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다녀간 후의 얘기 올립니다. 궁금해하신 분을 핑계로 또다시 제 넋두리를 하고자...
시아버지 저희 집에 와서 신랑이랑 침대에 누워 TV를 보다가 저를 부릅니다.
"아가~~~!! 이리 와봐라!!!" "네, 아버님." 안방에 가니 시아버지 제게 "너는 하루종일 뭣하니라고... 아빠가 오랫만에 왔으믄 와서 얘기도 하고..."그러길래 기가 차서 "아버님 저 여지껏 음식했었쟎아요."대꾸 했습니다. 그러자 "어, 알어 그러니까~~ 내가 느한테 맛있는 거 얻어 먹으러 온 줄 아냐? 난 느한테 맛있는 거 얻어 먹으러 온 거 아니여. 느한테 안마받으러 왔지. 아빠가 왔으면 안마도 좀 히주고 그래야지." 예전같으면 "아, 네."하며 싫어도 주물렀겠지만 하루종일 음식 준비하고 이제 막 저녁식사 후 뒷정리를 마친데다 더욱이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침에 신랑이 파스까지 발라준 상황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하도 기가 차서 대꾸를 안해버렸습니다. 예전에 집들이할 때도 와서 저한테 안마 좀 하라고 시켰었거든요. 제가 안마시술사도 아닌데 서울 아들집까지 저한테 안마를 받으러 왔다고 하니 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또 시아버지 저를 부르더니 옷얘길 꺼내시더군요. "아가, 그 옷 니가 해서 보냈다고?" 제가 사서 보내드렸다고 아버님 맘에 안드시냐 다시 사드리겠다고 얘기까지 했는데 몰라서 또 묻습니까? 어련히 알아서 안사줄까 속보이는 말한마디가 더욱 괘씸하게 느껴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여러벌 골라 놓은 것을 직접 보시고 고르라고 했더니 다 마음에 안든다고 합니다. 소매에 색이 있어서 싫다, 카라에 색이 있어서 싫다, 무늬 있는 건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 싫다. 족히 20벌은 되는 옷을 다 마음에 안든다 하니 단색을 원하시는 거냐니까 당신은 고상한 색이 좋다고 합니다. 그 고상한 색이 뭔지 도대체... 가까운 이마트라도 가서 직접 보고 고르시라니까 거긴 당신 원하는 스타일이 없을 거랍니다. 저녁이라 불빛때문에 색깔도 제대로 안나타날 거라면서... 무슨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고 있으니...
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신랑에게 큰 책방이 어디냐고 묻다가 교보문고 얘기가 나오니까 다음날 거기나 들렀다가 동대문 남대문 한바꾸 휘둘러 보겠다는 것입니다. 거기 가서 살 생각이니 이 것 저 것 권해도 마음에 들 리가 없었죠. 아울러 다음날 집에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겁니다. 다음날 신랑은 출근을 하기 때문에 모시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제가 모시고 교보문고며 명동이며 동대문을 활보해야만 했는데 정말 얼마나 돈독한 사이라고 시아버지랑 며느리인 내가 함께 다녀야 하는지 짜증도 났고 신랑이 격일제라 내일 집에 없을텐데 집에 안갈 심산인 시아버지 때문에 기가 막히고 답답해서 잠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시아버지는 불교에 무아지경이라 교보문고에서 불교서적을 몇 골랐는데 권당 2~3만원씩 하는 책을 7권도 넘게 골랐다가 결국 4권으로 추려서 계산을 해야했는데 저보고 "아가 돈 가지고 온 거 있냐?"묻습니다. 뻔히 알고 왔는데... 있다고 하니 "내가 돈을 안가지고 와브렀다." 그럽니다. 어차피 돈도 안가지고 와서 저보고 계산하라고 할 거였으면서 모르고 묻는척 시치미를 떼는게 더 얄밉기만 했습니다. 책값 8만 5천원 나왔습니다. 돈도 안가져왔다면서 부담없이 막 고르더라구요.(지난 주에 용돈 30에 옷10만원 넘게 사서 보낸 거 합해서 머물다 가시기까지 한주만에 총 63만원 쓰고 갔습니다. 미안한 기색도 없고 고맙단 말한마디 없이...) 서점을 나와 시아버지가 길을 안다고 나섰다가 헤메는 바람에 명동 한바퀴 돌고 결국 택시를 타고 동대문으로 향했습니다. 그 곳에서 시아버지 티셔츠 두벌을 사면서 시어머니 것도 하나 사라고 해서 모두 세벌을 샀습니다. 그리고 중화요리점에서 짜장면을 먹고 시아버지랑 다시 집으로 돌아왔죠. 친구랑 신랑이랑도 잘 안나섰던 곳을 무슨 돈독한 사이라고 시아버지랑 그렇게 시내를 활보하고 점심까지 먹고 그래야만 했는지 기분이 몹시 불쾌했습니다. 전날 잠을 못자 피곤한데다가 다리까지 퉁퉁 부었구요.
시아버지 제게 또 왜 전화 자주 안하느냐고 뭐라고 하더군요. 죄송하다고 자주 드리겠노라고 애교라도 떨 수 있지만 더이상 시아버지에게는 그렇게 해주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자리잡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신랑도 저희 집에 전화 한번도 안했다고 했더니 당신 아들은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다고 합니다. 누가 언제 당신께 저는 말주변이 좋다고 한 적이라도 있나? 어이가 없었죠...
