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커튼을 달았다.
커튼이라기보단 아이보리 바탕에 흰색과 잿빛으로 꽃무니가 들어간...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무늬의
롤 스크린이다.
천정에 나사못을 돌려밖으며 그를 떠올린다.
하나짜리 현광등 갓을 두 개짜리로 갈아 끼워주던..
그리고 책상 하나 짜 달라는 부탁에 생각하던데로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 책상에 쩔쩔매며 부심하던...
그와 헤어진 후
난 아주 간단하게 인터넷 쇼핑몰에 전화 한 통화 넣는 걸로 내가 원하던
책상을 가격과 품질 모두 만족하게 살 수가 있었다.
비록 충동 구매로 산 롤 스크린을 달아 놓고 다시금 생각이 그에게 미친다.
그리고 그와 지내던 내내 욕구불만에 싸여 있던 나를.
큰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사소하게라도 그에게 기대고 싶었었다.
이제 그가 없고 보니 그가 있을 때는 하지 않던, 그에게 미루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조금씩 내 스스로가 해내면서 어쩌면 그와 헤어진 게 잘 한 일이라고
위로를 해본다.
사랑이란 이름이 내게 아름다운 기대를 갖게 했지만
정작 내게 남은 건 실망이다.
사랑이 그렇게 시시한 것이었던 줄..
자기 삶의 의미라던 나는 이렇게 떨어져 소식조차 모르고 사는데.
그 남자의 알 수 없는 속을, 한 번은, 꼭 뒤집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