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다른 스포츠가 갖지 못한 축구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혹자는 축구를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전쟁에 있어서 병사들의 뛰어난 개인적 역량과 명장의 신출귀몰한 전술 그리고 양질의 훈련이 승리를 부르는게 축구와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전투를 즐기는 인간의 잠재적 본성이 전세계를 축구열기 속에 몰아넣는다고나 할까...
이제 축구는 만국 공통어가 되어버렸다. 인간,전쟁 그리고 축구.
가장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스포츠가 바로 축구인 것이다.
또한 민족성이 가장 강하게 부각되는 스포츠가 축구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브라질 축구의 예술성은 그 민족의 뜨거운 피와 실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탈리아 축구의 수비지향성은 이탈리아의 역사적 전통과 관련된 "레알리스모"에 기인한다.
한때 나치즘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개인을 집단 속에 매몰시킨 독일의 축구도 그 민족의 정서를 이어받아 창의성보다는 훈련에 의한 물샐틈없는 조직력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과 프랑스의 아트사커, 보수적인 잉글랜드인과 변화를 꺼려온 잉글랜드 축구, 바이킹 후예들의 파워축구 등도 마찬가지로 축구라는 스포츠 속에 그들의 문화, 정서, 전통을 담아낸 좋은 본보기라 할수 있다.
축구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축구는 진화한다. 개인전술은 점진적으로 진화하며 팀 전술은 급진적으로 진화한다. 우리는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면서 발전되어가는 축구의 모습을 보며 즐길수 있다. 지금도 재미있는 축구가 미래에는 더욱 더 재미있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실감이 안난다면 10년전의 축구보다 현재의 축구가 더욱 재미있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한다.
축구가 거의 종교인 나라도 있고, 축구로 인해 국제적인 분쟁도 일어났으며, 축구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했다. 우리는 축구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이토록 인간으로 하여금 한가지에 미치게 만드는 축구가 인류 최고의 걸작이라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럼 지금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축구문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1. 잉글랜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축구와 비슷한 형식의 놀이는 고대부터 행해져왔으나 공식적인 축구의 탄생은 영국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축구종가라는 자존심 때문에 영국은 절대 영연방 4개 국가가 통합해서 축구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 영국이 유독 축구만 출전하지 않는 것도 이 이유에서이다.(과거 유나이티드 킹덤이라는 단일팀으로 출전하여 3회 우승한 기록이 있지만)
축구 종가답게 영연방 4개 국가는 굳이 통합하지 않더라도 각기 상당한 축구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으뜸은 단연 잉글랜드이다.
현재 잉글랜드에 등록되어 있는 선수는 약 150만명 정도로, 이 수치는 국민 30명 중에 1명꼴이 축구선수라는 이야기이다.
상당수의 유럽국가가 그러하듯이 잉글랜드에서 축구는 그들의 생활이다. 특히 과거 잉글랜드 축구팀들은 가난한 노동자들에 의해서 탄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돈 없는 자들에게 축구는 그들에게 유일한 문화생활이자 억압되어 있던 감정의 분출구였다.
그들은 축구장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다시 일터로 돌아와 일을 하고 다시 그렇게 번돈으로 축구장에 찾아오는 일을 반복하는데 이러한 그들에게 축구는 거의 종교라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같은 연고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은 그들만의 유대감을 가지고 있으며 함께 그들의 연고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전세계적으로 축구는 가장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임이 분명하지만 잉글랜드를 비롯한 여러 유럽국가에서는 사실 월드컵보다 챔피언스리그를 중시하는 클럽문화 형성되어 있다.
