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조금 두서없이 써지더라도, 양해부탁드릴게요...
올해 열아홉이 되는 여자입니다.. 지금은... 열여덞의 나이차이를 가진
그 사람을 만나서 동거를 하고 있으며, 그 사람은 제가 스무살이 되면 결혼을 하자고 하네요..
일단... 제 이야기부터 해야될거 같네요..
전... 열다섯이란 나이에 처음 가출이란 걸 했죠. 참 남자란게 얼마나 추악한동물인지.
그걸 깨닫게 되었던 날, 전 가출이란걸 처음으로 하게 되었죠. 어느 누구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고
가족마저 그 사실을 외면했을 때, 미련없이 집을 나오게 되었죠..
하지만 막상 집을 나와보니 열다섯의 철없는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더군요.
가족과 연락이 되지도 않으며, 학력은 중학교중퇴이며, 갈 곳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보기엔 '좋지 않은 류'의 여학생은 더더욱이요.
하지만, 다행인건지..불행의 시초인건지, 부모님이 물려주신 나쁘지 않은 외모덕에..
전 쉽게 돈을 버는 법을 금새 알게 되었죠. 조그마한 고시원달방에서 혼자 울면서 먹던
라면 반봉지를 생각하면서, ...차라리 이렇게라도 일 할 수 있음을 참 감사했었죠.
그런데, 나이가 조금씩 들고, 열여덞..(그러니깐 작년..)이 되던 해에, 우연히 동대문 시내에서
예전 학교 친구를 보게 되었죠.. ... 교복이...참... 예쁘더군요. 화장기 없는 풋풋한 얼굴에
교복을 입은 친구가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사입고, 예쁘게 머리를 만 저보다... 훨씬...
훨씬 더 예쁘더군요.
그 날 이후부터, 여기서 돈 조금만 더 벌어서 일 그만두고, 검정고시 다시 시작하면서
열심히 살아보자... 그렇게 생각만 하면서 결국 벗어나지 못할 얼룩진 울타리에서
살아가고 있었죠..
그러다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죠...
아버지 없이 자란탓인건지. 아니면 이런 쓰레기같은 삶에서 진심으로 대해줄 수 있는
내 사람이 필요해서 였던건지.. 열여덞이란 나이차이가 무색하게도 그 사람의
진심을 아는 순간부터 푹 빠져버린채 헤어나오질 못했죠.
그 사람... 올해 서른 일곱에 딸 하나..아들 하나... ... 예, 이혼남이었죠...
그래도 좋았었어요. 이렇게 인생을 버러지같이 살고 있을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어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처음엔 그런건 아무런 상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그 사람 제게 제안을 하나 하더군요. 회사에서 천안으로 발령이 나서 2년정도
천안에 내려가 살게 될거 같은데.. 이제 이런 일 그만두고, 같이 천안으로 내려가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고생 안시키겠다고. 정말 잘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다른 생각없이 그 사람에게, 그러겠노라고 말해버렸죠.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괜찮을 것같다고만 생각해죠. 그리고
내려가게 되면, 저도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검정고시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공부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았으니깐요..
그렇게 너무도 쉽게 그의 말에 알겠다며 내려오면서, 막상 천안 원룸에서 그와 단 둘이..
(그의 딸과 아들은 그의 부모님이 봐주기로 하고 내려온거더군요.) 살게되었죠. 처음엔
따뜻한 내 가정 가진 것만 같아 기쁘고 , 들떳죠. 아침마다 새로한 따뜻한 밥에 바로 한 찌게를
끓여다가 아침밥을 먹여 출근하고, 하루종일 청소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하지만, 그런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치게 되더군요. 시간이 조금 지났던터라,
저도 은근슬쩍 그에게 말을 했죠. "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학원 좀 다닐까 하는데.. 괜찮죠?"하고..
하지만 그는 아르바이트 같은거 하지도 말라면서, 제게 집에 있는걸 권유하더군요.
처음엔, 단지 그가 그동안 고생해왔던 제게 쉴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에 알겠다고 했으나.
조금 지난 후에 알게된 사실은. 그는 단지 집에서 기다려줄 누군가가 필요했던거더군요.
(제가 알아본 아르바이트는 항상 그의 퇴근시간보다 조금씩 늦거나, 주말에도 일을 하는거라..)
그러면서 제게 생활비를 주더군요. 혹시 돈이 필요해서 그러는거냐면서.. 한 달에 삼십...
.... 전세였기에, 방세는 안나가고, 그외에 전기세나 수도세나 가스비나... 솔직히 그 돈으로
참 생활하는게 벅차더군요.. 그래서 전 제가 조금씩 모아놨던 돈을 쓰게 되더군요. 정말
피눈물 흘리면서 벌었던거라. 나중에 대학에 가게되는 날이오면 대학등록금으로라도 어떻게
써볼까 하면서 만들었던 돈이지만.. 당장 생활은 해야했기에 그한테 말 한마디 못하면서
그 돈을 야금야금 쓰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어머니랑 연락이 되었죠.. 더이상 자식같은거 없는걸로
생각하시겠다면서 마지막으로 연락을 끊은게 2년 전이었는데, 늙고 병드신 어머니를 보니, 언제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조차 잊게 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연락오는걸 전부 받지않다가
어머니와 연락을 하게 되면서.. 저 진심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더군요..
이렇게 그 사람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뭣모르는 검정고시책을 혼자 안고
씨름씨름 힘들게 살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 넌지시 말했죠. 어머니랑 연락이
됬고, 어머니는 내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셔서 곁에서 공부하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그 사람... 가지말라고, 잘 하겠다고... 절 잡고 울더군요...
..한 번도 본 적 없던 남자의 눈물에 또 흔들리고..또 흔들리고..
결국은 어머니랑 연락만 하면서, 계속 이렇게 살게 되었죠..
하지만, 정말 하루하루가 지치네요...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다가 검정고시책 껴앉고
씨름씨름 하고.. 학원이라도 갈까 했더니 학원비 무서워서 엄두도 못내고...
제가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는지 정말 답답할 따름이네요...
이제, 저도 제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데.. 제게도 단 하나뿐인
엄마라는 존재 곁에서 살아가고 싶은데... 그렇다고 이 사람 버리는 것도
저 정말 죽기보다 힘드네요.
어려울 때, 정말 힘들고 괴로울 때 만났던 사람이라서 그런건지.... 휴...
... 점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제 모습이 그저 괴로울 뿐이네요.
시궁창 같은 삶에서 피눈물흘리면서 돈버는 것보다 나을 줄 알았는데..
.... 이대로 정말 그 사람과 결혼하게 되어서 전 그 사람의 곁에서 언제처럼이나
꼭두각시로 살게 되는건지 아닌지... 만일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또 예전처럼 연락을 끊지 않을지...
.... 후.... 그냥, 정말 어렵네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