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오래 기다린신분계신가요? 있다면 죄송합니다. 이사가고 뭐 이래저래 바뻐서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튼...앞으론 재빨리 올리죠. 근데 게을러서...존나 게을러요. 재밌게 읽어주십쇼.
"검색해서 읽어보고 재밌으면 추천하자"
-----------------------------------------------------------------------------------
아침이다. 엘렌은 7시에 일어나서 다시 일을 나가야되기 때문에 잘있으라는 인사를 하고 연락하겠다며
문을 나섰다. 난 너무나도 피곤해서 알았다며 건성으로 대답했는데, 또 건성으로 대답했다고 신경질이다.젠장..마누라도 아니고.
그리고 이게 그녀와의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내일이나 모레쯤이 휴가를 받아 본가가 있는 궤이린으로 올꺼기 때문에 그때 잠깐 보기로 했다. 뭐 내가 연락을 안받아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러긴 좀 그렇고. 가기 직전에 얼굴이나 보고 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그 만남은 말도 안되게 빨리 찾아와버렸다.
난 엘렌이 간 다음 다시 잤는데 한 2-3시간쯤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호텔 주인인가
해서 실눈을 뜨고 보았더니 놀랍게도 엘렌이였다!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던 나는 한순간 영화 '미저리'의 한장면에 들어온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또 들어오자마자 왜 메시지씹었냐고 앙탈(젠장..)을 부렸는데,난 디비 자고 있었는데 이효리에게 문자가 온들 어찌 알겠는가.
그녀는 투덜거리다가 날 깨우면서 자기도 지금 궤이린으로 돌아갈꺼니까 같이 가자고 했다.
shit!!!-_- 갑자기 어제 했던 일에 대한 후회가 산사태처럼 밀려왔다. 난 어제 혼자 술한잔 마시고 즐겁게 광환지에를 보고 들어와 잤어야 했다. 엘렌은 마누라처럼 빨리 짐을 챙기라고 닥달했다. 빌어먹을! 여긴 내 방이라고!! 내 짐 내가 원하는 시간에 싸서 나갈꺼라고!! 하지만 이미 다 깨버린 잠, 난 포기하고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같이 마치 신혼부부라도 되는 양 문을 나섰다. 젠장.
왜 이때 이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난 절대 결혼따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 내옆에 붙어서 닥달하는 기분, 뭐 오늘이야 하루 이틀이겠지만 3-40년동안 그걸 견딜 순 없을 것 같다. 아마 중간에 미쳐서 도끼로 내려찍을지도 모른다.
엘렌과 나서는 호텔문은 이 3일간과는 전혀 다르게 조금도 상쾌하지가 않았다. 혼자 거리를 쏘다니다가 아무때나 버스타고 훌쩍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면전에다 대고 '너 돌아가'라고 할 순 없었다. (시지에의 대낮풍경→)
뭐 어짜피 같이 있게 된거, 도움이나 받으리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여기 양슈오만의 특별요리가 있냐고 물었다. 엘렌은 개뿔도 특별요리같지 않은 잡스럽게 이런저런 요리가 얹어진 밥을 파는 길모퉁이 작은 식당으로 데려가서 주문을 했다. 맛은 있었지만 장담하는데 이건 샹하이에서도 먹을 수 있다. 따지고 들기도 귀찮아서 그냥 후딱 그릇을 비우고 엘렌과 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여담이지만 터미널로 가는길에 놀랍게도 호나우도의 머리를 한 사나이를 보았다. 난 사진을 찍으려고 얼른 사진기를 꺼냈으나, 그가 얼굴을 이쪽 방향으로 하고 있어 셔터챤스를 잡기가 힘들었다. 괜히 찍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달려와서 프리킥을 날릴지도 모른다. 난 그가 다른 곳을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뒤를 돌아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급하게 옆모습만을 남길 수 있었다. (안타깝다!!!!2002 월드컵의 주역!!!→)
어쨌든 난 엘렌을 따라서 역으로 가 곧바로 출발하는 궤이린행 버스에 올라탔다. 엘렌은 버스가 시동을 걸고 있는 사이를 이용해서 화장실을 갔는데, 난 그때 "아저씨 친구 화장실에 갔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했지만, 내심 그냥 가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엘렌은 보란듯이 돌아왔고, 버스는 궤이린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엘렌은 돌아가는 길 내내 투덜거렸다. 내가 냉담하다는 둥, 거짓말쟁이라는 둥, 변했다는 둥 어젯밤에 처음본 주제에 10년쯤 사귄 사람처럼 굴어댔다. 난 여자의 이런 대책없는 투정질을 혐오하기 때문에,
그냥 CDP를 꺼내서 귀에다 꼽아버렸다. 그녀의 투정보다는 마릴린 맨슨의 괴성이 천만배는 듣기 좋았다. 제풀에 지친듯 엘렌은 어깨에 무거운 머리를 기대왔는데, 뭐 이정도는 참아줄 수 있었다.