시아버지 아니나 다를까 애기 낳으라고 합니다. (집안사정의 우여곡절로)며느리가 저 밖에 더 있느냐며 어서 애기나 낳으랍니다. 애기가 물건입니까? 하나 낳고 말고 하게... 지금은 신랑 혼자버니까 조금 힘들어서 제가 2년 정도 일을 하고 난 후에 낳을 생각이라고 하니까 당신이 봐준다고 낳으랍니다. 제가 못키워서 안난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래서 아이 출산하면 갓난 아이조차도 놀이방에 맡길라치면 3~40만원의 비용이 들고 장차 학원이라도 보내려면 과목당 30만원씩 드는 세상이라고 엄살을 떨었더니 예전에는 밥만 먹고 살아도 자식 낳아서 키우고 잘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데 밥만 먹고 산답니까... 아이 교육비를 지원해줄 것도 아니면서...
둘째날 아침에 상을 차리고 있는데 시아버지 "느그 이번 제사에 와야한다." 아주 단호하게 말합니다. 제가 일부러 못들은 척 대꾸 안하니까 "느들 이번 제사에 꼭 와야혀!" 또 얘길합니다. 전 역시나 아무 대꾸 안했죠. 당신 아들도 있는데 내가 대답을 왜 하느냔 심산으로... 그랬더니 결국 시아버지 제게 "너 이번에 와서 느가 제사 준비해야 한다." '언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가서 제사준비했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형님도 오셔야죠???" 하고 되려 반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갸갸 며느리여??" 버럭 정색을 하며 말합니다. 집안의 우여곡절이 저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당신 그 같은 마음을 떠 넘기려고 하시는지... 그래서 한마디 했죠. "그럼요~!! 아주버님이랑 사시는데 당연한 거 아니예요?" 그리고 음식을 마저 챙기러 가려는데 "갸갸 며느리냐고?" 그러십니다. 며느리 아니면 이웃집 여자입니까? 당신 못마땅한 마음 때문에 또 저혼자 제사 지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형님도 와서 해야죠."라고 툭 내뱉고 부엌으로 와서 밥퍼서 신랑에게 건네주고 저는 같이 아침을 먹지 않았습니다. 체할 것 같아서... 신랑 미안하다며 제사때 본인이 알아서 잘 하겠으니 신경쓰지 말고 있으랍니다. 고생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여차저차 시아버지 시골로 다시 가셔야만 할 상황이 되었고(분위기를 형성하지 않았으면 아마
일요일까지 머무를 작정이었을 겁니다. 딸 집에 가있는 시어머니가 돌아오는 일요일까지 쉬다
가 시골로 갈 계획이니 시아버지께 그 때까지 저희 집에서 푹 쉬시다 가라고 말씀드리라고 했었
거든요) 아침부터 오후가 되도록 내내 다닌 게 피곤해서 저녁 나가 먹자니까 밥한그릇에 김치나 놔주고 너나 나가서 먹으라는 시아버님을 9일동안 모시고 있으라니 참 염치도 없는 말을 어쩌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지 저를 아주 만만하게 여기는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시아버지랑 저만 또 있어야하는 일은 없게 됐어요. 시아버님 가시면서 느 집에 잘 있다 간다 툭 내뱉으면서 계단 내려가시더군요. 더 있다 가려고 했는데 맘상했다는 말투와 목소리로... 그리고 신랑 차에 올라 출발하기 전 "너는 앞으로 전화 자주혀라."그러십니다. 끝까지 당신 할 말 다하는 분이예요. "느 앞으로는 전화 잘 안허면 나한테 혼날줄 알어라!" 친자식 나무라는 것도 아니고 서른살인 저를 학교 다니는 학생 야단치듯 훈계를 합니다. 그러시곤 눈도 안마주치고 문닫고 떠났습니다.
결국은 하루는 신랑이랑 셋이 있고 또 하루는 며느리인 저랑 둘만 집에 있고 그렇게 이틀 밤을 지내고 시골로 내려가신 시아버지 전화로 또 "너는 애나 날 생각이나 하고 있어." 이러십니다. 이미 다 말씀드렸는데 끝까지 당신 고집대로 하라는 거죠. 기가 막혀서 "차차 낳을 거예요."그랬더니 "차차는 무신 차차야!! 안되겄다. 내가 경x한테 전화를 해서 얘길해야 되겠다." 그러십니다. 이제는 말귀가 안통하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명령조로 나옵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2세를 계획합니까? 낳아서 맡기면 양육비 달라고 할 사람이 무슨 염치에 무슨 권리로 당신이 나서서 낳으라 마라 결정을 하는 건지...이미 진작에 제 얘기 다 듣고도 당신 유일한 며느리가 저니까 무조건 낳으랍니다. 마치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애 낳아 주려고 결혼한 것처럼 얘길합니다. 무슨 당신 노리개 안겨줄 목적도 아니고...
시아버지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나 심해집니다. 잘해드리고 싶어도 이미 마음에 금이 가버린데다가 자꾸 시아버지 노릇하겠다고 저를 당신 뜻대로 휘두르려고 하니 갈 수록 미워지고 이젠 얼굴보기도 싫고 목소리조차 듣기가 싫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