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쇠고기협상’ 해명도 엉터리
[한겨레] 농식품부 "SRM, 유럽기준 따랐다" 설명
EU와 달리 내장도 수입허용 '이중잣대'
한-미 다른 기준 추궁에는 "잘 모르겠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엉터리로 한 것이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해명마저 엉터리로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 분류 기준을, 미국 보건당국과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보다 완화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15일 저녁에만 무려 세 차례나 설명자료를 냈다. 농식품부는 이 자료에서 "유럽연합 (EU) 기준에 따라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기준을 정했고, 미국에서는 못 먹는 부위가 한국에 들어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유럽연합 기준 가운데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키고, 협상 내용도 멋대로 해석해 책임 모면에 급급해하고 있다.
■ '유럽연합 규정', 정부 유리한 것만 해명 농식품부는 새 수입 위생조건의 광우병 특정 위험문질 분류가 미국의 기준과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유럽연합과는 거의 같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유럽연합의 경우 척주 가운데 광우병 위험물질에서 제외되는 부분은 우리 수입 위생조건과 같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숨겨져 있다. 우리 수입 위생조건은 모든 연령에서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만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로 정했지만, 유럽연합은 십이지장부터 직장 그리고 장간막까지 위험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곧, 위만 제외하고 내장 전체를 식용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 기준을 제대로 따랐다면, 한국인이 즐겨먹는 곱창은 광우병 위험물질로 분류해 수입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부분은 유럽연합 기준을 인용하고,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못 본 척하는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광우병 경험이 더 풍부한 유럽연합의 규정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는 정부의 해명도 말이 안 된다. 정부가 인용한 유럽연합의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에 대한 기준은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4일 뒤인 지난달 22일에 새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즉 척주 가운데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에서 제외되는 부분을 과거에는 24개월 이상 소에 대해 적용했지만, 새로 고친 규정에서는 30개월 이상으로 바꿨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 유럽연합 기준을 참고했다면, 30개월 미만의 소에 대해서도 척주의 일부는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로 규정해야 한다.
■ 미국서 못먹는 부위, 한국 안 들어온다? 농식품부도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정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부위가 미국 자체 기준과 일부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미국 국내용과 한국 수출용은 같고, 따라서 미국에서 식용으로 금지된 제품이 국내로 수출될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수입 위생조건 1조에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식용으로 금지된 부위가 국내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의'포괄적 규정'과는 별도로 9조에서는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에 대한 구체적 범위를 정하면서 문제의 부위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정부 해명을 인정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미국이 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에 대해 자신들과는 다른 기준을 한국에 강요해 관철시켰느냐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식용으로 금지된 품목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미국과 똑같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의 기준을 한국에도 적용하면 될 텐데 굳이 다른 기준을 정했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의 지금까지 답변은 "잘 모르겠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