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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묻은 군화와 꽃고무신51(우리집보물일호)

꽃고무신 |2003.11.14 15:12
조회 425 |추천 0

작은 추석이라 길이  많이 막히겠지 하는 생각에 의자를 뒤로 젖혀서 잠을 잤다

 

버스에서 잠을 자는건 힘들다... 막상 잠이 들면 목이 아픈줄도 자지만... 잠이 들기까지 가장

 

편한 자세를 찾느라 몇번씩 고쳐 앉고 의자를 앞으로 땡겼다 뒤로 밀었다 씨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멈추는 느낌에  게슴치레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대전동부터미널이었다

 

시계를 보니.... 강릉에서 채 2시간이 안걸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강릉에서  대전까지... 2시간대라니..... 더구나 오늘은.. 추석이브가 아닌가????

 

길거리에 사람들의 종종걸음으로 미루어볼때 추석이 내일인것 맞는데... 도로가 너무 안

 

막히니.. 조금 서운했다...

 


" 엄마... 넷째 딸년 왔어.."

 

" 으르렁.... 으...으르렁.......왈왈왈..."

 

너무 오랜만에 보는  우리집 누렁이가.... 날 양상군자로 착각했었나보다..

 

낼이 추석인데 엄마는 없구.. 막둥이가 문을 열어서 날 바라봤다

 

얼굴에서 잠시 머물던 시선이....나의 양손으로 내려오고 나서 내 양손이 빈손임을 알고는

 

문을 닫아버리는게 아닌가..( 이룬이룬.....)

 


" 야.. 누님이 오셨는데 인사도 안하냐! "

 

" ................."

 

" 나 왔다고... 넷째 누나 왔다니깐... 영남이는 영순이언니는? "

 

" 영순이 누나는 못온대.. 영남이는 몰라 "

 


우리집이 딸만 다섯..... 딸부잣집이라지만... 큰언니랑 작은언니 시집가고.. 셋째언니는

 

직장 때문에 명절이라도 오지 못하니... 그 부쩍대던 옛날 우리집이 이렇게 조용해졌다

 


" 엄마는? "

 

" 일하러.."

 

" 아.... 참...... 그렇지..... 엄마 내일은 쉴 수 있데?"

 

" 오전 10시까지 밖에 못쉰대.. 제사 끝나고 또 일하러 가야되..."

 


옷을 먼저 갈아입구....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마당도 쓸구... 내일 쓸 제기도 깨끗히 닦아놓구... 음식도 만들고.....

 

저녁 7시가 조금 넘자 엄마 오는 소리가 들렸다..

 

" 엄마..... 넷째 딸 왔어.."

 

"  어?... 영미 왔네.. 왜 오늘 왔어? 어제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 어제?  그냥.....길이 너무 막혀서......"

 


엄마한테 아직 남자친구 생겼다는 말을 못했다...

 

큰언니가 결혼할거 아니면 말 하지 말라고 해서.........

 


" 내일이 추석이라고 우리 선물 주드라.."

 

한손에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내려놓으시며 마루에 걸터앉으시는 엄마

 

옆에 앉아서  뭔가 봤더니....

 

비누 치약 샴푸 가 들어있는 선물 세트였다..

 


" 치.. 디러워 죽겠다.. 차리리 돈으로 주지..."

 

우리 엄마 선물이 별로 맘에 드시지 않는 눈치다....

 

" 우리집에 치약 진짜 많은데.,.. 이런거 말고.. 햄 이랑 참치 있는 선물세트로 주지"

 

내 남동생도 선물이 맘에 안드나 보다....

 


" 영미야..나 소  끌고 올테니깐 니들끼리 저녁먹어 "

 

" 엄마는? "

 

" 엄마는 먹구 왔어.. 니들이나 잘 챙겨먹어 "

 


우리집 보물 일호는 소다..

 

한우.....일명 왕눈이.............

 

들에서 풀먹고 자라는 소이므로..  사료 먹고 크는 소들이랑은 고기맛이 틀릴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왕눈이를 저녁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물 먹이고(?)