근데...그렇게 그냥 닥치고 잘 것이지, 차에서 잠을 못잔다고 1분마다 일어나서 신경질을 부려대는데, 자루에 넣어서 개패듯이 팰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응~그래~? 그럼 내 무릎을 배고 자보렴~'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잠에서 깬 암곰처럼 그녀는 계속 뭐라뭐라 말하다가, 내 CDP를 한쪽 뺏어서 듣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게 뭐야~'라면서 자기 CD를 꺼내 갈아낀다...이런 썅!!-_-
난 완전히 정이 해저 1002m정도까지 뚝 떨어져서 그냥 CDP를 그녀에게 넘기고 자는 시늉을 했다. 씨발...이게 뭐야..오는 길의 경치는 전혀 보지도 못했다. "다왔어""으,으ㅡ응..그,그래?"할때까지 그냥 눈을 감고 혼자만의 명상의 세계로 빠져있는 수 밖에 없었다.
내린 곳은 내가 묵던 호텔 바로 근처였는데, 어이없게도 엘렌은 호텔앞까지 따라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당연히 같이 들어갈꺼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뭐 이제는 '그걸' 하겠다고 맘을 먹은건지, 아님 또 들어가서 옆에 누워서 '난 순결을 지킬꺼양' 이라고 할지는 모르겠다만, 무엇보다 난 혼자서 푸욱 쉬고 싶었다. 계속 그냥 그녀 편한대로하게 냅뒀는데 이건 양보할 수 없다. 난 엘렌보고 혼자 쉬고 싶으니 돌아가달라고 했다. 엘렌의 표정은 코끼리무릎살처럼 구겨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그래 알았어'라고 하면서 이따 쉬고나서 보자고 했다. 쉰 다음에는 또 어딘가를 갈 예정이였지만,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서 알았다고 하고 겨우 돌려보냈다.
휴우. 이틀 다른 곳에 갔다온 것뿐인데, 벌써 이 방이 내 집처럼 느껴졌다. 에어콘을 키고 침대에 철퍼 덕쓰러져서 눈을 감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엘렌이고 나발이고 다 잊어버리고 난 그대로 잠에 푹 빠졌다.
한 2시간쯤 자고 나니 눈이 떠졌다. 그리고 캘로그처럼 호랑이기운도 솟아났다. 어제오늘 많이 걷지 않았기 때문에 발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난 시합에라도 나가는 듯이 혼자 기합을 넣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오늘 갈 곳은 궤이린여행 중 역시 필수코스라고 볼 수 있는 '루디옌(盧笛岩)'이라는 종유동굴이다. 궤이린에 여기저기 분포되어있는 종유동굴 중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다고 하는 곳으로, 치씽꽁위엔에서 종유동굴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줄 수 있을 것같은 곳이다.
시간이 4시가 다 되었기 때문에 혹시 닫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다행히도 4시반 마지막회차 표가 있었다. '엥? 씨바 종유동굴들어가는데 무슨 마지막회여..영화냐 병신'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는 가이드가 일정량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서 소개하면서 구경시켜주는 방식이라서 '회차'라는 게 존재한다고 한다.
