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법이란 언뜻 보기에는 진실이 아니거나 틀린 말처럼 보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그럴 듯하거나 일리가 있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기교를 말한다.
예를 들어서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이라는 표현을 보자.
결별이란 '영원한 이별'을 말한다. 영원한 이별의 경우에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 즉 사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별은 절대로 축복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저주에 가깝다. 그런데도 축복이라고 했으니 바른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불치의 병에 걸렸는데, 거액의 치료비가 무한정 들어가는 상황이다. 완치의 가망이 없는 환자의 치료비를 대기 위하여 가족들이 받는 경제적인 고통은 막심했다. 환자 자신도 통증으로 인해 마치 고문을 받는 듯한 나날이 이어졌다. 자칫하면 집안이 거덜 날 정도였고, 환자는 환자대로 힘들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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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 환자가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이별' , 즉 결별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결별 자체는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 환자가 세상을 떠남으로 인해 가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환자 자신도 기약없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환자의 죽음은 축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틀린 말이지만, 다른 면으로 깊이 생각하면 어느 정도 진리를 포함하고 있는 표현일 때, 그것을 역설법이라고 한다.
한편, 반어법 이란 실제 나타내고자 하는 바와 반대로 표현하여서,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문장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얘가 얼마나 공부를 잘 하는데요? 얘 뒤에 전교에서 두 명이나 더 있어요."
전교 학생이 몇 백 명은 되는 학교이다. 그런데 뒤에 2명밖에 없다면, 이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문제이다. 즉, 이것은 어떤 방향으로 생각해도 절대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진리(진실)는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 표현은 공부를 못한다는 것을 강조하거나 비아냥거려서 자극을 주기 위한 말이다.
이와 같이 진리나 진실을 거꾸로 말해서 상대방을 야유하거나 더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표현 일 때, 그것을 반어법이라고 한다.
다음에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1) 늙으면 죽어야 돼
심신이 허약해진 노인 분들이 가끔 이런 말씀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죽어야 할까? 생명은 고귀한 것이니 노인도 살아야 한다.
그렇지는 노인이 되면 젊었을 때와 달리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이곳저곳 몸이 아프고 힘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프고 힘들게 살 바에야 죽는 것이 낫다는 것이, 노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진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설법이다.
2) 잘 났어, 정말!
상대가 정말 잘 나서 칭찬하는 의미가 아니라 하는 짓이 아니꼬울 때 쓰는 표현이다. 잘나기는커녕 보기 싫고, 정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반어법이다.
3)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한용운 님의 <복종>의 한 구절이다. 남의 말을 들어야 하는 복종보다는 자유가 훨씬 좋은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상대라면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무한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럴 경우 복종보다 자유가 달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설법이다.
4) 참 잘했다. 온 동네 광고해야지.
창피한 성적표를 받았을 때 부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면…. 그 때는 잘했다는 칭찬이 아니다. 이 사실은 광고는커녕 최대한 숨겨야 할 일이다.
반어법이다.
5)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유치환 님의 <깃발>의 한 구절이다. 소리가 없으면 아우성이 아니고, 아우성을 질렀다면 소리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가슴 속에 무언가 커다란 한이나 감격을 품고 있다면, 그것을 소리 내어 표현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커다란 울음이나 격동이 치솟고 있다면,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는 크게 외치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역설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