 

풀 뜯기는 일은 내 몫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비오면 소막으로 데리고 오고.. 송아지 낳으면

 

송아지 데리고 나가서  풀 뜯기고... 저녁에 소막( 외양간) 으로  데리고 와서 묶어놓고..

 

짚과 마른풀 섞어서 뜨거운 물에  말아서 세번 밥해주는건 나의 가장 큰 일과였다..

 

내 또래에 나처럼 소를 잘 모는  여대생은 없을 것이다.. ^^;;;

 

요즘도 소밥은 내가 해준다...

 

물론 시골에 있을때만이지만...

 

. 우리집 왕눈이는 내가 목이랑 머리 만져주는걸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자기전에 꼭

 

등이랑 목 그리고  머리의 두뿔 사이를 꼭  만져주고 잔다....

 

우리집 왕눈이가 그 부분 만져주는걸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 다리가 안 닿는 부분이기

 

때문일것이다.....

 

가려운데 팔이 안닿아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리집 왕눈이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왕눈이를 데리고 들어오셨다..

 

저놈 배가 터질것 같이 부풀은걸 보니..... 몸 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마당에 미리 받아놓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지 방으로 들어갔다....

 

왕눈이 등치가 한 등치 하다보니....마시는 물도 엄청나고... 그 덕에

 

나오는 쉬야도... 엄청나다...

 

한줄기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다....

 

저번에  왕눈이 쉬야 소리를  핸드폰으로 신군에게 들려줬더니..

 

" 거기 비와? " 

 

그러던데 ㅋㅋㅋㅋㅋ

 

 엄마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 니 혼자 이거 다 해 놨나? '

 


뭐 별로 해놓은 것도 없는데 엄마가 놀란 눈을 하시고는 날 쳐다봤다

 


" 시집 가서 못오고..직장 때문에 못오고.. 우리집 너무 썰렁해졌다.. 그치엄마?"

 

" 그러게... 그러니깐  넌 시집 가지마.."

 

" 나도.. 나는 시집 안가고 싶을 줄 알았어.."

 

" 왜? 시집 가고 싶은 남자라도 생겼냐? "

 

" 아니.... 그냥.. 나랑 영남이도 시집가면 엄마랑 정혁이랑 둘이서 진짜 너무 썰렁하겠다"

 

"............................'

 

" 엄마는 내가 시집 갔으면 좋겠어? 노처녀로 늙어서 엄마랑 살았으면 좋겠어? "

 

" 내가 시집 가지 말라고 하면 안갈꺼야? 시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불끄고 들어와 전기세 많이 나와

"

 

" 아...예.."

 

저녁을 먹고 한참뒤에 막내딸 영남이가 들어왔다....

 

영남이 양손에는 종이가방이  들려있었다...

 

돈 많이 버는게 꿈이었던 영남이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다...

 

그래서 학생인 나보다... 엄마와 정혁이의  애정을 듬뿍듬뿍 받고 있었다...

 

엄마 선물... 정혁이 선물.......

 

영남이가 대견스러웠다.......

 

전원일기의 영남이가 태어나던 날과 같은 날에 태어나서 영남이라고 지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우리 막내딸 영남이...

 

한방에 우리 네식구가 누웠다... 나 영남이 엄마 정혁이..

 

옛날엔 나 영순이언니 영남이 영옥이언니 영선이언니 엄마 정혁이

 

이렇게 누워서 잤는데.. 지금은...

 

넷만 누워서 자려니 방이 너무 넓었다.

 


" 우리 넷이 누워도 방이 이렇게 남는데... 평소에 엄마랑 정혁이만 누워서 자니깐 진짜 넓겠다"

 

 

.......................................

 

 

아무도 대답을 안하는걸 보니.. 다 자나 보다....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내 방하나 갖는게 소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엄마랑 누워본게 얼마만인지.... 좋기만 했다..

 

핸드폰을 열어 신군에게 문자를  보냈다.

 


" 나  지금 도착했어 ㅠ.ㅠ '

 

 

조금있다... 전화가 왔다.....

 

신군이었다.... ㅋㅋㅋㅋ 지금 도착했다는 말에

 

놀라서 전화한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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