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11월은 저녁 백사장에 모래를 부리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빈수레처럼,
그렇게 왔다.
가슴 한 켠에서 희미하게나마 싹을 틔우기 시작하던 사랑도,
나이에 맞지 않게 사계절 발랄함(?)을 자처하던 의지도,
허리잘린 바람결에 서걱이는 시누대처럼......
어느 책엔가,
추운 것엔 추운 만큼의 따뜻함이 있듯이
아픈 것엔 아픈 것 만큼의 힘이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을 믿어야 할까.. 생각한다.
그 따뜻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 아픔의 힘을 영영 가슴에서 놓아버린 것은 아닌지................. 두렵다.
남들과 똑같은 길은 내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에 어설픈 힘을 주던
지난 날의 선택이 과연 옳았던 것일까.
그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사막의 한 켠을 헤매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유란 자기가 선택한 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고 버리는 것 만큼의 무게 라며
길위로 나서길 좋아하던 친구는 이 계절,
어떤 생각으로 가슴을 덥히고 있을까...
11월................
이미 절반이 지나가버린 달력을 들고
저무는 것과 깃드는 것의 이유를 찾는다.
철이른 크리스마스 캐럴이 번지는 눈물로 가슴을 파고드는 사이,
빨갛게 물들었던 시크라멘 한 송이
툭, 스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