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姸目 -- 일상 --

헤세 |2003.12.03 14:26
조회 103 |추천 1

부제 : 일상

 

버스에서 내려서 집으로 한걸음 한걸음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어릴때 바닥에 떨어진 돈을 주으려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는데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의 버릇이 조금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입가에 씁슬한 웃음이 번지고 어릴때의 추억이 뇌리속을 스쳐지나 갑니다.
저멀리서 낯익은 사람의 목소리가 흐미하게 들려오는걸 느끼는 순간 전 고개를 돌립니다.
"민우야! 어디 갔다 오냐?"
"땅에 돈이라도 떨어졌어? 병든 닭처럼 왜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냐?"
이놈은 저의 단짝 친구인 동섭입니다. 서로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한 친구이지요.
"어... 동섭이구나! 그냥 생각좀 하느라고... 근데 너 오늘 누구 만나냐? 맨날 체육복만 입고
돌아 다니던 놈이 제법 깔끔하게 입고 나왔네.."
"헤헤..그러냐? 이 형님이 오늘 미팅을 하신단다. 제대하고 여자 화장품냄새 맡아본지도 오래됐다.
너 명숙이 알지?"
"아.. 초등학교 동창 명숙이?...걔가 왜?"
동섭이는 의미있는 웃음을 지으며 너스레를 떱니다.
"내가 명숙이 한테 특별히 예전부터 부탁을 했었지. 근데 고것이 지금까지 뻐팅기다가 이제서야
소개를 시켜준다고 하는구나. 내가 명숙이 한테 지금까지 술사준 돈이 얼만데....
뭐 하기사, 이제 그 댓가를 받게됐으니까 투자한 가치는 뽑는 셈이지.."
"동섭아.. 근데 명숙이 걔 요즘 뭐하냐? 예전에 대학 떨어지고 한동한 두문불출 한다더니...
명숙이랑 통화 안한지도 참 오래된거 같다."
"아참... 그러고 보니 명숙이가 너 안부 꼬치꼬치 묻더라... 혹시 너희 둘 사귀는거 아니냐?
민우너 이 형님 눈은 못속인다."
"아..아니야. 사귀기는 무슨.. 그냥 동창이니까 편하게 지낸거지 뭐.."
"음... 근데 초등학교때도 명숙이가 너 좋다고 따라다니고 했잖아. 아직 그 마음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너한테 명숙이가 얼마나 잘했냐.. 나같으면 명숙이처럼 예쁘장하게 생긴애 그냥 받아들이겠다."
"별소릴 다하네.. 친구는 그냥 친구일 뿐이야. 친구끼리 무슨 연애질이냐.. 행여나 명숙이 앞에서는 이런말 하지마라. 오해할라.."
"알았다. 임마..." 동섭이가 갑자기 시계를 보는군요.
"헉... 민우야 안되겠다. 나 늦겠어. 나먼저 간다. 메신져에서 보던지 아님 문자 날려라..
그리고 조만간 소주한잔 하자. 형아가 오늘 퀸카 만나면 너도 다리놔줄께...흐흐흐"
"암튼 오늘 미팅잘하고... 조만간 문자날리마...수고혀라.."
동섭이는 그렇게 제앞을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이놈은 공부나 다른 일에서는 한없이 요령을 피우는데
여자에 관련된 일이라면 눈에 불을켜고 덤빕니다.
하기사 10여자 마다하는 남자가 있겠냐만은...
동섭이가 갑자기 명숙이 이야기를 꺼내자 전 갑자기 답답해져옴을 느낍니다.
주머니에서 마지막 한까치 남은 담배 한개피에 불을 붙이고 텅빈 담배갑을 쓰레기통에 던집니다.
길게 한모금 빨아들인후 연기를 뱉어내자 하얀 연기가 하늘로 뭉게뭉게 피어올라갑니다.
저도 그 연기를 따라서 하늘 높이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네요.
명숙이는 사실 저에게 사랑고백을 한 최초의 여자였습니다.
전 명숙이를 친구이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사실 저도 명숙이에게 끌리는게 사실이지만 이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 되어지는군요.
단지 육체적인 끌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육체적인 끌림으로 인해 친구에서 연인사이로 발전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명숙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명숙이는 많은 상처를 받았고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그런 명숙이에게 미안해서 요즘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명숙이 생각과 여러가지 복합적인 생각을 하면서 가파른 언덕을 오릅니다.
우리집은 동네에서 제일 높은곳에 위치한 빌라의 지하입니다.
집에는 물론 아무도 없습니다. 어릴때 부터 혼자 자랐기 때문에 집안에 사람이 많이 북적이는 친구들을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오늘도 차가운 쇠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한곳이 텅빈듯한 느낌이 듭니다.
가방을 대충 옆으로 치워놓고 방안을 휭 둘러봅니다.
아침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이렇게 가슴한곳이 허전한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처음 본 그 아가씨 때문인가..'
애써 우울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를 흔들어봅니다.
냉장고에서 신김치와 밑반찬을 꺼내고 찌게를 끓여서 밥을 먹습니다.
갑자기 핸드폰소리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누굴까...' 전화 올 사람이 별로 없는데...
"여보세요.."
"민우냐...나 현욱이형이다. 잘지냈어?"
"쿨럭.. 어.. 현욱이형... 미국이에요??"
너무 기쁜나머지 입안한가득 밥을 넣고 너무 큰소리로 말해서 그런지 밥알이 역류하여 코로 들어간듯 합니다.
" 쿨럭...컥.. 형 잠시만요..물좀 먹고요.."
주전자에서 보리차 한잔을 급하게 들이키고는...
"형... 근데 웬일이에요?? 평상시 전화도 안하던 사람이.."
"전화안한건 미안하고... 나 지금 서울이다. "
"그래요? 근데 갑자기 왜 오신거에요? 혹시 퇴학당한거 아니겠죠? 흐흐"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만나서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언제 만날까?"
"형.. 제가 서울로 갈께요.. 음...사당역 6번출구 7시 어때요?? 예전에 우리 거기서 많이 만났잖아요."
"그럴까? 그러자 그럼..오늘 죽도록 술마시고 내 방에서 자고 가라...미리 컨디션 먹고와.."
"형.. 저 술 잘 못먹는다는 거 알면서... 암튼 알겠습니다."
"그럼 있다보자..."
"딸깍"
전화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굵고 큰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현욱이 형의 음성이 귀에서 맵돕니다.
'현욱이 형이 왔구나.'

