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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이야기(1)

플라워 |2003.11.03 20:04
조회 337 |추천 0

저랑 제 남친은 2000년 6월 7일에 만났습니다. 이 날은 잊혀지지가 않죠.

왜냐구여? 현충일 다음 날이라서여..

 

저는 그때 지방에서 올라온지 딱 2달 정도 되었었죠..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데 너무 외로웠어요..

 

회사에서 정시에 퇴근하면 갈 곳이라고는 집밖에 없었죠.

그리고 서울은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2달동안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했져..

 

2달을 그렇게 보내니..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도 싫고..혼자 밥 먹는 것도 싫고...

아~ 그 때 역삼동에 있는 학원에 등록했었던 것 같네염...

 

현충일을 쓸쓸히 방콕 생활로 보내고 그 담날 출근을 한 후..도저히 이렇게 내 젊음을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저는 퇴근 시간 한 시간을 남겨두고 작업에 들어갔져. 뭔 작업이냐구여? 바로 채팅이였져..

 

모클럽 사이트에 접속해서 모 방에 들어가서 야그를 나누는데..재미가 없었슴다.

때려쳐야지하고 생각하는 순간..제 눈에 들어온 쪽지가 있었습니다.

 

"똑~똑~"

별 거 아닌 메시지에 전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더랬져..

좀 어이가 없더라구여..좀 촌스럽고..구식같은..그런 분위기를 풍겼져..

 

저도 쪽지를 보냈구..그러다 방을 하나 만들어서 약 한시간동안 야그를 나눴져.

음..매너는 괜찮았슴다. 서로 이야기도 잘 통하는 것 같았구여.

퇴근 시간이 임박해 오자 저는 방을 나가려고 했져..근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전 그 당시 채팅을 할때 전화번호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 규칙을 세워놨었기 때문에...

 

그냥 나오면 매너가 아닐 것 같아서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져.

내가 전화하겠다구 말이져..음냐..솔직히 맘 속으론 전화할 생각도 없었져..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적긴 했습니다. 퇴근 길에 그 메모지를 들고 나오다 쓰레기통에 버렸지요.

그런데...참으로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가는 일이였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갑자기 나도 모르게 다시 뒤돌아 가서 버린 메모지를 갖고 왔습니다.

학원 시간이 한 시간 반정도 남아있었거든요..

근데 그 시간을 뭘로 때워야 할까 고민하다 그 버린 종이가 퍼뜩 떠오르는 거였어요..

마침 그 사람이 있는 곳이 강남이였거든요..잘 되었다 싶어서 가는 길에 전화해서 역삼으로 나오라고 했져.

 

역삼역 4번 출구에서 기다렸습니다.

좀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빼빼마른 한 남정네가 걸어오더군요..

어찌나 말랐던지..툭하면 쓰러질 것 같더라구염..

 

첫인상은 맘에 안 들었슴다. 그래서 에휴..한 시간만 때우고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강남역까지 걸어갔져..커피숍을 찾아서...

 

별로 맘에 안 들었지만 한 커피숍으로 들어가서 야그를 나눴습니다.

그는 안경을 썼고..코는 어찌나 높은지...여자 코보다 콧대가 더 높더군여..

한 시간 반을 떠들었습니다. 허~

 

대화를 하는데 그날 첨 만난 사이가 아니라 꼭 옛날부터 알던 사이 같았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정말 남자가 맞나 할 정도록 말이 많았습니다.

저보다 더 잘 떠들었던 것 같군여..

 

제가 커피숍에 한 시간 이상을 앉아 있지를 못하는데..왜냐구여..엉덩이가 가려워서염...

한 시간 반동안을 떠들고 .. 그날 학원은 제꼈습니다.

그 날로 학원에 발걸음을 끊어버리게 될 줄이야..헐~ 아직도 학원비가 아깝슴다.

좀 비쌌거덩여..그리고 6개월치라..

 

술을 마시러 가자는데 친구를 부른다하더군여..

근데..첫 만남에 친구를 부르는게 맘에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그만 집에 간다고 했져..그랬더니 안 된다고 붙잡더라구염..

싦음 친구 안 부르겠다구여..음냐..그렇게 붙잡으니 갈 수가 없더라구여..친구도 부르라고 했져..

 

친구가 나왔는데..ROTC라고 하더군여..

음냐..제가 대학때 ROTC선배 좋아했었는데..갑자기 그 선배가 생각이 나더군여..

그 친구도 첫인상 맘에 안 들었슴다. 음냐..아마 그 친구도 절 맘에 안 들어했던 것 같네염..

 

근데 지금은 무지 친합니다.

셋이서 술을 마시다 12시가 넘었져..음냐..그렇게 늦게까지 놀아본 적이 없어서리 저도 놀랬져..

집에 가겠다고 하니 데려다 준다고 하더군여..음냐..몇년만에 받아보는 에티켓이란 말이더냐..

 

택시가 잘 안잡히는지 나중에는 모범을 잡더군여..그때 모범을 첨 타본 것 같네염..

근데..제가 서울에 온지 얼마 안되서리 .. 주로 전철을 타서리.. 길을 잘 몰랐져..

 

제가 그때 왕십리에 살았는데..성동구민회관 근처인데 제가 잘 몰라서 성동구청 근처라고 해버렸죠..

근데 막상 성동구청 근처에 오니 제 동네가 아니더라구여..

그날 전 길치로 찍혔슴다.

 

어찌하여 집 근처까지 와서 내리고..나중 말로 택시비 많이 깨졌다고 하더군여..

저는 집으로 들어가고 그는 그 친구랑 걸어서 행당동까지 갔다네여.

그의 친구가 행당동에 살더라구여..불행 중 다행이였져..

 

저는 그 날 뿌듯한 맘으로 잠자리에 들었슴다.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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