표파는 곳은 루디옌 근처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어서 택시를 탄채로 잠시 내려 표를 사고 다시 같은 택시로 루디옌까지 갔다. 내리자마자 역시나 노리고 있었던 할머니들이 들러붙었다. 뭘 사라는 건 아니고, 루디옌까지 직접 갈 수가 없으니 배를 타고 가라는 거였다. 그런 얘기는 단 한줄 한소절도 없었기 때문에 의심도 92%였지만, 아직 시간도 있고 재밌을꺼 같기도 해서 따라가보기로 했다.
적당히 의심하면서 속아주는 느낌으로 이런걸 따라가보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규코스외의 골목에서 숨겨진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는 건 다 알테니까 말이다.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등돌리는 매정함과 꼼꼼한 판단력만 있으면 가보는 것도 좋다. 아, 흥정능력까지.
이번 경우에, 사실 속긴 속은건데 재미있게 속은거라 별로 화가 나진 않았다. 이 할머니를 따라가니 작은 호수가 하나 나왔는데, 할머니 왈 이 호수를 지나야 루디옌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배를 타는데 배라고 하기도 거시기한 통나무 몇개 묶어놓은 좆나게 부실한 뗏목이였다. 어쨌든 올라타고 기다리는데 아무도 안올라오는 게 아닌가. 왜 안오냐고 물어보자, 내가 직접 저어야 한단다-_- 직접 보면 알겠지만
이 뗏목....절대 초보자가 못한다. 가운데 앉아있기만 해도 뗏목이 양쪽으로 휘청휘청대는데, 일어나서 노를 잡는 순간 붕어와 키스하게 될껀 뻔한 일이였다.
못한다고 하자,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2元을 더 얹어주면 저어주겠다고 한다. 걍 첨부터 2元 더 붙여받지-_- 총 10元을 할머니에게 건내자 할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대나무 노를 이용해 배를 전진시켰다. 노...라고 부르기도 거시기한 대나무작대기였는데, 이걸 강바닥에 대고 미는 힘으로 나아가는 아유미도 알꺼같은 단순한 시스템이였다.
할머니는 더운 날씨에 노를 젓느라 대단히 힘들어보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풍경을 감상했다. 이야....이 좋은 날씨에 호수위에 앉아서 산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아니, 굳이 말로 표현안해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무슨 이온음료CF라도 찍고 있는 듯한 상쾌한 기분이였다. (할머니가 한장 찍어주셨다→)
할머니는 힘들지만 그래도 능숙한 솜씨로 반대편까지 나를 운반해주었다. 인사를 하고 나와 딱 보니까 놀랍게도 호수옆에는 루디옌으로 가는 차도가 나있었다-_-
배를 안타면 가기 힘들기는커녕, 배를 찾아가서 타고 건너는게 몇배는 더 빡신 일이였다. 그래서 내가 속았다는 거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는 이 복잡다단한 심리를 그래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중에 알고보니 이 뗏목코스는 루디옌주변 휴양으로 꽤 유명한 모양이였다. 그것도 보통은 직접 저어서 간다고 하는데, 내가 겁쟁이가 아니라 진짜로 그냥 하기에는 존나 위험하게 생겼다. 누가 여기 루디옌을 눈앞에 두고 물에 젖은 생쥐같은 꼴로 집에 돌아가고 싶겠는가.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드디어 찾아낸 루디옌으로 올라가자 단체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앞에서 꺅꺅 대면서 나와 같은 마지막 회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에 가이드가 나와 사람들을 한데 모아 입장시키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돌들에는 각각 이름과 연유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난 뒷쪽이라 잘안들리기도 하고, 솔직히 잘못알아듣기도 해서 걍 쌩까고 나나름대로 감상하기로 했다.
듣던데로 환상적인 동굴이였다. 양슈오의 종유동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고 아름다웠다. 특히 천정이 엄청나게 높았는데 거기에 은은하게 비춰진 오색의 라이트는 보는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존나 꿈과 환상의 나라↓)
씨발 이건 종유동굴이 아니라 완전 샹들리에가 걸린 오페라극장같았다. 난 입을 헤벌린채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정말 눈깔이 튀어나올만한 광경과 맞딱드리고 말았다.
