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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진다네

nulpurn |2003.10.02 11:58
조회 242 |추천 0





창을 열고 밤하늘의 별을 보았습니다.
옅은 잿빛으로 뒤덮인 하늘에 달마저도 구름에 가리우고 칠흑 같은 어둠에 쌓여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그 사이를 뚫고 별 하나 빛을 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무한의 하늘바다에 홀로 떠 제 존재를 알리며 빛을 내고 있는 별이 한편으론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느낌에 쓸쓸함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내 눈에 깃들인 저 별은 헤아릴 수 없는 까마득한 옛날에 뿜어져 나온 것 일겁니다.
지금은 어떠한지..
소멸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생명을 키우며 밝음을 보여주고 있을지..
사뭇 궁금하지만, 내 주어진 시간으로는 풀 수 없겠지요.
다만, 내 볼 수 있다는, 내게 보여진다는 것 하나만으로 지금 내가 기쁘다는 것에 만족하면 그 뿐 입니다.

어린 시절 무수한 별의 탄생과 거기에 얽힌 수많은 전설을 들었습니다. 내 마음을 온통 빼앗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던 이야기를...
그 땐, 손을 내밀면 잡힐 것 같은 별들이, 그 세계가 항상 곁에 있었던 것 같은데...
별나라 공주와의 멋진 만남도,
수억 광년 떨어진 어느 별에서의 모험도,
신비함으로..
환상으로..
경외로..
그렇게 나를 이끌고 상상케 만들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멀어져버린, 잃어버린 세계가 되어버렸고 그저 어두운 하늘에 떠있는, 당연히 있어야 되는 하나의 구성체로, 조형물로, 그렇게 차츰 잊혀지는.. 뜨고 지는 순환의 되풀이만을 거듭하는 단순한 별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별마저도 내 의식에서 잊혀져 가고 살아가면서 아주 잠시잠깐 쳐다본 하늘에 '떠 있구나'하고 눈길 한번 줄 뿐...
너무나 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밤이면 내 창가로 와 서성였을 진데... 얼마나 서운했을까.
이제는..
별 바라보기에 다시금 익숙해져야겠습니다.
서울 하늘에 그리 많은 별은 뜨지 않겠지만, 어제처럼 반가운 별 몇 무리 떠 있다면 시간을 조금 내어 맑은 마음으로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별을 보며 암울한 내 삶의 공간에 조심스럽게 희망 하나 넣어 봅니다.
어쩌면 무의미한 짓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나 하나의 몸짓을 했노라고..
저 어둠의 공간에 밝음 하나 지폈노라고...
그렇게 의미를 두어야겠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떠있는 맑은 날에는 어느 한 별도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어제처럼 흐린 하늘에서는 작고 희미한 별일지라도 깊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내 불투명한 시간 속에 어수룩하고 미약해 보일지언정 희망이라는 단어를 둔다면, 그것은 커다란 부여가 됨을...
난... 믿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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