 

<현욱이 형과의 만남 그리고....계속되는 우연..>

 

언제나 지하철은 무표정한 사람들로 가득한거 같습니다.
저마다 무언가 외로움에 갈증을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인거 같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사람, 졸고 있는 사람, 친구와 대화하는 사람, 멍하는 창밖을 보는 사람....
전 지하철의 경로석앞에 흔들리는 손잡이에 의지한채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을 어린아이처럼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묘한 버릇이 생긴거 같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이런 버릇때문에 본의아니게 오해를 받은적도 많습니다.
그렇게 지하철은 어둠을 뚫고 조금씩 조금씩 사당역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떼의 무리가 내리고 또 한때의 무리가 타고..계속해서 반복되는 오르내림은 우리의 인생과 일맥상통 한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이제 사당역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버스를 타면 더 빨리 갈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지하철을 타게됩니다.
지하철은 낭만적이라는 생각때문에 계속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당역을 알리는 방송음이 나옵니다. 언제나 듣는 소리지만 오늘은 반가운 선배를 만나러 가서 그런지 그 음성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커피한잔을 뽑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약속시간이 20분이나 남았네요.
커피를 마시면서 개찰구를 빠져나와 6번출구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오르면서 다리근육의 이완을 느낍니다.
사당역 앞 쓰레기통에서 담배한개피와 커피한잔을 마시는 기분은 아주 감미롭습니다.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흐르고 위를 휘감아 돌아갈때 문득 아까본 채선이라는 아가씨가 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때쯤 뒤에서 머리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앗.."
누군가가 머리를 심하게 때리네요. 얼굴을 돌려 반대편을 보니 반가운 얼굴이 눈앞에서 웃음을 머금고 쳐다보고 있습니다.
"서민우... 잘지냈어?? 이자식 얼굴 그대로네... 몸건강히 제대한거 축하한다."
"형.. 머리아파 죽는줄 알았잖아요."
"근데 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늙었네요. ㅎㅎ 미국밥이 체질에 맛나보네요."
"안그래도 밥때문에 미치겠다. 도대체 입맛에 맛는게 있어야지. 내가 원래 어머님이 끓여주는 된장국에 익숙하잖아."
"양키들은 빵쪼가리 먹고 어떻게 힘을 내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시장안의 조그마한 국밥집으로 향합니다.
평소에 자주가던 국밥집인데, 주인 아주머니가 바뀐거 같습니다.
소주한병과 수육 한접시를 시킵니다.
"형..근데 미국생활은 재미 있어요? 공부는 어렵지 않아요?"
"뭐 공부는 어렵지 않은데 영어때문에 미치겠다. 전공이야 뭐 이때까지 한거지만.. 아직 영어가 안되니까 아주 죽겠더구만.."
"홈스테이 하다가 이번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됬는데, 룸메이트가 일본애다. 쪽바리놈하고 잘 지낼지 모르겠다."
현욱이형은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도 입니다.
항상 일본과 관련된 과거사를 이야기 할때면 침을 튀기며 욕을 하는 그런 사람이지요.
"형.. 마음에 안든다고 패지마요. 형 주먹에 맞으면 살아남을 사람 없을거에요..아마.. 괜히 때려서 퇴학 당하지 말고요..흐흐흐"
"알았다..임마.. 근데 요즘은 나이 먹어그런지 성질도 많이 죽었다."
"아무튼 자.. 소주한잔 하자."
"네.."
투명한 알콜이 목을 통해서 위장을 감싸돌아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듭니다. 끝맛은 언제나 그렇듯 씁슬하네요.
깍두기 한쪽을 배어물어 봅니다.
"근데 민우 넌 요즘도 아르바이트 하냐?? 먹고살 돈은 있어??"
"뭐..아르바이트는 예전부터 한거고요. 이번에 복학할때 등록금내고...휴.. 뭐 근근히 살아가고 있죠."
"그래도 대단하다..임마.. 남들은 부모한테 다 타쓰는데.. 그래도 넌 혼자 벌어서 다 하니.. 장하다.."
"형..장하긴요..뭘.. 누구나 힘들게 사는거고. 저야 뭐 일찍 고생한다 치면 되죠 뭐.."
"아무튼 오늘은 형이 쏠테니까 마음껏 마셔."
"형.. 형두 학생인데 돈이 어딨어요? 그냥 반반내요."
"야..그래도 내가 너보단 낳지. 그리고 내가 연장자 아니냐. 짜샤.."
우린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비웠습니다.
두병째 비우고 세병째를 비울때 현욱형이 아줌마를 불러서 술값계산을 하네요.
우린 텅빈 고기집을 유유히 걸어나와 새벽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민우야.. 새벽공기 참 좋네.. 얼마만에 한국 밤하늘을 보는거냐..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너랑 이렇게 술마시는것도 얼마만이냐.. 아........."
형은 몇십년만에 고향을 찾은 실향민처럼 그렇게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형.. 미국생활 힘들었나 보다."
"참..민우야. 내가 아는 룸싸롱이 있는데 오늘은 거기 가서 한잔더하자."
"거기 아가씨들도 이쁘고 서비스도 좋아."
"형.. 학생이 무슨 룸싸롱이에요. 그냥 형 집에가서 간단하게 한잔 더하죠."
"얌마.. 너도 이제 그런데 가도 될 나이고... 그리고 형이 가자면 가는거야."
현욱형은 호기롭게 말을 뱉으며 택시를 세우기 위해 손을 흔듭니다.
"택시!!!!"
택시가 뉴턴을 하더니 우리앞에 조용히 멈추고 우린 택시를 탔습니다.
"아저씨.. W호텔로 가주세요."
택시는 그렇게 조용히 달려서 20분도 채 안되어 W호텔 정문으로 우리를 옮겨놓았습니다.
"손님 다 왔습니다."
택시기사 아저씨의 목소리에 자고있던 형과 전 그렇게 눈을 떳습니다.
"이야..벌써 왔네. 아저씨 베스트 드라이버인거 같네요. 자... 돈 여기있습니다. 거스름돈은 됐어요"
현욱형이 택시비를 내고 우리둘은 택시에서 내려 W호텔 지하 룸싸롱으로 유유히 걸어들어갔습니다.
물론 룸싸롱을 안가본건 아니지만, 이곳 룸싸롱은 아주 화려합니다.
조명이 너무 밝아 눈을 실명시킬듯 빛나고 천장에는 샹드리에가 우아한 소리를 내면서 부딪히고 있고 길게 늘어선 종업원들이 입구에서 부터 손님들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요. 손님"
"1번 최민수 불러주세요."