앞의 뻥뚫린 공간끝에 말로 표현못하게 환상적인, 미래도시같기도 하고, 해저도시같기도 한 형상의 종유석 호수가 있는게 아닌가. 푸르스름한 빛이 오로라처럼 걸려있는 그곳은 정말 이 지구상의 공간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빛으로 생명을 얻은 종유석들이 호수 표면에 잔잔하게 비춰진 모습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니콜 키드만을 100명 벗겨놓고 일렬로 세워놔도 이보다 아름답진 못할 것이다. (실제로 보면 진짜.....싸버린다.→)
난 약간의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느낌까지 받으면서 그자리를 뜨지 못했다. 빌어먹을 가이드만 없었다면 아마 몇십분이고 거기서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난 정말 존나게 아쉽게 그 끔찍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떠나 일행들과 발걸음을 같이 했다.
방금전의 종유호수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뒤의 종유석들은 멋졌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시들하게 느껴졌다. 나가는 곳에는 정말 사자같이 생긴 사자
모양 종유석이 우리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짧았지만 정말 멋진 광경을 만족스럽게 보고 기분좋게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출구까지 빨리 무료로 걸어왔다. 문을 나서자 갑자기 유령처럼 엘렌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정적으로 오늘 만나고 싶지가 않았고, 또 황옌 일행에게 한번 저녁을 사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은 못만난다고 전화를 했다. 그녀 특유의 토라진 목소리로 그럼 내일 꼭 보자면서 전화를 끊어주었다.
호텔로 잠깐 돌아와 쉬고나서 다시 궤이린의 중심가로 나아가 황옌 일행을 만났다. 그녀들은 나랑 있으면 왠지 어색해한다. 내가 뭐 수면제를 먹이고 방으로 끌고 들어가 기둥에 묶고 채찍으로 때리면서 몸을 더듬을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어색해하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같아도 친구의 친구가 서울에 놀러온다고, 안내를 해주라고 하면 뭔가 어색하고 뭐부터 해야될지 모르고....그럴꺼같긴 했다.
난 배가 갈라지도록 고팠기 때문에 먼저 음식점에 들어가자고 했다. 그녀들이 데리고 간 곳은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면서 궤이린의 특선요리를 맛볼 수 있는 나이스한 곳이였다. 그녀들은 날 위해 이것저것 먹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주문해주었는데 그중에서 특이했던게, '티엔루오'라는걸로 만든 요리다. 티엔루오는....한국어로 아마도 '우렁이'일것이다. 그런 종류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하튼 우렁이각시에서 본 것 같다. 달팽이같기도 하고 소라같기도 한 그거다.
그 껍데기속에 이쑤시개를 집어넣고 내용물을 끄집어내서 먹는건데, 결코 보기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순 없었다. 그렇지만 한국아가씨들께서 존나 깔끔떨면서 못드시는 것과는 달리, 중국애들은 이런거 맛있다고 잘 먹는다. '어머~징그러~'이러고 있는 것보다는 우렁이껍데기에 이쑤시개쑤셔넣더라도 맛있는거 먹는게 훨씬 남는거 아닐까. 그녀들의 모습이 난 신선하고 보기 좋았다.
그녀들은 나보고 맛보라고 워낙 이런저런걸 시켜줘서 결국은 다 못먹고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00원쯤나왔다는 게 역시 중국에서 밥먹는 맛이 아닐까 싶다. 훗후.
그리고 소화할겸 시내를 걷고 광장에 갔는데, 그녀들은 갑자기 뭐가 생각난 모양으로 시계를 서둘러 보았다.
"이야~아직 시간이 있네~!"
"(뭐가..)"