프리미어리그 뿐만 아니라 2부리그에 해당하는 디비전 1에서 조차 경기장은 팬들로 가득차며 그 열기가 대단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로서는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스페인
축구 실력 1위가 브라질이라면 축구 자체에 가장 열광하는 나라 1위는 스페인일 것이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에서 축구는 투우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이다. 스페인의 축구 문화는 앞서 본 잉글랜드와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배타적인 지역주의에 있다. 카스티아와 아라곤으로 형성된 스페인은 알다시피 다민족 국가인데 한국의 전라도,경상도와는 또다른 차원의 지역 감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에서의 반목이 심하며 이들 민족은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인식보다 바스크인,카탈루냐인으로서의 인식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카스티아는 원수와도 같은데, 그들의 불만을 축구로써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라이벌 관계는 카스티아의 레알마드리드와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일 것이다. 레알마드리드는 카탈루냐 인들에게 있어서는 타도의 대상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것인데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과의 축구 시합을 갖기전, 혹 일본에서 지고 돌아오게 되면 모두 현해탄에 빠져 죽어라 라는 엄포를 놓은 일이 있는데 카탈루냐의 카스타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안좋은 감정도 이 못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몇년전 바르셀로나 팀의 에이스였던 루이스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자 카탈루냐의 많은 축구 팬들이 엄청나게 분노했으며 루이스 피구를 가리켜 "배신자" "돈만 밝히는 놈" 등등으로 비난하며 심지어 위협까지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바스크 지방의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한 이천수가 축구경기 중 바스크어로 써진 속옷 세레모니를 한 일은 스페인의 지역 문화를 잘 이해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처럼, 스페인의 축구 문화의 핵심은 지역감정이며 누구나 그 지역 축구팀의 회원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3. 브라질
브라질 축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혹자는 브라질 축구의 성공배경이 카톨릭 문화와 아프리카 문화의 융합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웃나라 아르헨티나가 백인 중심인데 반해 브라질 축구팀의 상당수가 흑인라는 것을 떠올리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흑인 특유의 탄력과 스피드가 현재의 브라질 축구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랑스 축구도 흑인 축구선수를 대거 국가대표에 합류 시키면서 상당한 성적을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브라질에서 축구선수는 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일 것이다. 브라질 축구 선수들 대부분이 빈민가 출신인데 (물론 80년대의 소크라테스나 현재의 카카같은 예외도 있지만) 이런 가난한 소년들이 단숨에 부와 명예를 얻는 최고의 길은 프로 축구 선수가 되는 일이다. 이처럼 가난한 소년들이 축구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또한 축구를 관전하는 이들도 상당수 빈곤계층이다. 브라질 축구가 상류계층의 럭셔리 스포츠에서 가난한 계층의 스포츠로 이동해간 것은 잉글랜드의 노동계층 스포츠로 시작한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역시 축구에 관한 열기가 대단한데 1950년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에 실패하자 브라질 내에서 자살과 살인이 일어난 것은 우리나라의 정서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자살골을 넣은 콜롬비아의 에스코바르가 귀국 후 살해된 것을 생각하면 남미의 축구에 있어서 과격함은 좀 유별난 면도 있다. (잉글랜드 훌리건도 못지는 않지만)
가끔씩 관중석에서 보여주는 좋지 못한 관중 문화도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남미 국가들이 개선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4. 카메룬
아프리카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축구는 어찌보면 사치일지 모른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국가대항전에 나가기 위한 비행기삯조차 마련하기조차 어렵다는 말이 완전히 남이야기는 아니다. 한국 역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 당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축구 좀 한다는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좀 사는 나라라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카메룬이 역시 그러하다. 카메룬은 1990년 월드컵에 처녀 출전하여 8강에 진출 한 이후 축구 강국의 대열에 진입한 나라인데 만약 카메룬이 잉글랜드나 독일만큼 부유한 국가였더라면 지금의 축구 수준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8강에 올랐을 당시 감독이었던 니폼니쉬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했다.(오래되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카메룬은 영혼의 축구를 한다. 비록 조직력은 엉성했지만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그들의 천재성은 그 누구라도 꺾을 수 있었다"
만약 아프리카가 부유하여 아프리카 선수들이 어렸을때부터 체계적인 축구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다면 세계 축구의 판도는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축구는 천재성만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카메론을 비롯한 아프리카로서는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5. 한국
옛 문헌에 따르면 신라시대 때 축국이라는 놀이가 현재의 축구와 유사한 스포츠였다고 한다. 또한 중국 문헌에 따르면 한국사람에 대해서 묘사하길 발을 잘 쓰는 민족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한국 축구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상당한 국가 중에 하나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한국의 축구재능은 독보적이다. 그러나 축구는 기업에서 생산하는 상품이 아니다. 다시말해 "투입/결과"의 효율성보다 "결과"의 효과성만이 중시된다.
한국 축구의 투자가 부족한 이유는 축구 열기의 부족일 것이다. 프로 축구 경기마다 관중석이 만원을 기록할 정도라면 한국이 축구에 투자를 안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한국 축구가 지나치게 내셔널리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축구발전의 근간은 클럽문화인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클럽 문화 형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축구 역사에서 클럽 문화가 발달 한 것은 그 나람대로의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 한국 클럽 축구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의도적으로 형성된 스포츠 붐의 결과물로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유럽에서의 그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국으로서는 우리보다 10년 뒤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열기 있는(유럽에 비할바 못되지만 한국보다는 그나마 나은) 제이리그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제이리그는 은퇴시점의 유명 축구 선수들을 비교적 싼값에 데려와 축구 열기를 형성했다. 그러한 투자가 현재의 일본 축구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축구의 클럽문화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 것임은 명백하나 아직까지는 미숙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