현욱형은 호기롭게 한마디 합니다. 그리고 몇분이 지났을까...
"오... 현욱형님.. 오랜만이네요. 이제야 놀러오시구... 많이 섭섭했어요."
최민수란 웨이터가 아주 절친한듯 현욱형에게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최민수씨.. 요즘 잘나가는가봐?? 얼굴색이 아주 좋아. 아참 오늘 후배랑 조용하게 술마시러 왔거든.
민수씨가 알아서 셋팅해 줘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룸넘버 7...
룸으로 들어가서 형이랑 담배한대를 피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웨이터가 음료수랑 물을 들고 들어옵니다.
"민수씨.. 채선씨 있어?? 좀 불러줘?"
"현욱형님.. 지금 채선마담언니 다른 테이블 들어가셨거든요..나오시면 불러드릴께요.."
"아.. 그리고 말야.. 일단 여기 양주한병이랑 노가리 하나 갖다줘요.. 그리고 아가씨는 음... 채선마담이랑 이야기 해보구 결정할께.."
"아.네... 알겠습니다."
전 순간 채선이란 말에 몸이 얼어붙는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채선이라는  동명이인의 마담이 운영하는 룸이구나 생각하니 다시 뛰던 심장이 잠잠해 지는걸 느꼈습니다.
"형..근데 여기 자주 왔었어요?"
"자주는 아니고.. 몇번왔는데.. 여기 고등학교 후배애가 마담으로 있어."
"네??"
형이 남녀공학을 다닌건 익히 알지만 후배가 여기 마담으로 있다는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입니다.
"아..그렇군요. 근데 후배가 마담이에요? 그렇게 어린나이에 마담이라..."
"아...민우너보다 한살 많나... 민우너 참 올해 몇이냐??"
"아이 형두참.. 제나이도 몰라요? 섭섭하네.. 올해 저 24살 이에요."
"아...미안.. 갑자기 가물거려서.. 채선이 걔는 25야.."
"아..그렇군요."
형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밖에서 기척이 나더니 노크소리가 들립니다.
"똑똑똑.."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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