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명***
자재구하기가 힘들고 인부구하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현장사람들의 이구동성은,
오랜 동면(冬眠)에서 깨어나려는 경제란 놈의 기지개면
오죽 좋으련만,
보수만 바라고 호주머니에서 한번도 손을 빼지 않는,
퇴근시간도 훨씬 멀어 옷 갈아입고 매일 서성대는,
게으른 자의 변명이다.
장님사회의 변명이다.
저당 잡힌 신용은 나라가 구제해준다는데,
땀 흘리는 노동은 바보들의 곡예이며,
또박거리며 바쁜 걸음걸이는 멍청한 자의 표상(表象)이다.
사랑할 사람이 없다 한다.
육안(肉眼)이 아니라 심안(心眼)으로 보아도 없다면
오죽 좋으련만
소유하고자 사랑할 사람을 찾고자함이요,
본능으로 사랑할 사람을 찾고자 함이니,
내 변명이다.
꽃은 향기를 뿜을 이유가 없고
음식은 제 맛을 낼 여유가 없다.
황금만능주의의 변명이고
자극제일주의의 변명이다.
글/이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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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붓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