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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에 지친 부모님의 응어리가 터져나오는군요..

술한잔생각... |2003.10.02 04:08
조회 31,036 |추천 0

27세의.. 졸업을 앞두고 취직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직장도 구해야 하고.. 이제는 제대로 독립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예전에는 화목해보였던 집이.. 조금씩 머리가 커져갈수록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버지는 고아로 자라나.. 성격이 조금 욱하는 성격입니다. 술을 좋아하시구요. 그렇다고 술주정이 심한건 아니구.. 반면 어머니께서는 내성적이고 화를 내기보단 잘 참으셨죠.

 

근데 제가 군대가있는 동안 가족들은 쉬쉬했었는데..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셨나봅니다.

전 제대후 집안사정을 알게되었지만.. 심각했습니다..  그 홧병이라는게.. 제대후 혼자 술을 드시고 펑펑

우시던 어머니를 처음 봤을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혼자 화를 참았던것이 쌓여서 병이 된겁니다..

우시면서 그러더군요.. 형과 제가 아기였을때.. 자살하려고 약을 앞에두고.. 저희들을 보고 참으셨다고..

거식증에.. 우울증에..  어머니께서는 거진 1년동안 통통하신 몸이..이젠 뼈만 남아있을정도죠.. 

세월이 흘러 어머니께서도 차츰 안정을 찾으시고.. 형도 법원서기에 붙고.. 이제 행복이 다시 오는가

싶었습니다..   요즘들어 부모님께서 싸우시는 모습이 종종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집에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기를 좋아하는..구속을 싫어하는 아버지.. 아버지는 자존심도 무척 강해서 어머니를 많이 무시하셨는데..  우울증이후로 어머니는 변하신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분을 삭히시던 어머니께서 요즘은 그 화를 드러내시더군요. 예전엔 왕처럼 대하던 가족들이 이제는 속된 말로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니 아버지는 더 화를 내시게 되었구요.

 

전 사실 아버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때부터 쭉..  제대후 어머니를 보고는 더욱더..

오늘도 새벽에 싸우셨습니다.. 운동하러 나가신 아버지께서 운동하다 만난 사람들과 술을 먹고 있었나

봅니다. 어머니께서는 운동가신 아버지께서 연락도없이 안 들어오시니까 한참 찾으셨구요..

그런데 태연히 술집에서 사람들(여자분도 있었나봅니다.)과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과거일이 생각난 어머니께서 전화로 뭐라 하셨죠. 아버지가 바람핀이후로 어머니께서는 종종 아버지를 의심하기도 하고 예전과 다르게 간섭이 심해지셨거든요.. 아버지는 운동하다 만난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술마시면서 잠깐 예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로 어머니께서 너무 심하게 그러시니까 화가 나셨나봅니다. 

 

밤늦게 들어오셔서 말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커지길래.. 불안해서 말리러 갔는데.. 아버지께서 큰소리를 지르며 계속 쏘아붙이시더군요.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어머니를 무시하는듯한 태도로.. 갑자기 어머니께서 너무나 분해 울음을 터뜨리며 아버지를 막 때리더라구요. 그 갸날픈 손으로 아버지의 가슴을 치시는데..  더이상 살기싫다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고.. 울며 절규하듯 외치며 분을 삭히지 못해 방을 뒹구시는 어머니..  

어머니를 뒤에서 꼭 안아 말리면서 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반은 술이 취해서.. 아무렇지 않다는듯.. 깔보는듯이 바라보고 있더군요..  순간 제 눈이 뒤집어질뻔 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고.. 분했습니다.. 

고아로 자라나 힘든 공장일을 하시면서  집안을 악착같이 일으키신 아버지.. 그리고 형과 저를 남부럽지않게 키우실려고 이를 악무셨던 아버지... 아버지의 그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제가 아버지께 아무말도 할 수 없다는것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너무 분했습니다.. 정말 미칠정도로... 이럴땐 서울에 있는 형이 옆에 있었으면.. 생각이 납니다. 항상 형 뒤에서 바라만 보던 저에겐.. 이런 일을 혼자 보고 있는게 아직도 많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살아가면서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저의 몸에 아버지의 행동이 베어있다는걸 종종 느낍니다..  정말 피라는건.. 못 속이나 봅니다.

저의 머리가 굵어질수록,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를 서로 정신없이 짊어만 오셨던 부모님 사이에.. 그 응어리들이 하나둘씩 터져나오기 시작하는가 봅니다... 

이럴땐 하루빨리 독립해서 혼자 지내고 싶어집니다. 현실도피라고 하던가요.. 지금의 거울에 비친 제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한심해 보이는군요..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을까요.. 인생이란... 삶이란.. 세상을 알게되면 될수록..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걸 간혹 느낄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더더욱..  삶의 무게마저 점점 무거워지는 것두요.

 

오늘따라 1년전 끊었던 담배와... 아버지가 그렇듯.. 제가 좋아하는 술한잔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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