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잠시 직장문제로 일본에 체류하는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사귄 지 3년 정도 된 남친이 있구요...나이는 저보다 한 살 많아요.
둘 다 30을 바라보는 만큼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교제 중이구요.
뭐 대부분의 우리나라 20대가 그렇듯, 저나 그 사람이나 얼마 전 학생일 때까지 부모님께 돈 타가며 살았구요, 각자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모아둔 돈도 없지만, 이제부터 성인이라는 마음으로 나름대로 착실히 살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철이 들었다면 든 거지요.
사실, 그 쪽 집이나 저희 집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편은 아닙니다. 그 집은 돈이 좀 있는 것 같구, 저희 집은 뭐 그저 그런 중산층이지만 아직 부모님 두 분 다 현직에 계신 관계로 이제까지 저한테 들어간 돈, 별 미안함 없이 썼습니다.
그러다 저는 몇 개월 전에 일본에 와서 생활하고 있구요, 자취하시는 분들은 아시다시피 집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랄까 책임감이랄까 이런 것들이 좀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월급을 아주 많이 받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집에 손을 벌릴 수도 없고,
혼자 살게 되면서 돈 들어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구나....이런 것도 알게 되고,
밥 차려 먹는 것도 쉽지 않구나...등등.
그래서인지 제 경제관념도 좀 바꼈구요.
대학 다닐 땐 옷이랑 가방 화장품에다 술값 등등 보통 여대생들이 쓰는 것만큼 쓰면서 별 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먹을 거 하나 사는 거에도 생각에 또 생각..남들은 일본 와서 이쁘고 특이한 옷들도 많이 사는데 전 티셔츠 한 두 장 산 게 다에요. 짠순이 다 됐죠.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남친은 한국, 저는 일본.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지만 그래도 장거리 연애인만큼 애절하죠..^^
휴가 나면 서로 찾아가고, 평소에는 장시간 통화..ㅎㅎ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통화를 하는데 오늘따라 남친 목소리가 유난히 밝은 거에요.
뭐 좋은 일 있어? 했더니..
스포츠카를 샀댑니다-_-
그 말 듣고 전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스포츠카...스포츠카...스포츠카면 밥이 몇끼고 집세가 얼만큼 커버되며 한국은 몇번이나 왔다갔다 할 수 있는거지...
그랬더니 저의 무반응이 의외라는 듯, 왜, 안 좋아? 난 너 오면 같이 타려고 산 건데...그러더군요.
글쎄요.
저는 아직까지 스포츠카는 고사하고 드라이브도 몇 번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스포츠카는 더더군다나 눈앞에서 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니까. (관심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나는 걸까요)
기분 상할까봐 돌려서 좋은 말로 어떻게 사게 됐냐고 물어봤습니다.(왜 샀어!! 라고 하고 싶은 걸 참고)
이 나이 아니면 못 끌고 다닐 것 같아서 샀다네요.
제가 너무 고지식한 걸까요?
전 이 남자랑 결혼까지 생각하고 아직 모아둔 돈은 없지만 미래를 위해 정말 허리띠 졸라매고 삽니다. 부모님에 미안한 것도 있구요. 그런데 이 사람은 천만원도 넘는 차를 덥석 살 만큼이라니...
게다가 전 뭐랄까 스포츠카나 명품 같은 거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요. 있는 집 자식들이나 하고 다니는 정말 가벼움의 극치 같은 상품이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게다가 전 지금 한국 왔다갔다 하는 것도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청나게 결심하고 하는 건데...
이번에 가면 남친 폼나게 웃으며 차 옆에 서 있겠죠. 웬지 그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나도 모르게 멈칫 할 것 같습니다.
전 그냥 검소하게 사는 게 미덕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고 또 그렇게 어마어마한 걸 덥썩 살 만큼 부자도 아닌데...(남친도 그럴거에요)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까지 사고 싶은가요?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건가요? 예전에도 가끔씩 뭔가 비싼 거 하나씩은 걸치고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때는 명품에 대해서도 잘 모를 뿐더러 관심도 없어서 별 신경 안 썼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괜히 마음에 걸리네요.
남친도 연봉 많고 그런 것도 아닌데...좀 철없는 거 아닌가요? 이정도는 그럴수도 있는 건가요?
악플 말고, 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