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22
<스캔들> 봤다.
처음 광고 했을 때부터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시험에 친구 결혼에 이것저것 걸리다 보니.
틈이 좀처럼 생기질 않아.
미뤄두고 미뤄두었다.
회사 어떤 남자직원이 그러더라.
이 영화는. 마케팅의 완전한 승리라고.
정말로 볼 것 없다 하더라.
실망을 감출 길 없었다.
그래서 안 볼 생각하려는데.
결국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어제 보고 말았다.
이 영화의 원작이 따로 있다는 건 알고 있느냐?
아래를 보아라.
영화 <스캔들>의 원작 소설은.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서간체 소설 “위험한 관계”로
당시 상류층을 퇴폐와 관련한 여러가지를 풍자한 것이다.
<본문> (인터넷에서 찾은 것임.)
1782년 발표.
당시 유행하던 감상적 ·교훈적인 연애담과는 반대로.
프랑스 혁명 전의 문란하고 퇴폐적인 상류사회를 차가운 눈으로 관찰하여 날카롭게 분석한 작품이다.
악마적인 후작부인 메르퇴유와 호색한인 자작 바르몽이 중심인물이다.
자작은 후작부인의 부추김을 받아, 순진한 양가의 규수 세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며.
후작부인은 세실의 애인인 기사(騎士) 당스니를 차지한다.
또 자작은 정숙한 법원장 부인마저 농락, 그녀를 죽게 한다.
세실은 절망 속에서 수도원에 들어간다.
자작은 결국 당스니와의 결투에서 죽고, 후작부인은 피소되어 파산하고 외국으로 도망간다.
이와 같은 인과응보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악덕한 책이라 하여 그늘에 묻혀 있었다.
그러나 스탕달이나 브들레르, A.지드와 같은 작가들은 이 작품의 진가를 간파하였고.
특히 현대의 비평가들은 이 소설이 보여주는 예리한 심리분석과 미묘한 구성을 높이 평가하였다
아래를 보아라.
이 원작을 중심으로 약간씩 수정하여 만든 영화 중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s , 1988): 좌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출연 글렌 클로즈, 존 말코비치, 미셸 파이퍼, 키아누 리브스, 우마 서먼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Cruel Intentions , 1999): 우
감독 로저 컴블
출연 사라 미셸 겔러, 라이언 필립/라이언 필러피, 리즈 위더스푼, 셀마 블레어, 숀 패트릭 토마스, 루이즈 플레쳐
조선남녀상열지사.....라....
우선 이 영화를 꼬옥 보라고 말하고 싶다.
글쎄. 별로라고 말한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고 보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쩜 보는 스타일이 달라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일단은 크게 세가지를 들어 보겠다.
우선은 세 주인공들의 노련한 연기를 들 수 있겠다.
요염함과 앙칼짐과 질투도 아름답게 느껴질 만큼 능글맞게 연기를 한.
그러면서도 때론 연민의 정이 느껴질 정도로 사랑에 대한 연기를 펼쳤던 이미숙. 과.
오입쟁이의 진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었던 배용준. 과
촉촉이 젖은 눈으로 나를 홀딱 빠져버리게 했던 전도연.
이들의 연기가 제철에 먹는 과일마냥.
아주 맛나게 느껴졌다.
또 하나는 조선의 숨겨진 시대상(時代相)이다.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동양에서는.
특히 유학(儒學)이 맹위(猛威)를 떨쳤던 조선에서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 ; 남녀가 서로 즐기는 방탕한 노래라는 뜻으로 남녀의 애정을 주제로 한 고려 가요)를. 성리학자들이 업신여기는 말로 치부했던 것처럼.
겉으로는 군자(君子)인 척 하나.
안으로는 온갖 퇴폐적이고 질펀한 놀이문화에 젖어 있던 것을 잘 표현해 주었다.
(뒤에 혜원의 그림과 더불어 한번 더 언급하겠다.)
마지막으로는 조선시대에 입었던 아름다운 의상들과 정경(情景)들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한복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이 영화를 통해서 알았다.
위의 <스캔들> 표지나 아래에 있는 주인공들의 옷을 보거라.
티비에서는 검정 갓과 하얀색 한복류만 입고 다녀.
여간 답답해 보이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전도연의 이 단아한 옷차림과 손에 낀 가락지, 비녀를 보거라.
이미숙의 화려한 옷을 보거라.
배용준의 옷도 그렇다. 남자라고 멋 안 부리고 다닌 것이 아니였음을 보여준다.
