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많은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 전합니다.
저는 2005년 5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의경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이제 제대한지 갓 1년된 햇병아리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동시에 후배 의경분들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괴로운 마음을 달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의경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진압작전에 투입되었지만,
제 기억속에는 딱히 자랑스럽다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니 한가지 있습니다.
[발단]
2005년 8월 14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는 광복절 기념 남북친선축구 경기가 열렸습니다.
자대배치 후, 딱 1개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신뺑이 상암월드컵 경기장으로 끌려갔더랬죠.
경기는 시작되었고, 주변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근데 갑자기 중대 수하나와 각 소대 수하나들이 급한 목소리로 무전을 주고 받았습니다. (수하나는 분대장이나 내무반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급하게 진압복을 입고 방패를 들고 무작정 뛰었습니다. 경기장 입구에는 어떤 미친새끼 한 분이 머리엔 피를 질질 흘리고 양손엔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태극기를 사랑합시다! 태극기를 사랑합시다!"
당시 제 짬밥에 왠 개소린가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그냥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 분을 촘촘하게 방패로 둘러 쌓았습니다. 축구 경기가 끝날 때 까지 말이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였지만, 그 분은 뉴라이트 연합에서 헤드 정도 맡고 있는 김 뭐시긴가 박 뭐시긴가라는 냥반이였죠.(죄송합니다 오래되서 정확한 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 유명하더라구요. 돌+i 로..
1인 시위 인즉, 남북 축구 경기가 열리던 당일. 당시 노대통령 정권에서는 북한과의 충돌을 우려해(했는지 안했는지 잘 모르겠지만...아마 맞다고 생각합니다) 경기장 내에 태극기와 인공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대신, 한반도기의 반입만을 허용했습니다. 우리의 뉴라이트 연합 이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사명감에 불타 태극기를 어떻게든 갖고 들어가려던 과정에서 경찰(의경들은 아님)들과의 충돌이 있었고 맨땅에 헤딩하는 연기력 까지 선보인 후, 적절한 타이밍에 피를 흘리고 태극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니... 기자들은 냄새를 맡고 달려 왔으며, 우리는 윗 분들의 명령에 따라 그 분이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 (?) 주변을 촘촘히 둘러 쌓았던 것 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유분수지.. 뉴라이트의 계획. 바로 그 것이였습니다. 이슈화! 무조건 이슈화!! 때려 죽여도 이슈화! 이 때 처음으로 뉴라이트라는 극우 조직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제대까지 그들과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전개]
2006년 5월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신촌에서 지모씨에 의해 피습을 당한 사건, 다들 아실겁니다.
당시 지모씨는 현장에서 붙잡혀 관할 구역인 서대문 경찰서로 호송되었습니다. 서대문 경찰서, 아니 전 경찰이 난리났습니다. (서대문 경찰서 바로 옆에 경찰청 건물이 떡하니 있는거 다들 아시나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였죠. 우리나라 기자들은 전부 다 몰려 온 것 같고, 그 날... 그리고 드디어 올 분들이 왔습니다. 뉴라이트 연합,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여러분들.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무실에서 진압복입고 5분대기하다가 그 분들 오셨다는 소리에 빛의 속도로 뛰어내려가서 경찰서 문을 봉쇄했습니다.
지모씨 꺼내랍니다. 꺼내서 때려죽여야 한답니다. 담을 넘으려시도합니다. 방패로 막았습니다. 한 분이 우리의 철통방어를 뚫고 담을 넘어 본성진입에 성공하십니다. 그러나 순식간 10명의 의경들이 애워싸니, 도로 넘어가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하십니다. 다시 보내드렸습니다. 그러자 밖에서 다시 조롱하듯이 물병을 던집니다. 정말이지 다시 넘어만와봐라 반드시 죽이겠노라! 라고 1분에 60번씩 되새기며 다짐했습니다. 솔직히 네시간 정도면 조사도 끝나고 상황 종료 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이게 왠 걸..오매나 결국 20시간을 서있었습니다. 그 분들 집에 가실 생각을 안합니다. 아예 말뚝 박고 철야 농성 들어가셨습니다. 전 사실 다음 날 휴가예정이였습니다. ^^ 이런, 휴가고 나발이고 물 건너 갔습니다. 농민대회 나갔을 때는.. 더 격하게 하시더라도 우리의 아버님 어머님 삼촌들보면 송구스럽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시니.. 당연히 그럴수 밖에요. 근데 이건 뭐 정신이상자들 같습니다. 무슨 딴나라의 종교행사 같았습니다. 도대체 왜!? 뭐 그렇게 대단한 이유 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저의 2mb머리로는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지모씨가 극적으로(?) 서부지검으로 송치 될 때.. 눈 앞에서 미친 폭도들을 보았습니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니였습니다. 그들은 저희들의 쉴드도 무력화 시킨채 지씨가 탄 승합차를 반 고장낸 상태로 서부지검으로 출발시켰습니다. 지씨가 송치되자 다들 해산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평온한 얼굴들을 띄고 있습니다. 밤새 수고하셨다고 웃으면서 악수하고 토닥토닥 해 줍니다. 뉴라이트를 개박살 내겠다는 다짐은 이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나봅니다.
