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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시작!~ 아들과의 전쟁...1

한상진 |2003.10.15 11:14
조회 226 |추천 0

 

대개의 가족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가족의 유일한 취미도 비디오 보기이다.
그래서 한가한 저녁이면 우린 비디오를 빌리러 간다.
승훈이랑 나랑...
승훈이는 보통 로보트 만화를 집기 마련이고
나는 당연히 최신 비디오를 고른다.
서로의 기호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얼마 전 엄마의 엄명이 있었다.
승훈이가 너무 로보트에 빠지니 싸우거나 폭력적인 만화는 빌려 오지 말라는 거다.
그런 건 케이블에서도 충분히 보니까...
그런데 사실 말이지..
아이들 만화가 안 폭력적인 것이 어디있는가?
아이이들이 젤로 좋아한다는 디지몬...
승훈이는 디지몬 노랠 줄줄 외고 다니지만... 한번도 보질 못했다.
내가 보기엔 디지몬은 끔직이도 폭력적이다.
검은 색 점퍼만 보면... 백터맨 점퍼라고 하는 노랠 부르는 승훈이건만...
백터맨은 외가댁에 가서 사촌형이 볼 때나 본다.
백터맨 역시 폭력적이긴 마찬가지이다.
이러니 승훈이 비디오 하나 빌리는데 하루 온 종일 걸린다.
내가 최신 비디오 있나 없나 쓱 보면 결론이 나는 반면...
승훈이 비디오를 빌릴 때...
승훈이와 나와의 치열한 머릿 싸움이 시작된다.
일단, 비디오 가게 들어서면...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만화 코너로 간다.
그리고 내가 그 너머 최신 코너에 있을 때...
묻는다. "아빠! 지구 용사 선 가드 어때?"    "안돼" (안될 걸 알면서 묻는다.)
왜?
자꾸 물으면 빌려 줄지도 모르니까...
"아빠! 이 로보트 만화 빌리면 어때? 되게 큰 로보트가 변신한데..."
온 갖 모션까지 취해 가면서...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안돼 엄마가 로보트 만화 빌려 오지 말렸어"
"이건 어때 이건 백터맨이야"
"그것도 안돼" " 왜? 이거 진짜 재밋데...."
이쯤 되면... 무작정 안된다고 하기 미안해 진다.
그럼 난 핑계를 바꾼다.
"그건 봤어!"
안봤어!"
"봤잖아 전에..."
"안 봤어! 나 이거 보고 싶어"
"봤어! 그럼 누나 한테 물어 봐 봤나? 안 봤나?"
"아줌마! (승훈인 맨날 비디오 여종업원 아가씨를 아줌마라 부른다. 그래서 맨날
눈치가 보인다)"
"누나라 불러 야지"
"누나! 이거 봤어요? 안 봤어요?"
눈치 없는 아가씬 진짜 찍어 보려 한다.
그럼 난 승훈이 뒤에서 온갖 눈치와 사인을 주고... 눈치 챈 아가씬....
"봤는데..." 라고 말하면.. 난...
"거 봐! 봤지... 우리 딴 거 보자! 이거 구피와 도날드 나오는 거 재밋데.."
"재미없어 안 봐!"

아무튼 이런 식이다..
그러던 어제...
우린 또 비디오를 빌리러 갔다...
그리고 내가 집어든 비디오는 교육용 비디오 "나르는 스쿨 버스!"
승훈이가 집어 든 건... "마징가 Z" (정말이지... 승훈이는 비디오 가게 구석탱이에 쳐 박여 있는 마징가 Z 비디오를 잘도 찾아 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실갱이 끝에 내가 제안 했다.

"일단 아빠가 보란 나르는 스쿨버스 보고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그래! 그럼 로보트 만화 빌려 줄께...대신 재밋으면 앞으론 아빠가 빌리라는 거 빌린다 알았지"
"정말이지! 진짜지! 내가 재미없어 그럼 로보트 만화 빌려 줘야돼 약속 했다"
"그래"
그리고 집에 왔다.
그리곤 아빠 사무실 가야 한다는데도 (내 사무실은 집에서 아주 가깝다.)
굳이 있으라 한다. 그리곤 비디오를 꼽자 마자 재미없어.. 그런다.
"아빠 이거 재미없으니까..이제 로보트 빌리러 가자."
"야! 다 보고 얘기해야지... 보지도 않고...말하면 어떠냐?"
지도 쑥스러운지... 씩 웃더니만...그냥 본다.

그리곤 저녁 시간 엄마 한테 슬쩍 물어 봤더니...
무지하니 잘 봤단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승훈아1 나르는 스쿨 버스 재밋디?"
"응! ~~~~~~~~ 아니.. 재미없어"
뜸 드리는 폼이 ,....지도 양심에 걸리나 보다...

그리곤 다시 오늘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니...
승훈이가 전화를 한다.

"아빠... 백화점 데려다 줘! 근데 나 지금 '나르는 스쿨버스' 보니까... 어쩌구 저쩌구.."
"으응??? 너 나르는 스쿨 버스 봐? 재밋니?"
아차 싶었나 보다.. 승훈이가...

"아~~~ 나르는 스쿨 버스 재미없는데...응응응...(핑계거리 생각 중)
재미없는 비디오도 봐 줘야돼....알았지? 그러니까..재미없는 나르는 스쿨 버스 다 보면...백화점 데려다 줘 알았지 그리고 웃지마!"

휴~
승훈이와 나와의 비디오 빌리기 전쟁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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