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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칠 수 없는 편지

럽이 |2006.11.13 11:49
조회 26 |추천 0
부칠 수 없는 편지

 

 

 

아무리 웃으려 애써도
칼에 베인 듯한 통증이 옵니다.

 

 

팔순이 넘으신 할아버지 가슴에
용서받지 못할 대못을 박고 먼저 떠나시면서
어찌 그리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 계시는지요.

 

 

스무 살 고운 모습으로 당신 만나
한평생 가난한 농부의 아내로
시부모님 극진히 모시며 살아온
어머니는 어쩌라고
이별의 말 한마디 없이 그리 가십니까.

 

 

효성 지극한 부모님, 보고자란 자식들,
속 썩이는 일 없이 자라 제 울타리 만들어
손자들 재롱 담은 행복 아직 다 풀지 못했는데
어찌 그리 급히 떠나십니까.

 

 

떠나시기 삼일 전 맏딸이 들고 간 하얀 운동화를 받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북망산 신고 가실 줄 알았다면 가져가지 않았을 것을.

 

 

그 날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이
마지막 모습인 줄 알았다면
몇 장 더 담아둘 것을
돌이킬 수 없는 회한만 쌓입니다.

 

 

언제부턴가 엄습하던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진달래를 보면 꽃상여가 연상되고
지는 벚꽃 잎은 부고장으로 보여
가위눌리는 밤 괴롭더니

 

 

아, 그것이 이토록 큰 이별을
예견하는 것이었는지
미련한 자식은 몰랐습니다.

 

 

하늘, 땅, 산천초목 함께 끌어안고
실컷 울었는데, 울다가도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슬픔을 생각하면
맘껏 슬퍼할 수도 없는데
자꾸만 비가 내려 무너집니다.

 

 

내리사랑이라고

아버지의 아버지 가슴엔 대못을 박으시고

아버지의 자식들에게는 단 하루도 병수발 할 기회도 주지 않으신

당신이여,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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