게 이쁜 그녀를 몰라봤었지?'

 

그리고 그녀가 가방에서 열쇠를 찾는듯 잠깐 멈칫

 

서있는동안 난 또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다..^^;;

 

'이시간이 멈췄으면..'

 

하지만 시간은 나의 그런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었다..ㅠㅠ

 

어느 새 그녀는 손에 들린 열쇠로 아파트의 철문을 땃다..

 

난 그녀의 집 현관까지 짐을 들고 들어섰다..

 

어디선가 많이 본 분위기..^^;;

 

그 집은 바로 내가 살고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름 아닌 바로 나의 사랑스러운 어머니..

 

단 몇 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난 퇴근길에 멋진 여자를 만났던 것이다..


PS :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그건 어머니가 아닐까요?

 

 


=어머니=

 

스물 하나.

 

당신은 굽이 굽이 고개를 열두 개나 넘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김씨 집안 맏아들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스물 여섯.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던 겨울날, 시집 온 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고
그제서야 당신은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 둘.

 

자식이 급체를 했습니다.
당신은 그 불덩이를 업고 읍내 병원까지 이십길 이십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냥 기다리면 당신의 체온으로 덥펴진 외투를, 돌아오는 자식에
게 따뜻하게 입혀 주었습니다.

 

쉰둘.

 

시리게 파란 하늘 아래 빠알간 고추를 펴 말리던 가을날,
자식이 결혼할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당신은 짙은 분칠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식이 좋다니까 그저 좋다고
하셨습니다.

 

예순.

 

집배원이 자전거를 타고 다녀갔습니다.
환갑이라고 자식들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들 보약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바빠서 오지 못한다는 자식들의 전화에는, 애써 서운한 기색을
감추시면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예순 다섯.

 

자식 내외가 바쁘다고 명절에 못 온다고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둘러 앉아 만두를 빚으면서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들이 왔다가 바빠서 아침 일찍 다시 돌아갔다고.......
그날밤, 당신은 방안에 혼자 앉아서 자식들 사진을 꺼내 보십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꿈에도 바라며 평생을 살고, 이제 성성한 백발에
골깊은 주름으로 남은 당신.
우리는 그런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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