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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7.양광의 음모 (3)

조의선인 |2008.07.04 20:05
조회 251 |추천 0


조양전(朝陽殿)에서는 다시 황문시랑(黃門侍郞) 배구(裵構)가 수황(隨皇) 문제(文帝) 양견(楊堅)을 알현하면서 국외의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폐하, 지난번부터 계속 조금씩 국경으로 군대를 배치하던 돌궐(突厥)이 이번에는 대규모 이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무래도 그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는 것이 일선을 맡고 있는 태수들의 장계이옵니다."

진부인(陳夫人)의 시중을 들며 탁자 위에 놓인 찻잔을 가져가던 문제는 얼굴을 찡그렸다.

"참 기가 막히는 일이로구나. 그것들이 옛날에는 감히 짐의 영토 근처에도 얼씬도 안하다가 우리가 고구려에 뼈아픈 일패를 당하고 나니까 이제 슬며시 기어오르려고 하는구나. 골치 아픈 일이다."

"군사를 일으켜 일벌백계(一罰百戒) 하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돌궐이 고개를 쳐들면 말갈(靺鞨)이나 거란(契丹), 고창국(高昌國) 등도 다 함께 그 이빨을 드러낼까 두렵사옵니다."

 "고구려는 어찌 하고 있다더냐?"

"수년간 계속해온 경관 공역이 이제 거의 다 끝나가고 있다고 하옵니다. 오랜 공역 과정에서 포로로 잡혀간 아국의 군사들이 혹독한 노역에 견디다 못해 부지기수로 죽어갔다고 하옵니다. 고구려에서는 그 경관이 완성되는 날, 변방의 모든 제후국에게 연락하여 성대히 잔치를 열겠다고 하옵니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로구나. 당장 군대를 동원해서 고구려를 치고 싶다마는 황후가 전쟁을 반대하니 어쩌겠느냐? 그저 귀를 틀어막을 수 밖에..."

배구의 입에서 또 문제의 분기를 돋우는 보고가 나왔다.

"그리고, 최근 고구려에서 발간한 새로운 역사서인 신집(新集)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책이 사방의 제후국은 물론이고, 아국의 내부에서도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하옵니다."

신집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문제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라고? 나라 안에서도...?"

"예, 폐하... 그뿐만 아니고, 오래 전 한나라와 조선의 전쟁에 대해서도 우리 중원의 기록들이 모두가 조작된 허구라고 그 근거들을 하나하나 들고 있사온데, 참으로 가관이옵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그 고구려란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 하여간에 그 책이 우리 영토 안에서는 일절 나돌지 못하도록 하라. 그 책을 가지고 읽는 자들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벌에 처하라."

"예, 하온데 돌궐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사옵니까?"

"그게 다 고구려 때문인데... 어쨌거나 지금은 참아야지. 적당히 화해책을 써 봐라. 고구려 때문에 망신은 있는 대로 다 당하는구나. 그만 돌아가 봐라."

"예, 폐하."

배구가 물러나자 문제는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신음을 흘렸다.

"아이구, 머리야... 거듭 풍년이 들어 곳간은 넘쳐나고, 동서남북 수로를 뚫어 교역은 발달하고, 법은 엄해 도적이 사라진지 오래이거늘, 국경 밖은 왜 이리 복잡하게 얽히는고?"

문제는 비록 부인인 독고황후의 눈치를 보며 정치를 했지만 법제를 정비하고 세금을 적게 걷어 민생 안정을 이루었으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륙의 길을 운하로 연결하여 경제를 크게 활성화시키는 등 내치에는 괄목할 만한 치적을 쌓았다. 그 중 비록 대운하 건설 사업에는 백성들의 노역이 심하다 하여 도중에 그쳤으나 그 시도는 중원의 역사를 바꿔놓을 만큼의 대사업이었다.

"폐하, 황후마마께서 드시옵니다."

환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독고황후(獨孤皇后)가 안으로 들어섰다.

"황후..."

느닷없이 들어온 황후에게 황제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데, 독고황후는 황제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진부인을 노려보았다.

"너는 지금 폐하 옆에서 무얼 하는 것이냐?"

독고황후의 서슬퍼런 기세에도 진부인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폐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기에 시중을 들러 왔습니다."

"폐하,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시다는 겁니까?"

문제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대꾸했다.