[위기]
복수의 시간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홍제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기업 CEO와의 포럼인지 만찬인지.. 암튼 중요한 행사가 열렸죠. 행사시각은 11시. 오늘도 아무 일 없이 잘 끝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전 9시 정도에 냉동탑차가 그랜드힐튼 호텔 입구에 주차를 합니다. 갑자기 트랜스포머같이 냉동탑차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안에는 대형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북한에 퍼주기식 원조 정권 김대중은 밥숟가락 놔라, 김정일도 밥숟가락 놔라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의 초대형 현수막입니다. 게릴라 군단 같이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손에 들고 있는 찌라시를 보니 반핵반김연합, 뉴라이트 뭐 이렇게 써있습니다. 경비과장의 말을 들어보니, 10시 40분경 김대중 전 대통령이 힐튼호텔로 입장 할 때, 탑 차 위에서 북한 대형 인공기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준비중이랍니다. 경찰서장도 행차하셨습니다. 오늘의 돌발 사태 절대로 일어나면 안된다고 우리 중대장, 소대장, 중대원들을 모여놓고 교양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경찰서장은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하였기에, 지휘에 잘 따라주기를 강조하셨습니다. 대원들의 손에는 간이 소화기를, 그리고 똘똘한 녀석 두마리 뽑아서 대형소화기들고 탑차 아래 쪽에서 위로 분사 할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전 머리가 2mb였기 때문에 똘똘하지는 않았으나, 너무너무너무너무 하고 싶었기에 짬밥의 위력으로 그 임무를 차지하였습니다. 이제 거룩한 의식(?)의 시간이 찾아왔고 뉴라이트 나훈아아저씨 닮은 너후나씨와 마빡이 닮은 브이빡 아저씨가 탑차 위로 올라가십니다.(브이빡 아저씨는 차후 설명 들어갑니다.)
너후나아저씨의 손에는 불에 잘 붙는 시너가 들려있었고, 브이빡 아저씨는 초대형 인공기를 들고 계셨습니다. 무전이 나옵니다. 1분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과 하십니다. 에쿠스 체어맨등이 연이어 입장합니다.
드디어 불을 붙이려는 모션을 취합니다. 긴장감에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경찰서장의 "소화!" 명령과 동시에 대형소화기의 손잡이를 움켜잡았습니다.
"쏴~~~~~~~~~~~~~~~~~~~~~~~~~~~~~~~~~~~~~(소화기 소리)"
소화기가 그렇게 분사력이 쎈 줄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퍼포먼스는 커녕 위에선 콜록콜록 거리는 기침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사라지니,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 처럼, 마빡이 아저씨가 양 손으로 얼굴을 브이자(사실은 엑스자)로 가린채 아윌비백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그 아저씨는 브이빡)
"야이 개 ㅆㅂ ㅈㄱㅇㅆㄴㅇㅅㄲㄷㅇ~ 내가 너희 둘 얼굴 똑똑히 기억해!!"를 외치며 다시 한 번 불을 붙이려 시도합니다.
그 순간 말없이 다시 한 번 손잡이를 눌러주었습니다.
"쏴~~~~~~~~~~~~~~~~~~~~~~~~~~~~~~~~~~~~~(소화기 소리)"
솔직히 제가 필요 이상으로 15초간 발사하였습니다. 죄송했습니다. 브이빡 아저씨와 너후나 아저씨는 이미 떡실신입니다. 제 머리가 2mb밖에 안되서 판단력이 없었습니다. 치고 빠질라고 재빠르게 뒤를 돌아서니, 제 동료들, 후임들은 눈에 띄지 않게 입가에서 풉을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이수경님 수고 많았습니다. 아까 진짜 잘하셨어요!"라는 후임들의 칭찬에.. 동료들이 지금까지 겪었던 수난, 고생, 복수심까지 저의 퍼포먼스 한 방에 모두 다 날려준 것 같아 저도 괜히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부대에 들어와 취침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분들이 항의 방문차 다시 저희 경찰서 문을 똑똑 두드리셨습니다.
[결말]
그리고 저는 또 한 번 휴가를 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