지난 여름에 읽은 책이 한권 있다.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라고 예전의 글에서 한번 스쳐지나가듯 언급한 적이 있다.
영화 <스캔들>을 본 순간. 이 책이 떠올랐다.
(그림에 대한 설명은 이 책에서 옮긴 것이다.)
신윤복, <과부 : 이부탐춘(?婦貪春>
영화에서는 정절녀 숙부인이 나온다.
혜원의 그림에서도 나온다.
책에서는 그림이 자세히 나오는데, 인터넷에서 다운받으니 영~~ 화질이 지랄같다.
인물을 보자. 한 성인 여성과 몸종으로 보이는 처녀가 소나무 앞에서 개의 짝짓기를 감상하고 있다.
그런데 여인은 하얀 소복을 입고 있다. 상중인 것이다.
기와를 얹은 담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인은 꽤 지체가 높거나 부유한 상류층의 여인이다.
시방 상중인 이 여인은 담장 안에 ‘갇혀’ 있다.
짝짓기를 하는 것은 개뿐만이 아니다.
개의 위쪽을 보면 참새 세 마리가 있다.
자세히 보면 두 마리는 땅에 내려앉아 짝짓기를 하고 있고.
그 위의 한 마리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날개를 파악이고 있다.
짝짓기에서 배제된 이 놈은 과부와 같은 신세이다.
조선시대이 과부란 어떤 존재인가?
조선시대 과부는 사회적 무게를 갖는 말이었다.
조선시대 여성은 남편이 죽는 순간 선택을 강요받는다.
젊어서 남편을 잃은 여성은 개가와 수절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런데 만일 양반가의 부녀자가 개가를 하면 자손의 벼슬길이 막히고 말았다.
<경국대전> <예전>에.
“재가(再嫁)한 부녀자의 아들과 손자를 문과(文科), 생원시, 진사시에 응시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지 않은가?
과거를 거쳐 관료로 출세하는 것.
또는 관료의 예비 후보군에 들 수 있는 자식과 후손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개가는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현실적으로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결코 아닌 것이다.
다시 혜원의 그림으로 돌아가자.
(그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무척 안타깝다.)
다시 한번 과부의 표정을 보라.
수절하는 과부에게서 기대되는 그런 표정, 슬픔과 우수에 찬 표정이 아니다.
과부는 배시시 웃고 있지 않은가?
여종은 민망한지 과부의 허벅지를 꼬집고 있다.
과부의 배시시 웃는 표정에는 내밀한 욕망이 드러나 있다.
즉, 혜원의 그림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가?
<과부>에 등장하는 개와 참새의 짝짓기는.
성에 관한 한 짐승과 사람이 다를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욕망은 억압될 뿐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신윤복 <밀회 : 월하정인(月下情人)>
오른쪽 남자는 널은 갓에다 중치막을 입고 있는데, 수염도 나지 않은 아주 젊은 양반이다.
여자는 쓰개치마를 쓰고 자주색 깃과 끝동이 달린 저고리를 입고 있다.
<스캔들>에서의 인호와 소옥이 밤에 몰래 만나는 장면이 생각난다.
이 그림의 시각은 밤이다.
초승달이 떠 있고, 남자가 사각등을 들고 서 있지 않은가?
조선시대 서울에는 통금이 있었다.
따라서 이 두 남녀는 야금(夜禁)임에도 은밀하게 만나고 있는 것이다.
꼭 통행금지 때문이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양반가 여성은 외출이 자유롭지 않았다.
꼭 외출을 해야 한다면, 종과 함께 나서는 것이 통례다.
그렇다면 왜 이 남녀는 한밤중에 만나고 있는 것인가?
글쎄..
님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신윤복 <삼각관계 : 월야밀회(月夜密會)>
완전한 정적에 휩싸인 한밤중에 세 남녀가 복잡하고 내밀한 애정관계를 맺고 있다.
신윤복 <단옷날의 개울가>
오른쪽 위의 두 여인은 목욕을 마치고 가체, 곧 어여머리를 매만지며 몸매를 가다듬고 있고, 한 여인은 그네를 타고 있다.
나머지 네 여인은 지금 한창 목욕 중이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계집종으로 보이는 한 여자가 옷가지를 이고 오고 있다.
여인으로 이루어진 이 그림에 흥미를 더하는 것은 왼쪽 위에 보이는 두 까까머리 상좌승이다.
중들은 여인들의 목욕을 엿보고 있다.