물어보니 여기 뒤에 있는 '리쟝대폭포주점(한글로하니 이상하다만)'에서 밤 8시 반에서 9시사이에 폭포가 떨어진다고 한다. 포, 폭포가 떨어진다고?-_- 난 선뜻 이해가 가지않았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해보이는 호텔인데 저기에서 폭포가 쏟아진다고? 대체 물은 어디서? 어디로? 안의 손님들은? 밑의 행인들은?!..이런 심오한 질문이 내 머리속을 날라다녔으나, 아마도 내가 알 수 없는 오묘한 사이언스기간틱나이아가라폴링시스템이 있을꺼라 생각하고 그냥...닥치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8:30....8:45...9:00.....까지 기다렸건만 폭포는커녕, 새똥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들은 당혹스럽고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이상하다..원래..주말마다 여기서 떨어지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뭐, 그녀들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안떨어지는 폭포, 가서 파이프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됐다면서 아쉽지만 (존나게 아쉽긴 했다...과연 어떻게 호텔꼭대기에서...) 그자리를 떴다.
대신..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옆에서는 어린이 기예단의 작은 공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관광도시 광장 한복판에서 하기는 꽤 어설프고 조잡했으나, 그래도 5-7살쯤 되보이는 애들이 봉을 들고 뿅뿅 날라다니는 모습은 멋있..다기보다 신기했다. 난 저 나이에 이불에 오줌이나 싸고, 레고 밟아서 울고(존나 아프다..레고 밟으면) 그랬는데, 그때 저렇게 날라다니다니...
그런 얘기가 있다. 한국무협영화가 왠지 모르게 중국꺼에 비교해서 존나게 구리고 딱딱해보이는 이유가 연기자의 액션에 많이 기인한다는. 중국에서는어렸을때부터 연기자 후보생들도 저런 무술적인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근데, 한국에서 맨날 이쁜척 멋진척하고 눈물짜던 것들이 갑자기 머리묶고 칼들고 하늘 날려면 그게 되나.....전자사전 광고에 나온 한고은처럼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기본 연기도 부족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치않냐? 희선아?현준아?
그녀들은 같이 돌아다닐껀지, 혼자 갈껀지를 내게 물어보았다. 난 같이 다니자고 대답했는데 잘못들었는지, 잘못말했는지 그럼알았다면서 잘놀다 들어가라고 둘이 훌쩍 가버렸다. 흠, 뭐 잘됐다. 말했잖아..혼자 있는거 좋아한다고. 그래서 거리를 또 빙빙빙 돌다가 DVD가게 들어가서 Korn의 한국에서 발매안된 부틀랙 음반과 '나이트메어시리즈' 4장 묶음 디비디세트를 샀다. 역시 중국의 DVD가게는 뭐 거르고
잘팔리는 것만 놔두고 그런게 없어서 잘 찾아보면 좋은게 정말 많이 튀어나온다. 발을 들여놨다 하면
빈손으로 나간적이 없다. 게다가...한장에 1000-1500원이란 말이다!!!!
그걸 사서 공연도 하고 맥주도 파는 바에 들어가서, 음악을 들으며 한잔 했다. 노래가 그다지 좋은건
아니였으나, 여자 보컬의 파워넘치는 목소리에는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게다가 팝같은걸 때리다 막판에는 중국전통민요같은걸 키보드반주와 불렀는데, 좀 산만해졌던 집중력을 한번에 끌어오는 훌륭한 연주와 노래였다.
그리고 강가의 Bar에 가서 강을 마주하고 맥주를 한잔 더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왠 아줌마가 잡는다.
"왜요?"
"안마받고 가세요!"
"....됐어요."
"50元이예요"
"...됐어요."
"아가씨가 이뻐요!"
"......얼마라구요?"
......아니, 변명을 하자면 아가씨가 이쁜거보다 50元이라는데 끌린거다..진짜야!!썅!!! 베이징에서 안마하려면 150-200元쯤 들어가는 관계로 한국가기전에는 받아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뤘었다. 근데 저정도 가격이라면 받아볼만하지 않은가. 게다가 아가씨도 이쁘...면.