"헛허, 나이가 들수록 관절과 근육에 통증이 와서 진부인에게 안마를 부탁했소이다."

"너는 잠시 나가 있거라."

독고황후는 냉기가 서늘한 목소리로 진부인을 물리쳤다. 진부인이 밖으로 나가자 독고황후는 자리에 앉으며 문제를 쏘아붙였다.

"폐하,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후비(後妃)의 안마나 받으며 노실 시기입니까? 지금 궁 안이 얼마나 다급하게 돌아가는지 아십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태자가 폐하께서 내리신 위사(衛士)들을 모두 내치고 자기 마음대로 새로운 군사들을 뽑아 전투 훈련을 시키는데, 그것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하옵니다."

"태자궁에서 왜 군사 훈련을 한단 말이오?"

"그러니까 하는 말이옵니다. 황궁 안에서 군사를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유일한 분은 오직 폐하뿐이옵니다. 헌데 태자궁의 저 군사 훈련은 무엇이란 말이옵니까?"

독고황후의 말을 듣고 문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환관을 불렀다.

"네가 태자궁에 다녀오너라. 태자가 무슨 연유로 군사 훈련을 하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태자궁 뜰에는 높은 장대가 마련되어 있고, 태자 양용이 황금 갑옷을 입은 채 수천 위사들을 조련하고 있었다.

"모두 산개하라!"

태자의 명령에 따라 무사들이 북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산개하며 신속히 정렬했다.

"다시 대형과 진을 갖춰라!"

무사들은 다시 북소리에 맞춰 이동하여 정렬했다.

"으하하! 과연 새 군사들이라 움직임이 쓸만하구나."

양용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크게 웃자 위사장 한영(韓榮)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태자 전하를 위해 목숨을 바칠 군사들만 선별하였습니다."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전하, 한 말씀 하시오소서."

한영의 권유에 양용은 앞으로 나서서 무사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들어라. 너희는 내 분신이자 심복이다. 너희들의 장래는 내가 영원히 보장할 것이다. 충성을 다하면 내가 영원히 부귀영화를 보장할 것이다. 알겠느냐?"

"충(忠)! 충! 충!"

무사들이 일제히 오른팔을 내뻗으며 함성을 지르자 양용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비틀었다.

이러는 가운데 양광(楊廣)은 황궁 안에서 진부인의 처소로 들어가 그녀와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호호호... 요즘 태자궁이 매우 시끄럽다고 하던데, 진왕께서도 알고 계시는지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진부인이 묻자 양광은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예, 들었습니다. 태자궁의 기강을 잡고 계시는 줄로 압니다."

"기강을 잡는 것이 아닐 텐데요? 평소 소심하기로 소문이 난 태자께서 왜 갑자기 저리 기고만장해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얼마 전에 진왕부에 다녀가셨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혹시 별다른 이야기라도 하셨는지요?"

양광의 이마에 약간의 주름이 생겼다. 진부인은 여간 관찰력이 깊은 여자가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것도 단수를 매기자면 1백단이라 해도 서러워할 여자였다. 양광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별다른 이야기라니요? 도무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만둡시다. 하지만 태자께서 너무나 갑자기 변해서 하는 말입니다. 황궁 안에서 군사를 조련하다니요?"

"황궁이라 해도 태자궁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별도의 궁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태자 전하의 군사들이구요. 설마 황상 폐하께서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아무튼 그것은 폐하께서 생각하신 나름이고...  헌데 가져온 그것은 무엇입니까?"

진부인이 자신의 무릎맡에 놓은 보자기에 눈길을 돌리자 양광이 그것을 진부인 앞에 내밀었다.

"이것은 도인들이 만든 단약입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태산에서 직접 구해온 것입니다. 도인들이 만든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약이라 합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약이라... 뭐 그런게 세상에 과연 있겠소? 어쨌든 고맙게 받겠으나, 이 귀한 약을 진왕께서 드시지 않고 왜 나에게 주는 것인지 모를 일이오.....?"

"부인은 언제나 선녀처럼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부인께서는 오늘의 젊음을 늘 간직하셔야 합니다."
 
"호호호... 왜요?"

"존경을 드리기 때문입니다."

양광의 입에서 존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진부인이 더욱 요사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존경이라? 일단 믿기로 합시다. 남의 심중에 있는 마음을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한마디 합시다. 나도 진왕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요."

