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른한 오후, 집에서 친구와 멜로 영화를 감상하던 중이었다.
남녀 주인공의 달콤한 키스장면에서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저건 무슨 맛일까?”
“응?”
“저건 정말 초콜렛 맛일까?”
지극히도 소녀같이 유치한 이 의문은 저녁 술자리 모임에까지 꼬리가 이어져 각자 첫키스의 기억이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았다는 성토의 장이 되고야 말았다.
벌써 수년전 첫키스의 달콤함을 아직 믿고 싶었던 이십대 초반 그녀의 첫키스는 대다수의 연인들이 그랬듯 술자리에서 처음 이루어졌다.
1차로 맥주 2차로 소주와 각종 찌개 안주들로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그녀의 남자친구는 술김에 여자의 로망을 잠시 망각하고 본인의 용기만 백배인 채로
연인의 첫 관례와 의무를 그렇게 치루고 말았고 그녀는 실망했다.
아무리 취했어도 사전에 가글이나 껌 정도는 챙겨주는 센스를 바랬건만 그렇게 안주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 처럼 그와의 첫키스는
가슴이 벌떡거리며 뛰는 느낌도 달콤함도 없이 온갖 짠내로 가득한 양념냄새만 가득 남고야 말았다.
보통 첫키스에 대한 기억은 아무래도 성욕과 호기심이 강한 능동적 자아가 수동적 대상을 향해 시도하게 마련이다.
이 때 수동적 자아는 더 사랑하는 자가 표현하는 사랑의 한 방식이라 여기고 대게 기꺼이 받아 들이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보통 능동적 자아는 남자가 되고 수동적 대상은 여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통념상으로도 여자가 능동적 자아가 되기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관점으로 보았을 때 아마도 여자들의 첫키스에 대한 환상만큼이나 남자들의 부담감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
본인이 주체가 되어 연인에게 표현하는 신체접촉의 관례가 남자라고 왜 안 떨리고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거부 당할 경우를 대비해
얼굴에 콘크리트도 깔아 두어야 할 것이고 주책 맞은 심장박동수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심장 맛사지도 좀 해준 다음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리드해야 한다는 부담감 말이다.
그렇게 술과 술자리는 남자에겐 용기를 주는 효과와 여자에겐 느슨한 경계와 넓직한 이해심을 부추겨 주기도 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준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 알고 이해하지만 그래도 여자는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의 맨정신에 박하향 치약맛을 기대하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초콜릿 맛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섬세함이 나를 얼마나 아껴주는지의 척도가 된다는 걸 남자들이 진작 알았다면 과연 그랬을까?
눈물 없인 들을 수 없었던 그녀들의 키스담으로 이어진 그날의 가장 힛트는 뭐니뭐니해도 또 다른 일격의 한마디였다.
“요즘은 가끔… 재떨이를 통째 마시는 기분도 들어…”
아아… 요즘 편의점에서는 구취용 필름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혓바닥에 놓고 살살 녹이면 1분안에 양치질한 효과가 입안 가득 퍼진다고 하니 첫키스를 앞둔 연인들이여 남녀를 막론하고 매너는 지키도록 하자.
※ 비너스워너비의 공간에 작가 정지연님께서 제공하신 연애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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