난 다시 한번 가격을 확인하고 아줌마를 따라 들어갔다. 근데....이건 씨발 안마받는 곳이라기 보다, '안마시술소' 같은 느낌이잖아!!! 절대로 퇴폐영업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야시시한 옷을 입은 아가씨들이 요새 손님이 안오는걸 알 수 있게 지루함에 지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난 너희랑 떡치러 온게 아니고 안마받으러 온거라고...-_-'라고 속으론 변명(?)을 했지만 뭔가 색을 밝히는 외국인이 된거같아 떨떠름했다.
근데 실제 내부는 더 심했다. 이건 안마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안마용침대따위는 없는 우리나라 단란주점(보다는 훨씬 구렸다)처럼 노래방 기계와 의자가 있는 방이였는데, 내가 앉자마자 차랑 건포도류의 마른 안주를 내왔다. 그리고는 버스안내양같이 생긴 년이 하나 들어왔다. 그러더니
다른 질문을 할 새도 없이, 어느나라사람이냐, 언제왔냐는 둥 궁금하지도 않았을 질문을 퍼부었다. 난 대충 대답하고 이게 50元은 아니지? 라고 반문했다.
당연히 그년은 아니라고 대답했고, 난 씨발 갑자기 예전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폭력 바가지'가 떠올랐다. 현기증이 날라고 했다. 좀 높은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년은 나가서 인상드럽게 생긴 남자를 불러왔고, 난 씨발 이새끼랑 맞짱뜨는 한이 있더라도 강하게 나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얼마죠?"
"지금....안주랑...방값이랑...차값이랑...아가씨까지 해서...200元입니다."
"(씨발개새끼가-_-) 제가 이런 방 달라고 했나요? 저 안마 받으러 들어왔어요."
"이건 기본세팅이라서 지불하셔야 합니다."
"씨발 밖에서 50元이라고 했다구요!!!"
"그건....안마써비스만의 가격이구요...이건 다 지불하셔야 되요."
"안주도 안먹었고 저년 털끝하나 손안댔는데 도로 가져가시죠?(사실은 건포도 몇개먹었다)"
"그렇겐 안됩니다. 지불하셔야 됩니다."
난 열이 뻗쳐서 아가씨보고 "야! 너 나가!" 라고 소리치고 돈이 없다고 뻐팅기기 시작했다. 근데 실제로
돈이 없었다. 주머니에는 딱 100元짜리 한장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위험을 무릎쓰고 강하게 나가는 것도 있었다.
그 새끼는 논리적으로 좀 딸리자, 사장과 얘기하라면서 나갔다. 씨발....사장...존나...떡대면 어떡하지....-_-
'한국인 사스기간중 무리하게 여행감행하다 안마시술소에서 피살'
.....이런 신문헤드라인이 갑자기 떠올랐다...머더훠킹..-_-
끼익. 사장이 들어왔다. 사장은 예상대로의 떡대였는데, "어떤 새끼여? 난동부러는게! 니놈이여!? 씨발놈이!!돈없으면 오들말던가!"라고 할꺼라는 생각과는 달리 웃는 얼굴로 와서 "아니~한국인친구! 뭐가 문제죠~?"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장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그래도 돈은 지불하셔야 된다고 했다. 아..이 씨발 썩어빠진 장사꾼들..-_-
그럼 좋다. 난 100元밖에 없으니 그걸 줄테니 날 보내달라고 했다. 사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좋다고 했
다. 좋겠지...씨발 건포도 몇개 먹고 100元내는데...사장은 마치 특별히 인심을 쓴다는 듯이 자기는 한국인 친구를 처음 사귀는거라서 '우정을 위해 깎아준다'고 존나게 거슬리는 말을 지껄이더니 가식적인 미소로 날 배웅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 바보같았던 방금 전의 행동을 생각하면서 중국의 한속담을 생각했다.
"花錢買敎訓"
돈을 주고 교훈을 산다는 말이다. 나에게 딱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그냥 좋다고 히죽히죽 따라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가. 진짜 두드려패고 칼이라도 맞았으면 어쨌겠는가. 끔찍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제는 더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리라. 혼자 다니는 여행...즐겁긴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는 '좋은 교훈'을 얻고 난 잠에 들 수 있었다. (4일쨰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