"그렇습니까?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진왕께서 이 몸이 늙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는 진왕이 꼭 이 수나라의 황제가 되셨으면 합니다."

양광은 자신의 야망을 진부인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습니까? 참으로 눈물이 날 만큼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허나 저는 태자가 아닙니다."

"서로 뻔히 아는 처지에 그토록 감출 건 또 무어란 말이오? 진왕께서는 반드시 황제가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리 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부인."

"내가 왜 그런 줄 아시오? 진왕은 내가 있던 나라를 멸망시킨 장본인입니다."

"아, 그거야 통일제국을 이루려다 보니 그리 된 것이고..."

"나는 진나라의 공주였습니다. 적어도 수나라의 황제가 될 사람은 내 조국을 멸망시킨 인물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인물이라면 너무나 억울한 것이에요. 반드시 진왕이 그 자리에 가셔야 합니다. 반드시..."

양광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를 내뱉으며 진부인에게 예를 올렸다.

"실로, 생각하심이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훗날 결초보은(結草報恩)할 것입니다. 반드시 말이옵니다."
 
"그거야 두고 봐야겠지요. 아무쪼록 내 기대를 버리지 마시구려. 호호호... 꼭 진왕께서 제위에 올라야 합니다."

진부인의 차가운 웃음에는 뭔가 의미가 숨어 있었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양광의 눈에는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황태자궁이 시끌벅적하단 말이지?"

"예, 전하. 온 황궁이 발칵 뒤집혀 있습니다. 오직 모르시는 분은 태자 전하 한 분뿐입니다."

진부인을 만난 후 진왕부로 돌아온 양광은 황궁 근위장 장형이 방문하자 그를 내실로 불러들였다.

"황상 폐하의 반응은 어떠하시던가?"

"태자 전하께서 인심을 얻지 못하시자 군사 시위를 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태자궁의 군사 훈련은 분명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 분명합니다. 폐하의 심기가 불편해지신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봤어야 하는건데... 역시 형님은 태자 자리가 맞질 않아. 귀가 그렇게 얇아서야... 어쨌든 대전 쪽의 일은 동무가 계속 좀 맡아주게."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전하? 사내 대장부 한번 의리를 드렸사온데, 어찌 다른 뜻을 품겠사옵니까?"

"그래, 사내는 모름지기 의리야. 의리로 사는 게지."

황궁 안에서 근무하는 장형은 양광 자신에게 황제 주변과 태자에 관련된 소식을 가장 빨리 전해 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전하,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사옵니다. 자고로 한번 뜻을 세우면 그것이 고생이 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옵니다."

양광은 장형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무슨 말인가?"

"얼마 전에는 화려한 의관을 하고 계시다가 지금은 또 무늬 없는 의복이올습니다. 아마 세월이 지나면 또 화려한 쪽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어허, 사람하고는... 지금이야 아버님이나 어머님께서 언제 오실지 몰라 이러고 있지만 늘 이렇게야 어찌 살겠는가?"

"아니 되옵니다. 목적을 이루기까지는 계속 이렇게 지내셔야 되옵니다. 계집도 삼가하시고, 음주가무도 절제하셔야 하옵니다. 황궁 출입 이외에는 계속 이렇게 지내시오소서. 아, 그까짓 걸 못 참고 어떻게 큰 일을 이루려 하시옵니까?"

마치 잔소리 같은 장형의 직언에 양광은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아, 알겠네. 그렇게 하겠네. 뭐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다짐을 하는가? 알았다니까... 그나저나 폐하께서는 정말 머리 아프시겠네. 형님 태자께서는 철이 없어 저러하시고, 동방의 고구려는 경관이다, 신집이다 턱밑에서 계속 화를 돋우고 있으니 말일세."

"전하께서는 황제가 되시면 반드시 하시겠다고 공언한 일이 바로 고구려 정벌 아니시옵니까? 그 고구려를 치기 위해서라도 전하께서는 꼭 황제가 되셔야 하옵니다."

장형이 눈을 빛내며 하는 말에 양광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그래... 아버님도 이루지 못한 저 고구려 정복을 내가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리하여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성스러운 천자로 남을 것이다. 고구려 정복은 반드시 내가 이루어야 해. 암, 그렇고말고..."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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