여탕의 내부를 엿보고자 하는 관음증적 욕망은 시대를 초월하는가 보다.
맨 왼쪽의 여자는 치마를 걷어 허리 중간에 대충 걸쳤을 뿐 아니라.
젖가슴과 배, 엉덩이 아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신윤복 <빨래터의 사내 : 계변가화(溪邊佳話)>
체구도 늠름한 젊은 사내가 활과 화살을 든 채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젊은이의 복색을 보니 아직 벼슬하지 않은 한량이며.
산속에서 짐승을 쫓다가 개울가에서 여인네를 만났다.
맨 위쪽에 옷을 털어 펼치고 있는 여자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얼굴을 잔뜩 찌뿌리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그 아래 빨랫방망이를 든 여자는 중년으로 한창 방망이질에 열중하고 있다.
한량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가?
머리를 만지고 있는 여자에게 가 있지 않은가.
이 젊은 처녀도 저고리 아래로 젖가슴이 드러나 있다.
그러니 한량의 눈길이 쏠릴 수밖에.
신윤복 <선술집 : 주사거배(酒肆擧盃)>
조선시대의 술집이다.
그림 한가운데 안주를 집고 있는 빨간색 복식을 걸친 사람이 보이는가?
1880년대 별감의 복식이다.
별감은 궁중의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되고.
임금의 행차 때는 어가를 시위하는 직분을 맡았다.
이 별감이야 말로 조선후기 유흥계의 주역이다.
별감은 놀고, 먹고, 마시는 데 빠지는 법이 없다.
기부들은 당시 유흥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방을 장악하였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복식을 한번 보라고 한 것이다.
신윤복 <이불은 왜? : 기방무사(妓房無事)>
방안에는 탕건을 쓰고 비스듬히 누워 있는 오입쟁이가 있고.
기생의 몸종인 듯한 노랑저고리의 여자가 오입쟁이이 앞쪽으로 엎드려 있다.
이제 막 집안으로 들어선 여인은 전모 아래 가리마를 쓴 것으로 보아 두말할 나위 없이.
기생임이 분명하다.
기생은 외출했다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고.
그 사이 오입쟁이와 몸종이 방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묘한 것은 왼쪽의 나무들이다.
위쪽에 잎이 큰 활엽수가 있고, 아래에도 역시 녹음이 무성한 나무가 있다.
즉 계절은 여름인 것이다.
날이 더우니 기생이 전모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한 여름에 왜 사내의 몸 위에 이불이 덮혀 있는가?
방안의 두 남녀는 이상 짓(?)을 하다가 갑자기 주인기생이 찾아오자 누비이불을 덮은 것으로 여겨진다.
<스캔들>에서 보면 나오듯이.
양반들의 놀이문화 중 하나다.
신윤복 <뱃놀이 : 주유청강(舟遊淸江)>
양반들이 기생을 데리고 선유놀음에 한창이다.
신윤복 <봄날의 흥취 : 상춘야흥(賞春野興)>
어느 봄날 지체 높은 양반들이 기생과 악공을 불러 한바탕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신윤복 <연못가의 가야금 : 청금상련(聽琴賞蓮)>
고급주택의 후원에서 양반 셋이 가야금을 뜯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 3남 3녀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은 맨 왼쪽의 1남 1녀다.
먼저 이 남자의 발을 보기 바란다.
특히 기생의 치마폭 끝으로 삐죽이 나온 왼발을 보라.
이 남자는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기생을 앉히고 있다.
그냥 앉힌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 위에 기생의 둔부가 올라오도록 앉히고.
오른손은 기생의 하문 근처에 가 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왼손이 보이지 않는다.
가려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남자가 취하고 있는 포즈와 초점 잃은 눈을 보면.
남자가 어떤 일(?)에 몰두 하고 있고.
그 일은 아마도 왼손이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혜원의 <미인도>이다.
하도 아름다워 올려본다.
<스캔들>을 보고선.
혜원의 그림들이 생각이 나 올렸다.
어쩜 다소 지루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이 그림들이 그리 지겹진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님들도. 시간나면 한번 봐라.
허나. 보는 건 좋은데.
엉뚱한 생각을 하고는 보지 않기를 바란다.
이 영화는 절대로 야하거나 선정적인 것 위주의 영화가 아니다.
조선시대의 이면의 여러 것들과.
시대를 불문하고 어김없이 항상 이슈가 되는.
사랑. 질투. 쾌락.
이것들에 대해서 다룬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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